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은지가 꽤 되어서

라고 생각했다기 보단 눈에 보이는 대로 화장실에 들고 갔다 스르륵 읽히길래 뒹굴뒹굴하면서 읽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렇게 주욱 읽히는 책은 요즘 못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페이퍼는 쓰기 싫고 과외는 짤렸고 텔레비젼에서는 맨 재방송만 하고 있었으니 때가 딱 맞았지 싶다.


언젠가 한겨레21에서 청소년 문학란에 실린 평을 보고 골라 산 기억이 났는데 잘 읽힌다. 잘 읽힌다고 다 좋은 책은 아니라는 만고의 진리가 좀 슬플 뿐이지만. 헐헐 킥킥 하면서 읽긴 했는데 소프트비엘인지 판타지인지 성장소설인지 인터넷소설인지 이런 식으로 간다면 나같은 애들도 소설을 쓰고 책을 내겠다고 온사방에서 설치고 말텐데-_- 하는 걱정이 들었다. 쉬운 이야기 속에 섞어놓은 억지 철학이 좀 거북한 부분이 있었다.


욕은 실컷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제와서 편들어주자는 건 아니고 쨌던 잘 읽히고 책장이 잘 넘어갔다는건 적어도 중간에 덮고싶진 않다는 얘기  


요즘 판타지에 나오는 한국 마법사들은 인터넷도 잘 활용하는구나-0- 그 인터넷-정확히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묘사라는게 신기할정도로 구체적이어서 놀랐다. 그런데 사실은 빵만드는 마법사 이야기 보다는 여섯살 때 청량리 역에 버려진 아이가 먹는 빵 이야기나 엄마가 자살하는 장면이 악몽으로 나오는 그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헉 했던 반전같은건 나중에 와 생각해보니 시시했고



네 아픔이 너한텐 절대적일지 몰라도 다들 그정도 아픔은 겪고 사는거란다 는 종류의 메세지가 성장 소설에도 등장하는구나 싶어 놀랐다. 다들 그정도 아픔은 겪고 살지만 그게 나한테 왔을때 절대적이 되니까 사람이 죽기도 하는거라구요.


소설의 교훈이라면 1부메랑이 된다 2언젠가 갑작스럽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쿠키를 먹게 될 날을 위해 몇년 몇날 몇시로 돌아가야 하는지 늘 기억하고 다닐것?



마지막에 슬쩍이긴 했지만 주인공인 남자애가 알고 보면 그럭저럭 예쁘장하게 생긴 애였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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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속 깊숙이 담아둔 밀폐 용기에 가두기 위해.
13p



그렇다면 한참 잘못 짚었다. 그런 마음을 먹을만큼 나는 엄마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해 본 적이 없었고, 그런 귀찮은 행위를 할 만큼 아버지와의 관계가 돈독하지도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애당초 가져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품지 않는다.
24p



그렇게 장황하게 예를 들 것까지도 없이 나는 추후 아버지의 행보에 대해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마치 내가 뒤뜰에 나만의 서낭당을 차려놓고 엄마의 영혼이 깃든 개암나무 가지를 흔들며 배 선생을 저주하기라도 할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개암나무 가지란 생전의 엄마가 아이를 깊이 사랑하고 남겨진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 때에만 그 신비한 힘이 발휘되는 것일 텐데도.
25p



이런 말들이 단순히 가사노동의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비판 및 대안 제시 차원이라면 마땅히 존중하는 게 가정의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될 듯 하여 아무 말 없이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어쩐지 그 말투와 상황에 따른 느낌은, 그렇게 근시안에 단세포적인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했다.
30p



그러니까 꿈속에서 내가 본 일들은, 다른 누군가의 아픔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서 그것이 아주 점잖게 실체화되어 나를 상대적으로 덜 괴롭혔다는 얘기다.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대값이다. 나는 그에게 민폐가 되었을 뿐일까. 몽마를 붙잡았을 때, 그것은 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실 나 자신의 후련함이나 만족을 위해서였을까.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내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는 생각지 않고, 단지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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