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읽게 된 계기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유명하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상 읽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민음북클럽 '첫 번째 독자'에 이 책이 올라왔길래 신청했습니다.
도착한 책이 생각보다 얇고 작아서 놀랐어요. 그 덕분에 한 손에 들고 다니기 좋아서 외출할 때 읽기 좋아요. 너무 작은 핸드백 아니면 어떤 가방이든 다 들어갈꺼에요.
표지도 독특하고 세련되었어요. 고전이지만 요즘 출판된 책 같은 표지라서 더 좋았습니다.
표지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얼굴은 반은 노랗고 반은 청보라 색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노란 얼굴엔 파란 눈이, 청보라얼굴엔 노란 눈빛이 그려져 있어요.
이런 표지 자체가 인격의 다중성을 나타냅니다. 표지가 책의 주된 흐름을 나타내어 좋았습니다.
2. 읽으면서 한 생각
책 중간중간에 흑백 삽화가 있어요. 삽화는 자칫 고전이라 딱딱할 수 있는 책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해줍니다.
삽화 말고도 그림자극 같은 그림도 있어요. 상황에 대한 그림인데 그림자라서 '이게 누구지?'라는 상상을 하게 합니다. 그 상상이 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3. 책의 문구
[자신의 삶으로 이루어진 두루마리를 읽을 때 어더슨 변호사만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드물 것이다. -41쪽]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삶이라 당연한 결과인 듯 싶어요.
저도 이렇게 살려고 하지만 잘 안되네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야 겠어요.
[그가 마지 못해 말했다. "약속하겠네." -48쪽]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는 약속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죠. 쯧쯧.
[반대편에서는 무척 체구가 작은 또 다른 신사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에게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50쪽]
허리를 굽혀서 작아보이게 하거나, 이형(異形)이 아니지만 이형적으로 보이게 하는게 아닐까요?
[노신사가 상대방에게 무척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며 뭐라 말을 건넸다. -50쪽]
헨리와 하이드가 다른 사람일까?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수년 전 헨리 지킬에게 선물한 지팡이었다. -53쪽]
동일인일 수 있겠네요. 정신분열일까요? 아니면 하이드라는 인격을 숨기고 헨리를 연기하는 걸까요?
[하지만 다음 순간 안개가 다시 내려 앰버같은 황갈색으로 그 장면을 뒤덮었고, 그 덕분에 그는 이 불한당 같은 환경을 안 보아도 되었다. -56쪽]
미세먼지가 생각나네요. 런던 스모그사건이 남의 일이 아닐꺼 같아 무서워요.
[그녀는 위선으로 다져진, 사악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56쪽]
하이드가 나쁜 사람이라 하인까지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아니면 비슷한 사람끼리 사는걸까요?
아니면 물든 걸까요?
[그는 친구의 이기심을 목격하고 놀랐지만, 한편 안도감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63쪽]
사람이니까요. 사람이 할 인간적인 반응에 안심한 것 같네요.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또 빨리 약을 구해 나아 보려고 그렇게 열심히 약을 구하는 것이고. -95쪽]
마약이나 진정제 종류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되면 인간이란 궁극적으로 각양각색의 조화롭지 않고 독립적인 시민들이 모인 정치체로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감히 추측하네. -132쪽]
인격의 다양한 면을 '독립적인 시민들'이라고 표현한 걸까요?
아니면 인격을 '독립적인 시민'이라고 표현한 걸까요?
누구나 여러 인격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걸까요?
[이 양립하기 힘든 것들이 함께 묶여 있다닌 사실이, 즉 이 극과 극의 쌍둥이가 고통스러운 의식의 자궁 속에서 계속 갈등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류의 저주였으니까. -133쪽]
완전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완전함을 만들어도 거기엔 또 불완전함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화'가 중요합니다.
사람에게는 타인과의, 나 자신과의 조화를 위한 인격수양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헨리는 이걸 간과했으므로 파멸에 이를 듯 합니다.
[나는 내 고백에 대해 과학적으로 깊이 설명하지 않으려 하네. -134쪽]
이 부분은 '프랑켄슈타인'과 닮았네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 인과성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이나 작가님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하고싶은 말이니까요. 이해됩니다.
[하지만 특별하고 심오한 발견을 할 수도 있다는 유혹이 마침내 경고의 암시를 이겨냈네. -135쪽]
과학이 발전할 수록 철학, 인문학, 종교 등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중요해 지는 이유입니다.
인류가 안망하려면 최소한의 도덕적 한계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사실로 돌아가 다시 한번 약물을 준비해 마시고 용해의 고통을 맛보았네. -140쪽]
순수'악'은 만들어 낼 수 있어도, 순수'선'은 못 만드는게 역설적이네요.
'선'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까요?
'선'과 '악'의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떄, 착하게 사는 걸 택하는 것 보다 악한 선택이 더 쉽기 때문일까요?
[아주 점잖게 대중 앞을 터벅터벅 걷다 순식간에 그런 겉모습을 철부지 학생처럼 내던지고 자유의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최초의 인물이었지. -143쪽]
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
특별히 자신만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누구나 다 자신의 현재는 갑갑하지만, 스스로 또는 세상과 조화롭게 공존하려고 노력하는데!
[결국 죄인은 하이드이며, 하이드만 죄인이었으니까. -144쪽]
미루는 것도 이 정도면 병입니다.
[하이드가 지킬이 되어 깨어나면 그의 미덕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네. -144쪽]
뉴스에서 보던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가의 '꼬리 자르기'가 생각납니다.
그들에게 수족같은 '꼬리'란 결국 '하이드'인 건가요?
[그렇네, 나는 자러 갈 때는 헨리 지킬이었는데 깨어나 보니 에드워드 하이드였던 것이네. -148쪽]
약물 중독이 이렇게 무서워요.
당연히 새로운 약은 더하지 않을까요?
이 사람, 화학자가 아니라 바보 아닐까요?
[그 일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비극적인 우행이었지. -157쪽]
"미래의 후손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병원대신 감옥에 보낸 우리들을 미개하다고 여길 것이다."라는 뜻의 문구를 형법 관련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과 비슷한 생각인거 같네요.
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정신병으로 인한 사고라고. 그래서 가해자에게는 치료가 필요한 것 뿐이라고.
[나는 내 필적으로 글씨를 쓸 수 있었으니까. -161쪽]
육체를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다른 인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양반 계급의 목사 집안의 딸이었는데, 외가 식구들이 체질적으로 폐가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1쪽]
양반제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제도인데요;
4. 읽고 난 후의 생각
막연히 흐름만 알았던 작품을 제대로 읽으니, 왜 이책이 명저인지 깨달았습니다.
뒷부분에 있는 '옮긴이의 글'도 작가와 작품 전체를 시대상과 엮어서 해설해 주셨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특히 어터슨에 대한 해설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그리고 저에겐 가장 큰 반전이었습니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작가님의 흑백 사진도 많습니다. 증명사진 같은 사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진을 보니 작품이 더 와닿네요.
이 책은 저에게 고전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역시 재밌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게 고전이네요.
이 책이 이렇게 유명하지 않았다면 반전으로 인한 충격이 더 컸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역순으로 맞추어 가는 것도 재밌었어요.
작고 얇지만 강한, 인간의 위선에 대한 통찰서 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Bto3OoFFuZ6/?utm_source=ig_web_copy_link
-민음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