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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학문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올바른 논리적 과정을 거쳐 믿을만한 증거가 제시될 수 없다면, 그것은 결코 학문활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의 <화랑세기>에 대한 접근은, 학문적 신념을 넘어서 교조적 맹신으로까지 비쳐진다. 저자는 <화랑세기>가 진본이라는 견해를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논리도, 증거도 모두 상실해 버린 채, 맹목적으로 <화랑세기>가 진본임을 주장한다. 거기에는 납득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 다만 <화랑세기>를 위작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뿐이다.
그는 오로지 '<화랑세기>는 진본이며, 언젠가는 사람들이 내 말을 믿게 될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책의 첫머리를 보라-'성경에는 원본이 없다. <화랑세기>도 원본은 없다' 종교 저술과 역사 저술이 어떻게 같은 위치에 놓여질 수 있는가? 이는 저자의 <화랑세기>에 대한 교조적 맹신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이것이 과연 학문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평자는 여기서 저자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평자에게는 그럴 능력도 없다. 다만 저자가 자신의 가설을 맹신한 나머지, 학자의 기본적인 태도를 잃어버리고 고집스럽게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미리 결론을 정해 두고 그 결론에 억지로 끼워맞춰가는 식의 연구활동은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다. 저자가 자료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학자적 안목을 되찾을 수 있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