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렸을 적엔 - 아이와 공유하는 라떼이야기
한인선 지음 / 책,인생선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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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도서를 받은 후 솔직한 느낌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살부터 10살까지 고작 3년 남짓 살았던 그곳은 내 생에 가장 가난했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지만 가장 아련한 시기다. 재래식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면 한참 동안 몸에 배어 남는 오물 냄새처럼,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지독하지만, 이 추억 또한 쉽게 지워지지 않는 향수가 되었다. -p13

가난했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서슴없이 써내려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뭉글뭉글해졌다. 다섯 식구가 함께 사용하던 재래식 화장실 추억이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각자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죽음은 동등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존경받는 삶이 되기도 하고,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는 삶이 되기도 한다. 살아생전에 간첩을 잡고 국가유공자로 현충원에 계신 시아버님의 삶은 훌륭했다. 하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신 빈소는 상주가 처음인 아들과 며느리의 미흡한 대처로 썰렁하고 씁쓸한 공허함만이 맴돌았다. 죄송한 마음에 아버님 사진만 멍하니 바라보다 잠시 눈을 붙이러 방으로 들어갔다. -p60

어리고 어린 9살 나이였던 저자는 처음으로 이모부의 죽음을 마주했다. 나는 그보다 더 어린 7살때 할머니의 죽음을 마주했다. 그리고 20년뒤 할아버지 죽음을 마주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자 나는 그날 밤 할아버지를 꼬옥 껴안고 잠을 잤다. 수시로 잠에서 깨어서 할아버지를 살펴봤다. 할아버지는 이른 새벽 갑자기 배가 불러오더니 입을 크게 벌리셨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실제로 바로 옆에서 봤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린나이나 어른이 되어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기억되려면 '현재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 방향일까?'를 내 안에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한다.

엄마는 어릴 적에 주택에서만 살았는데 아파트 사는 친구가 그렇게 부럽더라. '남의 떡이 커 보인다'라는 말도 있잖아? 지금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살자.

당분간 이사 갈 마음이 없다고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 한 뒤 아이들이 현재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짐을 가지길 바랐다. 이번엔 평소처럼

"엄마 어릴 적엔 말이야..."

라는 말로 라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가슴 아팠던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지난번처럼 슬퍼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상처 없는 사랑은 없다지만 나는 오늘, 세상 모든 아이가 부모와의 사랑에서만은 부디 상처 없이 자라나길 소망해 본다. -p129

엄마 어릴 전에 말이야...

나는 아직 결혼 전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없는 것 같다. <엄마 어렸을 적엔>을 읽으면서 내 자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를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상처로 남은 기억이 다 가시지 않은 어릴적 이야기를 꺼내는 건 대단한 용기라 생각한다. 그 용기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내 삶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아이가 부모와의 사랑에서만은 부디 상처 없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잘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는 분, 어렸을 적 가족관계에서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분, 나와 다른 40대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찾는 분들에게 한인선의 <엄마 어렸을 적엔>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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