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 의사 - 어느 보통 의사의 생존기
닥터 키드니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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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하던 블로그를 접고 새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다시 좋은 이웃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정말 감사하게도 다시 시작한 블로그에서 너무나도 좋은 이웃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의 글을 읽어주고, 함께 응원해주는 이웃님들을 만나면서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다. 그렇게 만난 이웃님들 중 낮에는 내과 여의사로, 퇴근후에는 한 아이의 엄마로, 새벽에는 의학전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시는 닥터 키드니님을 알게 되었다.

닥터 키드니님은 매달 25일을 기다리는 봉직 여의사인 내과 전문의이자 워킹맘이다. 진료실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는 <봉직 의사>란 멋진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봉직 의사>를 읽으면서 우리동네에 있는 작은 내과병원 여의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작년 연말 나에게 상처주었던 그 사람의 말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나는 매주 정신과가 아닌 내과를 찾았다. 나를 상담해주시고 약을 처방해주시던 여자 의사선생님은 처음에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서 잘 이겨내보자고 하셨고, 이후 병원을 찾는 빈도가 잦아지자 선생님 마음 속에 담고 있던 상처와 아픈 이야기를 꺼내셨다.

'하루에도 이 병원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제도 진상손님이 찾아와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답니다. 상처의 말을 곱씹고 곱씹으면 마음만 더 아파집니다. 떨칠 수 있을거예요. 떨쳐보려고 함께 노력해보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당시 나는 그 상황에 있지 않았기에 어떤 진상손님이었을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여자 내과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 한 인물이 저자의 병원에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이었던 그는 언젠가부터 스케줄도 멋대로 바꾸고 치료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종료해달라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는 투석을 위한 바늘을 꽂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투석실에서 바늘을 빼달라며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는 내일 투석을 받겠다고 했지만 내일은 다른 예약한 환자들로 그를 진료할 수 없었다. 막무가내이었던 그는 흥분을 하며 진료를 거부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고 급기야 경찰에 신고해서 일을 키웠다. 담당 공무원에게 그 환자가 두렵다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알아봐달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저자의 심정이 어땠을까? 너무 무서웠을 것 같다. 그 당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고통의 시간들이 떠올라 정말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그 막무가내인 환자가 마지막에 남긴 말을 소름돋게 했다. 그는 병원으로 전화해 저자의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밤길 조심하라고'

내가 만약 이런 사건을 경험했던 의사였다면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서 의사가운을 벗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한 의사란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 저자가 정말 너무나도 멋지고 멋졌다.

요즘 다양한 직군의 에세이 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여자 봉직 의사이자, 워킹맘, 부캐 인플루언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의사들은 완벽해서 그 안에 아픔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여자 내과 의사 내면의 이야기에 참 마음이 아팠고, 또 미안한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 다음에 개업하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져 개업이후 펼쳐질 그의 이야기가 기대가 된다. 오늘도 건강한 잔소리를 하는 의학전문가 닥터키드니 작가를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우리 일반사람들에게 더 좋은 건강한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새벽마다 열심히 고민하고 고민하는 닥터키드니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여성분들에게, 내과 여의사의 삶이 궁금한 분들에게 닥터 키드니 작가의 <봉직 의사>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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