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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금융 사용설명서 - 선물·옵션에서 구조화금융까지 쉽게 설명한 파생금융의 모든 것 ㅣ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11
권오상 지음 / 부키 / 2013년 11월
평점 :
이번에 소개하는『파생금융사용설명서』는 내용은 둘째 치고, 책의 컨셉만 보더라도, 한동안 제가 가까이 해야 할 책으로 보입니다. 책이 어떤 의도로 기획되고, 쓰인건지를 알려주는 <들어가는 말>의 몇 구절을 한 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금융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경영학이나 경제학 분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금융은 그러한 '협소한' 분야의 지식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금융에는 응용수학, 통계학, 물리학, 공학, IT, 심리학, 법률 등이 모두 개입된다. 학문이라 불리는 거의 모든 것이 관련된 하나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객체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두에 바로 파생금융이 있다. (6 페이지)
요즘 들어 금융에서 이론과 실무의 지위가 바뀌어 있다는 점을 통절히 깨닫고 있다. 금융은 이론이 선행하고 거기에서 실무가 파생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역사는 이와 정반대였다. 이른바 이론가들이 스스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실은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기술의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이미 알고 수행하던 것들이었다. ... 지식에는 일종의 선택적 편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 역사를 재생산하고 순진한 후대는 그렇게 믿도록 교육 받는다.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새의 비행 방법에 관한 이론을 책에서 다른 덕분이 아니지 않은가. (7 페이지)
금융은 통합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이에 금융, 그 중에서도 특히 파생금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대중적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파생금융 개설서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8 페이지)
그리하여 이 책은, 파생금융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서 (파생금융의) 역사, 형태, 가격결정 과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파생금융의 이해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개념을 최대한 단순화하여, 핵심만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문의 가장 처음 부분에 나온 구절을 인용해 볼께요.
금융은 외양도 굉장히 복잡해 보이고 다양한 분야로 전개되어 있지만, 그 잔가지를 모조리 쳐 내고 제일 중요한 줄기만 남기면 결국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소유권'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쌍으로만 존재하는 '예금·대출'이다. (20 페이지)
이외에도 금융은 통합적인 분야라는 저자의 의견이 묻어나는 곳이 바로 파생금융을 설계하고 취급하는 곳인 '투자은행'을 설명(272~283 페이지)한 부분입니다. 여기에는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있는 분들 좋아할만한 내용; 투자은행의 각 업무 파트별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질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요, 한 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엔지니어링의 본질은 이론의 수립이나 고수에 있지 않다. 그러한 이론이나 모델을 이용해 실제 세게에 도움이 도리 만한 무언가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적 지식은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이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경우도 있다. ... 그러한 엔지니어링이 발전해 나가는 방식은 실험과 테스트,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해결책을 칮기 위한 시도의 역사로 요약할 수 있다. ... 따라서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않고 겸손한 마음 가짐을 유지한다. ... 이러한 엔지니어링의 관점은 금융공학, 즉 파생금융의 관점에도 꼭 필요하다. (275~276 페이지)
먼저, 트레이딩. 여기는 학부 전공이 아무 의미가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적인 트레이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이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남들보다 빠르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단호함과 과감함이 있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기질이어야 한다. (277 페이지)
미들 오피스에는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들이 고용된다. 신입사원 수준에서는 당연히 학교에서 관련 분야를 얼마나 잘 배웠는가를 평가한다. (278 페이지)
백 오피스, 그중에서도 오퍼레이션 부서는 특별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반복적으로 일을 틀리지 않고 처리해 날 수 있는 꼼꼼함이 있으면 좋고, 본인 스스로 욕심이 많으면 필요한 것을 찾아서 익히면서 그 분야의 대가로 우뚝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280 페이지)
그래서 실제로 외국의 유명한 투자자나 헤지펀드 매니져들을 보면, 학부에서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이외의 전공; 특히 역사, 철학, 심리학, 물리 등을 전공한 경우가 유난히 많다고 하죠. 우리나라 같이 학부에서 박사과정까지 경제경영학 일변도로 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요.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다시 생각났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아 언급해 봅니다.
이 책 『파생금융사용설명서』의 저자는 책을 굉장히 쉽게 쓰려고 노력 했다지만, 다루고 있는 대상이 대상이다보니, 사실 제 기준으로는 한번에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노트에 나름대로 그림이나 도식을 써가며 읽느라 시간도 꽤 걸렸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그림이나 도표도 좀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생금융에 대해 이렇게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쓴 책은 참 드물기에 반갑고 또, 여러번 더 읽으려는 노력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