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음의 탄생 -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
김신명숙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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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신앙에서 월경피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신성한 것이다. 고인돌 유구에서 흔히 발견되는 붉은 흙은 죽은 이를 재생시킨다고 믿어진 월경피를 모방한 것이다. 임신 중에는 월경이 그치므로 고대인들은 그 피가 생명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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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탄생시키는 월경피는 그 신성한 힘으로 병을 치료하거나 액을 막아주는 효험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18세기 초 수년간 부산에 머물렀던 한 일본인은 『유년공부』라는 설화집을 쓰면서 한국인들이 월경피를 약처럼 복용한다고 기록했다.


월경피를 이용한 액막이 주술은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마을 여성들이 중심이 돼 벌였던 도깨비굿에서 나타난다. 굿이 시작되면 맨 앞에 선 인솔자가 월경피가 묻은 속곳을 긴 간대에 걸고 휘저으며 마을의 집들을 돌아다녔다. 그것이 도깨비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새알심이 들어있는 붉은 팥죽은 월경피와 알을 표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동지팥죽이 액막이 효능이 있다고 믿어졌을 것이다. 팥죽과 관련해 전승돼 온 민담에서는 붉은 팥물이 말이나 염소같은 동물의 피 대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원래 월경피를 의미하던 것이 훗날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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