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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의 아이들 ㅣ 높새바람 34
원명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7월
평점 :
벽 너머 세상에서 만난 우리의 영혼들『벽속의 아이들』을 읽고
누구나 한번쯤 이런 이야기를 했을 법도 하다.
“차라리 벽보고 말을 하지!”
우리는 모두 소통할 수 없는 누군가 때문에 속앓이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들어주는 이 없어도 벽을 보고 아무 말이나 쏟아내고, 화풀이를 하고, 때로는 위안을 삼았을 수도 있다. 그것은 다 살고자 하는 나름의 방편이며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이 한 권의 책을 보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벽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버린 12살 소녀 난희가 있다. 그 아이는 상처투성이다. 장애를 지니고 있고 말더듬이이며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려 하지 않는 난희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난희 스스로도 세상과 소통하기 보다는 오로지 벽을 보고 말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말없이 묵묵히 들어주기만 하던 벽이 갈라지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벽 안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 난희는 그 안에서 상처받고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만이 가장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보여 지는 모습 뒤로 갈갈이 찢겨진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자신을 위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품어주는 소중한 존재와도 조우한다. 벽 안의 ‘가짜들’ 혹은 ‘자화상’들은 인간들로부터 감내해야 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드디어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며 ‘진짜들’의 세상을 전복하려 한다.
『벽속의 아이들』은 우리의 현실뿐만 그 너머의 세상을 보여준다. 차마 친구와 소통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위로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벽은 무엇일까. 아무 것도 아니었던 벽은 그 아이들에게(혹은 더 많은 누군가에게) 막다른 길이자 또한 새로운 길이 열리는 통로이다. 현실에서의 상처와 고통을 제때 어루만져주지 못할 때 우리들의 영혼은 더 깊은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참혹한 아픔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은 결국 또 다시 사랑이다. 사랑을 먼저 깨달은 자가 또 다른 사랑을 나누며, 그 사랑은 우리를 맑고, 강하게 만들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이 오늘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리라.
책을 읽는 내내 아린 가슴을 어쩌지 못해 책장을 덮고 숨을 고르곤 했다. 왜 이렇게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하는지 야속했다. 차마 보고 싶지 않았던,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를 보아버린 마음처럼 뜨끔하고, 아팠으며 또한 기뻤다. 하지만 아이들을 향한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상 사람들이 특히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마침내 이 험난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더욱 힘차게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그 절절한 마음 말이다.
혼자라고 느낀 난희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따라서 벽 속으로 다가(P152)’ 온 단 한 사람을 깨닫게 될 때, 마침내 사랑과 행복을 감지하며 '이제 너를 놓아줄게(P141)’라며 결연히 벽을 떠나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어찌 눈물을 떨구지 않을 수 있을까. 고맙고 고마운 행간의 연속이다.
어쩌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지 모르는 그 『벽 속의 아이들』 때문에 한동안 마음앓이를 하게 될 듯싶다. 하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아, 부디 기억해주면 좋겠다. 너를 기다려주는 단 한 사람이 오늘도 네 곁에서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걸 말이다.
오늘 내 마음에도 보라색 튤립 한 송이를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