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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의 <유전자 사회>는 "비전공자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아마존평과는 다르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전공자가 시작하기에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다. 암에 대해 설명하는 1장에서 유전체-염색체-유전자-DNA사슬-ATCG염기배열의 관계를 인간의 언어와 책으로 비유하여 잘 설명한 부분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전체, 유전자와 같은 용어와 그 관계를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형태인 책과 비교하여 정리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그 후에 진행되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전개하는 순서도 효과적인데 예를 들자면, 1장 1절 "텍스트를 뒤엎는 오타" 에서 암을 텍스트의 오타라고 설정 후, 모든 용어를 텍스트에 맞추어 설명하고, 그 다음 유전자에서 실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시키기 위해 복제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암의 '오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런 모든 전개에서 도표 또한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어 전문 분야를 이해하기 힘든 비전공자들이 유전자 분야를 접하는데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그 영향으로 인해 전공을 바꾸어 유전자를 연구했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에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점인 유전자의 의인화가 <유전자 사회>에서는 좀 더 확장되어 공동체 형태로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의인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보단 유전자의 기작을 설명하는 하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유전자 사회>는 상당히 효과적인 책이라고 본다. 뇌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또한 인체에서 아직 거의 밝혀지지 않은 영역에 속한다. 미지의 영역을 들어설 때 이러한 가설적 프레임이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점도 있지만 더 쉽게 접근하여 나아갈 수 있는 도구적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하다. 특히 비전공자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나 전공자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으로부터의 적당한 거리와 비판이 필요하겠으나 나와 같은 비전공자 독자로서는, 너무 심각하게 유전자를 공동체적으로 바라보지만 않는다면, 어려운 내용에 접근할 비유가 주어졌으니 반가운 일이다.
<유전자 사회>는 유전자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보면서 암, 성, 개인별 유전적 차이, 인간과 동물 등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하나씩 짚어간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지 않았어도, 유전자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유전자 사회>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