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벌써 연말연시다.

하드커버 표지 자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인데다가, 띠지는 리본같아서

친구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을 것 같다_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친구에게 선물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은 아이나 손주가 있는 은사님들께 선물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은 절친한 친구도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올해 연말연시에는 주변에 책만 돌릴꺼 같다.


크리스마스 에디션답게 가름끈도 빨강색이고, 제본실도 빨강색-초록색이 알록달록 하다.


책껍질을 벗기면, 베이지색 속표지에는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커다랗고 깔끔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님이 성함을 먼저 보고,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읽고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던 터라,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

작가님과 같게 혹은 다르게 생각하는 걸 비교해 보면서 작가님께 공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와 마찬가지 였다. 이 부분이 김신회 작가님의 힘인 듯 싶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나만 특별히' 우울하거나 상황이 바닥이거나 성격파탄이 아니구나. 나는 평범하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작가님에게 공감하면서 마음이 치유가 된다.


나는 책을 정말 잡다하게 보지만, '산문'은 거기에도 없었다.

그런데, 작가님 덕분에 수필이 좋아졌다.

감정을 배우고, 깨닫고, 나를 다독다독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감정과 관계와 대응을 배운다는게 수필의 매력인 듯 싶다.

작가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수필이란, 일상 속 재미있는 사건을 작가의 시각에서 기술해 놓은 건 줄 알았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여서 일본 사람이 쓴 책인줄 알았다.

작가님 이름보고 의문이 들었다가, 그린 이를 보니 보노보노 원작자 분이셨다.

(찾다보니, 보노보노는 1986년도 부터 연재되었단다. 대단하다.)

저작권 문제부터 의문이 들었는데, 그 부분은 원만히 해결된 듯 싶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어서 좋았다.


책 곳곳에 '컬러' 보노보노 그림이 많았다. 

녹색과 파랑색, 노랑색 계통의 그림들은 생활에 치여 불편했던 내 마음을 기분좋게 차분히 가라앉게 해 주었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나면 주제와 관련된 보노보노의 만화가 있다.

그래서 보노보노를 보고 웃으면서 다시 한번 이야기의 주제를 마음속으로 되새김질 할 수 있다.

또, 책 상단에 쪽수 표시 위에 그려진 분홍조개들은 이 책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책 중간중간 적힌 보노보노 문장은 보노보노처럼 파랑색 글씨이다.

이렇게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보노보노 팬들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눈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나도 눈밭을 '뽀독뽀독' 밟으며, 눈이 오는 그 특유의 냄새가 담기 공기를 마시며, 눈밭을 누비고 싶었다.

이 부분을 보고 있을 때는 밖에 눈이 왔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방 안에만 있었다.

현관문만 나서면 되는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어렵다고.


보노보노랑 보노보노 아빠가 먼길을 보고 있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면서,

꼬리 방향까지 똑같은 뒷모습에 많은 걸 생각했다. 그리고 애잔했다.


일본어는 [도호쿠東北]처럼 파란색으로 한자를 써주셨다. 그래서 무슨 뜻있지 금방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 제목이 쓰인 그라데이션 속지도 너무 예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둘 다 있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처음과 끝이 명백한 책을 좋아한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프롤로그'에는 작가님이 보노보노에 빠지게 된 우연한 계기가 적혀있었다.

'평범한' 보노보노가 ''와 같아서 좋다는 것.

작가님 덕분에 나도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졌다.

중간중간 쓰인 보노보노에 나온 대사들은,

왜 보노보노가 '어른을 위한 만화'인지 알게 했다.


보노보노는 세상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파란색깔의 수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거기다 보노보노는 키가 큰 것도, 날씬한 것도, 팔다리가 긴 것도, 특별히 잘생기지 않아서,

'나'와 같아서,

공감을 사는게 아닐까 한다.


[하지만 사소한 이야기가 주는 힘을 포로리는 알고 있다.]

내가 잡담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오늘 같이 미세먼지 없는 청량한 가을-겨울 밤에, 누군가와 도란도란 잡담을 하며 산책을 한다는 것.

이것만큼 마음의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일도 없다.


[애초에 상대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건 머리로는 잘 아는데, 감정상 잘 안된다.

이런게 잘 되면 진짜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


[친구야, 우리 이제부터 충고는 안 하고 안 듣는 걸로 하자.]

친구를 아끼는 마음에 한 충구들이 비수가 될 수 있으니 안하는 게 좋을거 같다.

친구가 힘들어지더라도 그 때는 휴식처가 되는 친구가 되어야 겠다.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는 그 만큼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합당한 이유가 없어서 나 스스로 조금 부끄러웠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 한 명 때문에 일상 전체를 망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런건 이외로 어렵다. 정말 잘 알면서도 감정상, 기분상 안 된다.

나를 세상에서 최우선시 하면 될거 같은데, 잘 안되다. 노력이 필요하다.


[힘든 때는 나만 생각하면 되는거야]

이래서 작가님이 좋다.

'이기적인 게 아닐까? '라고 위축되는 나에게 답을 주니까.


[아무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살면 된다.]

하루에 '잘한 일, 못한 일, 감사한 일' 한 가지씩 쓰는 습관을 만드는 중인데,

잘한 일은 다섯 개, 못한 일은 한 개, 감사한 일은 세 개를 적어야 겠다.

감사한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칭찬하는 게 더 중요한 듯 싶다.


[부정적인 말을 입밖으로 내는 버릇은 주변 공기를 탁하게 만든다. 그 말을 함으로써 기분이 딱히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은 불쾌해진다.]

이래서 내가 습관적으로 욕을 하거나, 부정적인 단어, 나쁜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도망다닌다.


[어제의 짜증나는 일은 잊지 않은 채 오늘을 살면, 자신이 점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오늘은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말이 있듯,

쉽지 않겠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즐겁게 사는게 필요하다.


[미친 듯이 싸우고 나서 불 같이 화해하고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죽일 듯이 증오한다.]

라는 프랑스인들은 

이래서 "열렬한 사랑"의 대명사이자, "평생을 사랑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망상을 하게 되는 대상인 거 같다.


[잘 싸우는 사람일수록 잘 사랑한다]

딱 내 이야기다. 사랑 앞에서는 이성보단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이라서 이러는게 아닐까, 나는.


[바르기만 한 말 앞에서 어린 마음은 문을 닫는다.]

누구에게나 모든 걸 기댈 수 있는 내편은 필요하다.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이래서 내가 걷는 걸 좋아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어릴 땐 정말 이해가 안되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격하게 공감되는 걸 보면, 이제 나도 어른인가 보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돈 많은 백수가 희망사항 중 하나이지만, 그래서 까맣게 잊고 살았지만,

이것이 지루하고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도 매일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게 분명 있다.]

이래서 하고 싶은게 생기면 앞뒤 안재고 해봐야 한다.

포기를 하더라도 하다 그만두면 최소한 깨달음이라도 얻지, 안 그러면 긴 후회와 헛일만 남는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야박한 사람은 나다.]

나도 올해 중순에서야 비로소 이걸 느껴서, 이런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세상에서 제일'까지는 아니어도 예버해 주고 마음을 넓게 쓰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 안된다.


[평생 그럴 것 같아도 조금씩은 나아진다고. 언젠가는 네가 좋아하고 너를 좋아하는 인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고. 세상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고,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는 것처럼]

이 부분을 읽고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쪼오오오오오금 힘이, 용기가 났어요.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그 연애는 최악이 된다.]

몰랐다, 이런 걸 알려주는 데가 없어서.

내가 관계 중독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나도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게 있어"]

이걸 고시 실패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우쳤다.

죽도록 노력은 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강박관념과 체력과 외로움에 눌려서 죽도록 노력한 건 아니고, 열심히 한 정도인데

모의고사는 맨날 상위권인데, 실전에서는 합격을 못해서,

나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았다.

그냥 안되는 게 있는 거였을 뿐이었는데. 단지 그것 뿐인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불편하다.]

내가 몰랐던, 내가 남들에게 양보를 잘 하는 이유를 이 문구를 보고 알았다.


[대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고민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거야.]

항상 고민되고 의문이었던 여행의 필요성이 아닐까?


[사랑에 빠지면 시야가 좁아진다]

'신서유기'의 '고깔고깔'이 생각났다.

(고깔모자를 뾰족한 부분이 눈 앞으로 오게 쓰고 물건을 찾는 게임입니다.)


[책임감이 부족하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말을 자주쓴다.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

소심한 나지만, 딱히 책임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죽자살자 하는 문제도 아니고,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충분히 다 맞춰줄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 배려한다고 하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들릴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큰 돈을 벌지 못하는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좀 죄송하다.(되게 많이 죄송하지는 않다는 점이 포인트)]

가로안의 깨알같은 말이 너무 좋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식'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래서 내리사랑인거고.



책을 다 읽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기분을 빨리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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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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