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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인문/사회과학 책들의 저변에는 저자의 인간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이 저자들의 인간이해는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틀로 적용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인에게 어떠한 생각을 촉발시키든지 변화를 위한 연대적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두발로 걷는 짐승, 생각하는 동물, 호모 사피엔스니 등등 인간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장 지글러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그리고 이 정의는,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지, 왜 세계에서 "어린이 무덤"이 늘어만 가는지...
미국의 잠재적 곡물생산량으로 세계 인구를 먹일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량으로는 유럽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왜 어린이 무덤이 생기지?
(북반구 국가들의 21세기 최대 질병은 비만이다! 다이어트 약 연구는 왜 이렇게도 활발하지?!)
2005년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죽고,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의 꼴.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상태에 처함"
이런 너무나도 기이하고도 아이러니한 사회현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기 시작한다.
"어린이 무덤!" 아이에게 무슨 힘이 있기에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인데 이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왜? 왜? 전 세계를 먹일 수 있는 양식이 생산되고 있다는데? 왜? 왜?! 그들에겐 죄가 없다. 지글러의 표현대로 "어린이 무덤"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 대한 가해진 구조적 폭력에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구조적 폭력은 무엇인가?
지글러는 우선 ,
워싱턴 합의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즉 미국식 시장경제를 강제적으로 이식시키고자 하는 북반구 선진국들의 오만함을 지적한다(지글러 뿐 아니라 센, 스티글리츠, 장하준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조차 지적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제 3세계국들에겐 신자유주의란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 경제 질서이다. 타국의 입장을 고려치 않고 단지 자국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이 힘의 정치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 3세계의 땅에서 100% 자급자족할 수 능력이 생긴다해도 어린이 무덤은 줄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기아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제도권 교육의 부재 역시 큰 문제이다. 현재 기아 문제의 심각성은 제도권 박의 교육을 통해서야 겨우 알 수 있으며(그 목소리조차 너무 작다!), 되려, “기아는 인구밀도 조절을 위한 자연의 지혜”, "X국 사람들은 게을러서 안돼"라는 터무니없는 낭설들(지극히 유럽중심적이고 백인 우월중심적인 생각들)이 떠돌아 이러한 현실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사실 세네갈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매일매일 가족 모두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열다섯 시간씩 악착같이 일한다. 그렇지만 그 노동의 대가는 최저생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선진국들의 농산물 덤핑판매가 있다. 북반구에서 과생산된 곡물들이 1/3의 가격으로 아프리카에서 팔리는 것이다. 2, 3차 산업을 해서 먹고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존과 직결되는 1차 산업 조차도 기반을 못 갖추게 하는 선진국의 개입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았다.
우리는 저자의 고급정보를 통해 불편한 현실에 직면했다. 정말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해결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정보들 앞에서 솔직히 또다시 좌절감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이런 현실의 벽을 넘는다는 것인가? 저자는 무력해지지 말고 인간을 믿으라고 한다. 배고픔의 숙명은 없다. 최소한의 희망도 포기하지 말고 그것을 간직하라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정의.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