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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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이유


다산북스 서평단 활동 중,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의 서평단을 모집해서 책을 신청했다.

제목이 좋아서 책을 신청했는데, 생각치도 못했던 라디오 청취자들의 글을 묶은 에세이였다.



2. 구성


책 색감은 예뻤다. 그러나 아무런 그럼이 없어서 시집이나 고전문학책 같았다.

그래서 다정다감하지만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라디오 DJ라고 하셔서 마냥 말랑말랑한 감성적인 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문득문득 단호함이 묻어나오는 필체가 좋았다.

이런 다정다감한 속의 단호함을 표지에 구현한 게 아닐까 한다.


책의 첫번째 종이에는 노란달이 그려져 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귀여운 느낌의 달은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한밤 중에 청취자들을 위로했던 작가님처럼, 이 책은 깜깜한 삶 속에서 지친 독자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오프닝, 1부~6부, 클로징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같다.


본문을 보면 줄 바꿈이 잦다. 그래서 빈 공간이 많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여유를 주려는 것 같다.


책 중간중간에 해당 주제와 관련된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림이 있다.

잔잔한 색감 때문인지 계속 그림을 보고 있게 된다.

그림에 그려진 글씨는 그림과 비슷한 색감이라 마음의 위로를 준다.


또, 다른 책의 문구들이나 노래가사들이 있다. 이것들도 해당 주제와 관련되어 마음을 울린다.


작가님이 강조하신 문장들은 두꺼운 글씨로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책이 그것을 읽는 나를 조금 더 다독여준다.



3. 문구


[사연을 소개한 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코멘트를 하는 게 늘 아쉬웠는데, 글을 쓰며 그런 갈증이 조금씩 해소되었습니다. -6쪽]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책을 주-욱 읽는 것은 마음의 부담도 없고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 않으면 책에 대한 느낌만 남지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

내가 서평단을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 때문이다.

반강제적(;;)으로 서평을 쓰다보니, 빈 공책을 옆에 두고 쓰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자 책을 통해 작가님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이 아까웠던 글들은 다시 내가 작가님과, 그리고 모르는 수많은 분들을 연결시켜 주고, 공감하게 하고 대화하게 만들었다.

이래서 글은 쓰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당신만의 짐이 아니니

걱정말고 편히 쉬기를. -20쪽]

깊은 상처인데 누군가에게 이상하게 털어놓은 날.

후회하는 성격도 아닌데 후회로 밤잠을 설친 날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문구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생활비 보내줄 테니까 오늘 저녁은 비싼 거 먹으라는

그 목소리에 더 펑펑 울고 말았어요.]

엄마가 생각났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딸들을 위로하는 엄마의 방식은 똑같나보다.

식사는 가장 기본적인 거라서 가장 힘들때 가장 생각나나보다.

나도 이젠 밥먹다 우는 나이가 되었구나. 


[애초에 그 앞에서 힘든 속내를 감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이라는 걸. -25쪽]

얼마 전, 죽을 거 같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아무렇지 않게 전화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알아채고, 나한테 미안하다 하셨다.

엄마가 미안할 일도 아니고, 순전히 내 개인적인 문제였다.

거기다 엄마는 평소에 절대 사과하지 않으시는 성격이다.

아무렇지 않게 전화했는데, 갑자기 펑펑 울었었다.

그때 그 일이 생각났다.

역시 엄마는 못 속인다.


죽을 거 같았던거 보면, 아직 내 영혼은 덜 '얼어'서, '얼은'이 되긴 멀었나보다.


[우리는 매일 부끄러움을 먹고 자란다. -31쪽]

다 자랄려면, 그래서 실수를 안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야 할까.

흑역사로 이불킥 하는 건 괜찮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일이 생길까 무섭다.


[정말 힘들 때 떠오르는 사람은

정신 번쩍 들 만큼 따끔한 충고를 하던 이도

특별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전해준 이도 아니었다.

언제든 너의 편에 서 있겠다는

기꺼운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 사람. -34쪽]

이래서 누구나 휴식처와 보호막이 되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눈뜨기 싫었던 몇 번의 월요일을 보내면서

결코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학교생활에도

조금씩 정붙일 거리가 생겨났다. -45쪽]

올해 '두 달' 맛 본 '평생갈' 사회생활에 디여서 반년을 빌빌댔었다.

이런 나에게도 내년은 이 문구 같았으면 한다.


[유난히 덥고 지독했던 이 여름이

결국엔 그리워지게 될까요.

애증의 8월을 보내고 이제 가을로 갑니다. -46쪽]

나에게는 지독한 여름이었던 수험기간.

나도 그 때가 좋았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까?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48쪽]

어릴 때 봤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문구를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외우고 있다.

지루한 걸 너무나 싫어했던 어린시절의 나는, 정해진 인생은 끔찍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랬던 나 조차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에 무서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된 걸까.


[나는 늘 다른 세상, 닿지 않은 시간을

동경해왔을 뿐

지금을 온전히 즐기며 만족했던 날을 많지 않았다. -56쪽]

이 문구를 읽고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평생직장, 자기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현재의 나를 학대해 온 건 아닐까?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래의 나를 위해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게 정답인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선인장처럼

묵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63쪽]

2부 제목인 이 문구는,

내가 선인장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이다.

내가 그러지 못해서, 나도 선인장처럼 강하고 싶어서.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단 한명이면 된다.

그로 인해

그가 건넨 작은 위로로

우린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다. -98쪽]

누구에게나 단 한명이라도 무조건적인 내 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기하지 않는 일.

수 많은 이유를 만들어 그를 사랑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130쪽]

나도 사랑에 많이 울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당신이 노력했다는 걸 알아요.'

'수고 많았어요, 오늘도.' -178쪽]

회사에서 힘들 때, 인간관계에 치였던 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최소한 악몽은 피할 것 같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실없이 웃거나 슬퍼하기에도 좋은, -182쪽]

시간이라, 작가님은 밤이 좋아서, 아침형 인간을 포기하셨다 한다.



4. 느낌


나는 평소 라디오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작가님이 12년 동안 라디오를 하셨다는데,

나는 작가님 성함도, 프로그램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몇 달 전에서야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라디오로 한동안 클래식 방송을 들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광고가 없어서 좋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는 걸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로 갈아탔다.


책을 읽고 나자, 라디오를 듣는 이유를 알았다.

그건 '공감의 힘' 이었다.

마음이 지쳤던 날, 심야 라디오를 들으면 어땠을까_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꿈과 음악 사이에>에 사연을 보내셨던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읽으셨으면 한다.

그 때는 힘들었던 일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땐 이랬지.."라며 즐겁게 보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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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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