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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고양이
이준희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8월
평점 :
이준희 작가님의 첫 소설집 **《평행우주 고양이》**는 제게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되찾아준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야의 책을 편집하고 읽는 동안, 소설 읽는 경험은 한동안 제 삶에서 멀어져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 다시금 그 감각이 깨어났습니다.
소설집은 모두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이 SF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심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과 인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상력이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루디〉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소방관과 그의 무의식을 치료해주는 인공생명체 루디의 이야기로, 인공적인 존재가 주는 위로가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대수롭지 않은〉은 병원 복도 끝에 자꾸 모여드는 비둘기라는 작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현실적인 묘사 속에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평행우주 고양이〉에서는 연구자와 불가사의한 존재 레나의 대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고양이’가 제목이 되어,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묘한 여운을 남기게 합니다. 〈심해의 파수꾼들〉은 기후 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심해에서 태어난 소년 로비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 문제와 인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마인드 리셋〉은 기억을 삭제·조작하는 사회를 그리며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을 묻고, 신춘문예 당선작인 〈여자의 계단〉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한 감각을 전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과 편집자가 북토크에서 밝힌 각자의 최애작이 다 다를 정도로, 여섯 편 모두가 고유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이게 최고다’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고른 완성도를 보여주는 소설집이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문장, 감각을 자극하는 묘사, 그리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 《평행우주 고양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집입니다.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꼭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