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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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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일요일, 침대에 배를 붙이고 누워 한숨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의 출간 소식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 있었지만, 늑장을 부려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책의 제목에 대해 '서재'라는 말은 마음에 들었어도 '결혼 시키기'라는 말은 반감이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처음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야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알아챘다. 그리고 나 역시 '서재 결혼시키기'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모처럼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저자는 참으로 재기발랄한 사람이다. 특히 본래 책에 대한 애착이 있는, 또는 책에 대한 책을 그녀처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독자로 하여금 그녀와의 우정을 간절히 소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과 마주하고 있는 내내 그녀의 책꽂이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그녀만큼 교정에 혈안이 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표절을 표절하는 세태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그녀의 재주에 나도 모르게 큭큭거리고 있었다. 또한 낭독에 대한 그녀의 글은 다시 한 번 그 실천을 다짐하게 하고, 집이 있는 나의 책의 가치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친절하게도 더 읽어볼만한 책들까지 추천해주고 있으니, 책에 대한 책을 외면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그녀만큼의 책에 대한 애정으로 더욱 행복한 읽기의 날들을 꿈꾸어 본다.

 

요약 :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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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컴퍼니 - 세기의 작가들이 사랑한 파리 서점 이야기
실비아 비치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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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들의 실루엣과 서점 전면의 일러스트로 꾸며진 표지가 인상적이다.

서울대 김성곤 교수의 짧은 서평이 무색하지 않다.

유명작가들과의 숱한 에피소드, <율리시스>의 출간비화 뿐만 아니라 평생 책과 작가를 사랑했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주인 실비아 비치의 회고록은 매 끼니 다른 반찬이 올라오는 흥미로운 밥상 같다.

실비아가 만난 재능있는 작가들, 그녀와 그들의 조우는 질투가 나리만치 다정했고, 깊은 존경이 배어있었다. 전문작가가 아닌 탓인지(회고록이라는 글의 장르를 감안해서라도) 글은 대체로 간결하고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그녀의 재치와 유머는 읽기의 재미를 북돋고 있었다. (작가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그녀의 노력은 자신의 회고록이 '덜 재미있음'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것이었으니 그 의리가 대단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조이스에 대한 깊은 애정, 한없는 찬사는 <율리시스>에 대한 도전을 격려한다. 실비아 비치의 자전적 에세이라기보다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작가들의 회고록에서 몇몇 페이지를 추려 엮어놓은 책이라 해도 될 것 같다.

그녀의 의도적 또는 의도하지 않은 착각들은 역자가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독자로 하여금 그 오해를 해소하게 하였는데, 이런 점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작가들을 아끼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책 속에 언급된 책들과 작가들의 이야기가 다음엔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덜어주는 듯 하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서 20세기 최고의 작가와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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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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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성장소설이었다. 그다지 부담없는 분량에 몇장 넘겨보니 가벼운 문체며 간결한 문장들이 눈에 쏙쏙 들어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히리라고 예상은 했었다.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심각한 완득이의 표정이라던가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키득키득 웃기 바빴다.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 성장소설을 전에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한참 감수성 예민한 시절 아무래도 공감이 쉽다는 이유로 성장소설을 많이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의 내 처지가 여학생이었다는 이유에서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많이 읽었고, 그 이야기는 하나같이 세상에 대한 냉소와 두려움, 삶에 대한 혼란스러움 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간혹 여학생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동경의 마음으로 품기도 하였을 정도로 내게 성장소설은 오래전 일기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물론 외국 작가들이 펴낸 소년의 비밀일기 시리즈 같은 책들도 읽어봤고, 대문호의 사춘기 시절이라던가 젊은 날의 방황을 다룬 작품들도 읽어본 바 있지만 성장 소설이라 함은 대체로 늘 성장하는 시기의 치열한 고민들이 진지함을 놓치지 않은 채 전개되기 마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완득이>를 읽는 내내 나는 새로운 느낌의 성장소설을 발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것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게 하는 명랑만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약간 허무하다 싶은 결말마저도 완득이스럽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김려령이라는 괜찮은 작가가 쓴 소설이라기보다는 절대 소설가가 될 리 없다고 단언하던 완득이가 기록한 자신의 일기에 더 가깝다. 그 점에서 이 작가는 꽤나 완득이스러운 이야기를 잘 완성해냈다고 생각한다.


완득이의 삶이 분명 모두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닮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녀석이 적당히 만족스럽게 사는 법을 터득해버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녀석 꽤 낙천적이다!) 물론 그만큼 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예술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사람을 믿는 삼촌 남민구가 있다. 완득이 제발 하나님이 죽여줬으면 했던 똥주도 사실은 완득이를 살게 하는 사람이며, 어느 순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그 분도, 싸움이 아닌 스포츠에서 지는 법을 알려준 관장님도 모두가 완득이로 하여금 조금씩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다.


완득이는 썩 똑똑한 아이도 못되고, 문장을 길게 말하거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지어내는 아이가 아니다. 열일곱이나 먹은 이에게 아이라 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긴 하지만 여하튼 아버지가 믿는 것만큼 글재주가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전하는 재주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한낱 웃음거리 정도에 지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가 절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웃들의 이야기들이 맛깔나는 양념처럼 때로는 재미나게, 때로는 아련하게 배어있다.


담임 똥주의 말을 빌어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정직하다. 이들 모두는 이들보다 더욱 잘 살기도 하고 소위 정상적으로 사는 것 같은 사람들보다 서로에게 본질적으로 진실된 됨됨이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어느 사이부터 훈훈한 기를 뿜어낸다.  당장 똥주만 하더라도 이런 못된 교사가 다 있다며 혼자 역정을 내었지만 조선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며, 사람은 더 겪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 똥주 이 사람, 이런 저런 사정을 다 알고 나니 참 괜찮은 인간 아닌가 바로 고개를 숙이게 되더란 말이다.


성장소설이 이만하면 됐지 않은가.(아니라면, 이런 분위기의 성장소설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유쾌했다.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도 재인식했다. 완득이가 '가족', '도전', '미래', '꿈', '즐거움', '사랑' 등등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 이웃과 어울리며 꾸밈없이 살아가는 솔직하고 의기양양한 17세 완득이의 성장일기.
오래된 명랑만화같기도 하고, 희망이니 사랑이니 뭔가 입에 올리면 상투적이고 촌스러울 것만 같아하던 완득이처럼 적당히 촌스러운(?) 표지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마음에 남는 것이 분명 있을 책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최근에 읽은 어떤 책보다 쉽고 즐거운 만남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기요!"
그분이 돌아봤다.
"다음에는. 존댓말 쓰지 마세요."
"네."
얼마나 교양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자식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 똑같이 가난한 사람이면서 아버지 나라가 그분 나라보다 조금 더 잘산다는 이유로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한국인으로 귀화했는데도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 취급을 받는 그분이, 내가 버렸는지 먹었는지 모를 음식만 해놓고 가는 그분이, 개천 길을 내려간다. 몸이 움직인다. 내 몸이 미쳐서 움직인다. 저 꽃분홍색 술이 달린 낡은 단화 때문이다. 나는 내려가는 그분에게 달려갔다.
<완득이> 142-143쪽 중에서


 

 

덧. 재미삼아 작성해본 완득이네 관계도  ^^ (별 것은 아니지만.. 클릭해야 글씨가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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