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네
유동훈 글.사진 / 낮은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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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하바 알버스타인과 메르쎄데스 쏘사 씨디를 사면서 산 몇 권의 책속에 이 책이 있었다. 자려고 누워서 펴든 책이었는데, 몇 쪽 읽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읽는다. 인천이 좋아서 인천 기행문을 써서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이를 따라 북성포구를, 만석부두를,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었다는 북성동을, 배다리를, 도원역 근처의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직도 이런 동네가 있구나 싶어 탄성(?)을 질렀었다. 참 애잔한 동네들이다. 유난히 그 동네 사람들을 깨진 고무대야든 스티로폼 박스든 간에 가리지 않고 식물과 채소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책속 정식이와 혜정이가 걸어가는 길에서 본 풍경과 참 닮아있다. 

어떤 동네 공부방 교사로, 인천에서 태어나 '20년, 성년의 대부분을 보낸' 어떤 동네에서 살며 공부방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했다는 유동훈의 어떤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애달픔은, 책을 들여다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물이 찔끔나게 만든다. 얼마나 사진속 사람을 잘 알아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떤 동네에는 부두 노동자이던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낸 뒤 새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동생 명숙이를 동자승으로 절에 보내야하는 명호가 있고, 공고를 졸업하고 주야 2교대 핸드폰 부품공장에서 처음 일하고 퇴근하던 날에 일을 소개시켜준 아주머니에게 '일 잘하고 퇴근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아이가 산다. 

어떤 동네 작은 공장에서는 중국으로 일이 빠져나가면서 뿔뿔이 흩어진, 비오는 날 동네 포구에서 사온 주꾸미를 데쳐 소주를 나눠마시던 사장, 현수 형, 한찬이 형, 장선우 형, 영래 형이 있고, '산 목숨은 다 가여운 거'라며 떠돌이 개 '야!'와 함께 점심도시락을 나눠먹으며 그물을 꿰매는 최할머니가 있고, 피난 시절 갈 곳이 없던 식구들을 받아준 사람이 고마워 찾아간 집 책갈피에 감사편지 대신 10만원 짜리 한 장을 몰래 끼워넣고 돌아와서 집 앞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있다.  

어떤 동네에는 아파트가 생기면서 쫓겨난 사람들이 있고, 초등학교 5학년 하은이는 붕어빵이 먹고싶어 있는 용돈을 다 털어 붕어빵 다섯개를 사와 공부방 친구들 스무 명과 함께 붕어빵 다섯개를 스무 조각으로 나눠먹는다. 그렇게 어떤 동네에는 다들 참 아프고, 가난하고, 애잔한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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