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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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 만큼이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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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 - 니즈와 원츠를 쪼개고 또 쪼개라
김준모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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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빵만 파는 빵집, 수제비만 파는 음식점, 아메리카노와 라떼만 취급하는 카페, 딸기 케이크만 파는 케이크 가게, 아이스크림 마카롱만 파는 마카롱 가게, 팥죽과 팥빙수만 파는 팥집. 


  여기 적은 가게들의 공통점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장사가 어마무시하게 잘되는 소위 소문난 맛집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취급하는 품목이 무척이나 적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대부분 홍대 앞에 위치하고 있는 가게들로, 서울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인 홍대 앞에서 당당하게 성공한 사례이다. 이런 가게들은 왜 장사가 잘될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몇번 있다.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고 막연히 "맛있어서 잘되겠지!"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곤 했다. 

  이 책은 전체에 걸쳐서 그런 의문에 대해 체계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나는 예시를 그나마 내가 관심있는 분야인 음식 쪽으로 들었지만 이외의 분야도 예시로 충분히 나와서 몰랐던 부분도 배워가서 재미있었다.

 



 


  레드 오션, 블루 오션, 그리고 틈새시장을 말하는 틈새 오션이 있고 그보다도 더 좁은 구역을 지칭하는 용어가 나노 오션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그 나노 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가 바로 나노 브랜드라고 또한 제시한다.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도 현대사회를 살면서 소비를 아예 안하고 살 수는 없다. 아낄데는 아끼더라도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쓸 곳에는 쓰는 사람이 많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원리를 겨냥한다. 아래에 그 요약이 잘 나와있는 부분이 있다.


나노 브랜드를 제대로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4T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4T란 제품(thing), 고객(target), 시간(time), 방법(tool)을 의미한다. 한정된 고객의 원츠에 꼭 맞는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방법을 가지고 마케팅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나노 브랜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pp.158~159.


  의견이든 상품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대해서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주머니를 열 소비자가 있는지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상품을 내놓으면 된다. 즉 안 살 사람은 안 사더라도 살 사람은 무조건 살만한 그런 타깃 맞춤형 상품을 기획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명확한 분석을 통해서 그런 타깃을 정확하고도 좁게 설정하라고 조언해줬다. 대량으로 상품이 생산되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사회에서도 타깃층이 분명한 상품을 내놓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마케팅 전략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히 고객의 원츠에 맞는 어떤 상품을 기획하라고만 조언하는 것이 아닌, 나아가서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하라고 조언한 점이었다. 그러면서 픽사의 스토리텔링 노하우를 브랜드에 걸맞게 접목시켜서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제품들의 경우 품질같은 면은 평균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을 특별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 철학을 담은 스토리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위치도 가격도  맛도 비슷하다면 사람들은 이왕이면 더 친절한 가게나 이벤트를 자주 하는 가게, 혹은 자신만의 특색을 더 존중해줄 수 있는 가게로 발길을 옮긴다. (그밖에도 공정무역커피나 유기농 식재료처럼 고객의 특별한 원츠에 맞춘 가게라면 좀 더 비싸더라도 고객들은 거부감 없이 주머니를 열기도 한다.)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잘 접목한 예시가 스타벅스와 메이드 닷컴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진동벨로 고객을 부르는 대신 파트너가 직접 손으로 음료를 전달해주는 매뉴얼을 내세운다. 그 과정을 통해 고객들은 파트너와 1초라도 더 접촉하게 되고 인간적인 교류의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카드에 닉네임을 등록하면 그것을 파트너가 직접 불러서 음료를 전달하는 콜마이네임 서비스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교류가 스타벅스의 커스텀 메뉴 시스템(다양한 옵션을 고객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시스템) 등과 결합하여 한국 카페 시장에서 스타벅스가 승승장구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다른 예시인 메이드 닷컴은 외국의 가구 제작 판매 사이트인데, 중간에서 디자이너와 제조사,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매달 고객들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새로운 가구 디자인 중 상위 몇개를 골라 실제로 제작하도록 돕는다. 그 과정을 통해 고객은 자신의 선택이 반영되고 존중되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똑같은 가격에 구입한 가구이더라도 더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재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결국 좋은 품질과 디자인 혹은 맛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이고, 거기에 이제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책에서는 주로 바이럴 마케팅과 감성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을 통해 특별한 스토리를 지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공식으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NB=(P+S+V+T)/C

나노 브랜드=철학(Philosophy)과 스토리를 가지고 고객에게 가치(Value)를 제공하며 감동(Touch)을 주는 동시에 개별 고객(Customer)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이런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하루에도 몇개의 가게가 들어오고 나가는 홍대같은 번화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노 브랜드의 공식에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또 한가지 강조하고 있던 내용이 바로 신속성이다.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있더라도 머뭇거리면 늦어버리기 쉽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실천하기 시작하되 확고한 자기만의 브랜드 전략을 밀고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브랜드의 가치는 점점 커져가고있다. 단순히 물건의 가격만 따지면서 저렴한 것만을 추구하던 우리 부모님 세대와 다르게 점차 물건의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 철학까지 이것저것 비교해가며 비교하기 때문에 그런 복잡한 과정으로 인해 쇼핑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크다. 그런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본 바에 의하면 브랜드상품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 브랜드상품 (brand商品)

    <경제> 유명한 디자이너나 메이커의 이름을 앞에 붙인 상품. 특정 상표명만으로 소비자로부터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특정 상표명만으로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을수 있다는 점을 풀어보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는 소비자는 커다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쇼핑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런 내용을 활용하여 이미 넘쳐나는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틈새시장보다 더 세분화된 나노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여러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나노 브랜드를 통해 특정 타깃의 공략에 성공한다면 그것을 발판삼아서 또다른 나노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런 흐름을 이어가다 보면 여러 타깃을 다양하게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러니까 일단 도전하자. 라고 응원해주고 있는 듯했다. 



  몇몇 챕터에서는 참신하지 않고 너무 흔해서 진부할 정도의 예시도 나왔다는 점이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느 챕터를 펴서 읽어도 도움이 될 만큼 마케팅에 대한 좋은 내용으로 가득 차있었다. 한정판 전략이나 블랙 컨슈머 다루기 등의 흥미로운 마케팅 내용이 두루 나와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커피맛도 있고 카페 분위기도 훌륭하지만 마케팅다운 마케팅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한 카페의 사장님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진짜 순수한 입소문만으로는 고객 유치와 가게 유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몇몇 가게들은 발벗고 브랜드 마케팅에 뛰어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만 아는 조용하고 한적한 맛집도 좋지만 그로 인해 가게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면 차라리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북적북적한 맛집이 되는 편이 좋다. 더이상 내 단골 가게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다음에 가서 권해볼까? 부디 실례로 받아들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해당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는 리뷰할 때 내용이 별로면 별로인 점을 지적하는 편입니다.

나노 브랜드를 제대로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4T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4T란 제품(thing), 고객(target), 시간(time), 방법(tool)을 의미한다. 한정된 고객의 원츠에 꼭 맞는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방법을 가지고 마케팅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나노 브랜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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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이어트 - 숨 명상과 비움을 통한
김대선 지음 / 책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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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군더더기 없는 흰색 표지처럼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군살을 쳐내고 여유를 두어 거기에 좀더 의미있는 무언가를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해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친절하다는 점이다. 명상을 대체 왜 해야해?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라는 질문을 가질수도 있는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고 또한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다짜고짜 약간은 생소한 무언가를 들고와서 이것을 그대로 해라, 라고 강요한다면 거부감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명상이라는 개념의 바탕에 깔려있는 이론적인 설명을 너무 어렵지는 않은 한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좋았다. 약간은 나른한 날씨에 하는 교양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달까. 현학적인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풀이하되 그렇다고 근거가 빈약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대중을 위한 개론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명상과 비슷한 선상에 있는 개념인 음양오행이나 풍수지리도 쉽게 풀어쓰며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지에 실린 내용이나 외국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은 나로 하여금 명상이라는 개념에 대해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했다. 다만 근거를 제시하면서 약간은 뭉뚱그려 넘어간 것도 있어서 몇년 몇월에 실렸다거나 어디에서 근거를 삼았다거나 하는 각주가 좀더 상세히 나와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각각의 요소에 대해서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면이 군데군데 보여서 각각의 장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좋게 보인다. 



  위의 사진처럼 명상을 하는데 있어서 진짜 초보자는 하나도 모를법한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며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인 점은 좋게 평가하고싶다. 손모양에 따라서 명상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까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다. 

  또한 명상의 방법이 여러가지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명상이라고 하면 왠지 폭포수 아래에서 도를 닦아야만 할 것 같다는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현대적이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방법으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 제목을 쳐보니 유튜브에 저자측에서 올린, 명상법을  낭송(?)하는 영상도 같이 나왔다. 검색을 안해봤으면 완전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이런 점도 홍보가 좀 더 되어있으면 좋았을텐데. 이 책에는 다양한 명상법이 나오는데 그런 명상법 영상을 전부 업로드해놓은 것은 아니고 한두개만 올라와있어서 다른 것도 차차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했다. 언젠간 올라오지 않을까...


https://youtu.be/mv32f6uxoA0

fly bird meditation(새날리기 명상) - YouTube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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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처럼 혼자 책으로 읽기 시작해서 명상이라는 분야에 발을 막 담그기 시작한 사람한테는 저런 읽어주는 영상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라서 더 올라왔으면 싶다. 저런 영상 말고도 실제로 명상을 하는 모습이나 자세를 찍어서 같이 올려주면 책으로 명상을 배워보고자 하는 사람한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글로만 봐서는 내가 따라하더라도 제대로 따라하고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한다. 세상에 독학이 쉬운 일은 없겠지만 실제로 명상을 하는 곳에 가서 직접 가르침을 받고 왔을 때 이 책은 비로소 빛을 발할 것 같다. 교재로서는 충분해보인다. 헬스로 치면 헬스를 해야하는 이유를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그림과 글로 설명해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친절한 이론서+약간의 실전을 글로 적어놓은 책 정도로 내게 다가왔다. 아예 절반으로 나누어서 전반부에서는 이론적인 배경을 살펴보고 후반부에서는 실제로 명상을 하는 방법과 관련된 설명만 담았으면 더 이해하고 활용하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 



  앞서 이론에는 상당히 충실했다고 말했듯이 이론 자체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입으로 하는 호흡, 코로 하는 호흡, 그리고 코로 하는 호흡 중에서도 입까지, 목까지, 가슴까지, 배까지 가는 호흡이 다 다르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이론적인 부분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 다 담기에는 자리도 모자라고 내 글솜씨도 모자라서 책을 읽으면서 직접 배워보는 편이 낫겠다.




  명상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사람, 그리고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명상 자체가 마음을 비워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명상을 하다보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빈 마음만큼의 여유를 가지게 되고 그만큼을 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통찰력을 갖게 된다든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든지,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든지가 그 예다. 그러면서도 늘 거만함을 경계하며 마음 속에서 치우지지 않는 자세인 정심을 유지해야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명상으로 정심인 가운데 원을 찾은 후 확장시켜 가는 것을 의식의 확장 또는 마음의 확장이라고 하며 궁극적으로는 나와 남의 구별이 없어져서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해도 남에게 피해를 끼지 않는 종심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늘 채워도 채워도 또다른 정보나 자극이 넘치도록 들어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있다. 불필요한 감정이나 정보를 비우고 그 과정에서 정심을 유지하게 되면 나도 행복하고 내 주변 사람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몸에만 군살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도 군살이 있다. 꼭 있어야 하는 요소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게 되면 몸무게가 빠지듯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화가 많은 성격이라 미처 몸에 살이 붙을 틈이 없더 나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속 군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게 명상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몰랐다. 최소한 이론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게 됐으니 이제 또 다른 참고도서나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실천에 옮겨보면 미래의 내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좀더 의미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만 남기고 가벼워진 내가 되길 기대해본다.


자신의 경험의 흔적들 중 무가치한 것은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픈 역사를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이 자신의 아픈 것은 부정을 통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훈련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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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 - 익숙해서 상처인 줄 몰랐던 말들을 바꾸는 시간
데보라 태넌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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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다. 이 책의 특징은 언어학자이자 시인인 동시에 철학도 배운 저자가 실제 사례에서 수집한 상세하고도 적절한 예시를 들어서 언어학적으로 가족간의 대화방식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시해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언어학적이라고 해서 상당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려워지려는 순간에 절묘한 예시 담화를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동질감을 들게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아마 언어학이라는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가족간에 오가는 대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 가족끼리 어떻게 잘 대화로 풀어갈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최소한의 실마리는 얻어갈 수 있을거라 장담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대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어떤 특징을 보이고 또한 어떻게 분석되며 어떤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아마 목차를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시작하는 글 _ 오늘도 가족과 다툰 당신에게 


1부 /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1. 다 사랑해서 하는 말이야 : 가족의 말은 겉뜻과 속뜻이 다르다

2. 넌 누구 편이야? : 가족의 연대와 소외

3. 싸우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 말다툼도 제대로 해야 한다

 

4. 미안하지만 사과는 못 해 : 사과에 대한 오해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우리 머릿속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된 편견이 많다는 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이고 또한 구성원은 바뀔지라도 죽을 때까지도 함께하는 존재가 다름아닌 가족이다. 그렇기에 약간은 자만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속어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에 대해 근자감을 갖고있던 내게 이 책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함께 살아온 기간이 오래되면 그들과의 의사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에 모든 핵심을 잘 파악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의미가 잘못 전달되기 일쑤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의미가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자면, 언어가 여러가지를 포괄한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대화, 담화는 실제로 행해진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이건 어떤 대화에도 포함되는 개념이겠지만, 말을 통해서 표면적으로는 메시지가 전해지고 그 이면에서는 메타메시지가 전해진다. 이는 대화하는 주체가 되는 화자와 객체가 되는 청자가 누군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는 요소이고, 그리고 그런 화자와 청자가 수시로 뒤바뀌기에 대화를 분석한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어렵다. 그렇지만 예시와 함께라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술서라기보다는 한 편의 가족 대화 분석 모음집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나갈 수 있게 구성해놓은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또한, 살면서 불가피한 말다툼과 사과, 화해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 상대방이 어떻게 다른지를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는 대화의 프레임을 바꾸라고 제안한다. 상대방이 내가 제시한 말 중에서 메시지에 주목한 것인지 메타메시지에 주목한 것인지를 잘 포착하여 오해를 풀어나가라고 제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이 책을 읽어야 하겠지만 어쨋든 흥미로운 접근방식임엔 틀림없다. 그밖에도 가족관계는 통제와 결속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나아가는 관계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2부 / 가까워서 괜찮은 줄 알았던


5. 가족이기 전에 남녀라서 : 그 남자의 말, 그 여자의 말

6. 아이가 자라면 대화도 바뀐다 : 부모와 자녀가 관계의 폭풍을 지나는 법

7. 가까워서 더 힘든 엄마와 딸 : 애증의 모녀 관계를 바꿀 수 있을까 

8. 친하면서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 친구이자 경쟁자, 형제자매

9. 남이었던 가족이기 때문에 : 시가, 처가, 사돈의 대화


 

맺는 글 _ 가시 같은 대화에서 연고 같은 대화로


  2부에서는 가족 내에 존재하는 "관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부부, 부모와 자식, 엄마와 딸, 형제 자매, 그리고 가족과 가족이라는 내용으로 분석해나간다. 이 파트에서는 한 집에서 자녀이자 딸이자 언니로서의 역할만 수행하고 그 입장에 갇혀서만 바라보던 기존의 내 입장에서 벗어나서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엄마의 입장, 아빠의 입장, 그리고 동생의 입장 등을 그 위주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례를 읽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고,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절반쯤은 문제가 풀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 사이에서 문제는 애초에 상대방의 입장을 온전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선 부부관계에서 나타나는 대화에 대해서는 앞의 장에서 이어서 다루었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잘 갔다. 단면적으로 몇 가지 살펴보자면, 남자는 꼭 사과를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여자는 반드시 사과라는 과정을 말을 통해서 받아야 본인이 사과받았다고 느낀다. 이런 차이점에서 서로만의 입장을 고집하게 되면 갈등은 심화되고 관계는 악화되기 때문에 한사람이라도 서로의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을 하는, 일종의 프레임을 바꿔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외에도 부모와 자식에 대해서 살펴본 점도 인상깊었는데, 따로 엄마와 딸이라는 구성을 나누어서 새 장으로 배치한 점에서도 이 책의 저자가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에 있어서 여자와 여자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데, 엄마와 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딸이 어릴 적에는 일방적으로 보호자이자 통제자로서의 엄마였다면 딸이 크고나서는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축소해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점에 있어서 서로 조율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곤 한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공감대를 이끌어내게 했다. 

  또한 형제 자매 사이도 보다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첫째라서 다소 억울한 면이 많던 내 입장을 시원하게 대변해주었고, 결혼이라는 요소가 가족과 가족간의 결합이라는 데에 집중하여 가족 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장도 인상깊게 남았다.


  전반적으로 읽어가며 느낀 점은, 외국의 사례라서 이질감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하며 살아간다는 점이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싶었다. 이렇게 읽힌 데에는 실증적으로 수많은 자료를 엄선하여 뽑아낸 저자의 안목도 한 몫 했겠지만, 번역한 사람의 노고도 상당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든 내용을 이질감없이 번역해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설득력 있는 본문과, 매끄러운 번역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하루만에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다. 사례도 워낙 다양하고 다루고 있는 내용 또한 방대하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쌓여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만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이 내용 자체에 공감이 많이 갔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학적으로, 특히 사회언어학적으로 바라본 가족이라는 대상은 일종의 부족이었다. 사람마다 쓰는 언어가 저마다 다르듯이(개인어라고 한다) 가족마다 쓰는 말이 다르다. 어휘라든지 습관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이런 것은 단기간에 이룩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방인으로 다른 가족에 편입되거나 새로운 부족을 만든다는 점이 힘든 이유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작년에 본 연극 중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이라는 작품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가족이라는 부족 사회에서 원만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원만하게만 지낸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럴때 필요한 것이 이런 책 아닐까.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이 책에서는 프레임을 재설정한다고 표현했다) 해결의 실마리라도 잡고싶었던 마음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 정말로 해결의 실마리를 줬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이 가족중 누군가와 싸웠거나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 그 누군가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냉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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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고은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12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개중에는 괜찮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본문의 말을 따르자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정도로 쳐두자.

  12편의 글쓴이는 모두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직업도 제각각 특색이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전에 <나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을 읽으며 "나"라는 존재 자체의 내면에만 집중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그 다음 단계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1부와 2부로 나뉘는 이 책은 1부에서는 "너를 살피고 나를 다스리는 지혜"라는 주제로, 주로 과거의 이야기를 예로 많이 들며 과거의 지혜를 좇고자 시도한다. 황금기의 그리스, 임진왜란기의 조선, 톨스토이 등이 누비던 러시아를 누비며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한지,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징비록>에 대해서 다루는 <징비록, 과거를 경계해 훗날을 대비하다> 파트는 기억에 남는다. 흔히 철학 하면 서양을 떠올리고 그것이 주류인 것이 당연시되는 그런 풍토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사실 지명부터가 낯설어 와닿지 않는 서양의 사례보다는 동양의 사례가 내게는 훨씬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미 우리 조상중에도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며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사색한 사람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징비록>을 쓴 유성룡이다. 그는 조선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기간동안 직접 겪은 바를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사람이다. 정작 <징비록>에 주목한 곳은 조선이 아닌 일본이라서 이런 훌륭한 시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에 안타까움이 남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과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반성 없이 그저 과열된 감정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런 내용을 딱딱하지 않고 실제로 임진왜란기의 일화를 통해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옛날이야기처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주고싶다.

  이외에도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더 알차게 살아가라는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담은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라는 부분도 인상깊다. 아래 대목에 여기서 전하고싶은 내용이 얼추 다 담겨있는 듯하다.


  죽음을 기억하면 현재가 놀랄 만큼 풍요로워집니다. 매 순간이 선물처럼 느껴지고 또 그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되지요. 그래서 톨스토이는 <인생의 길>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밤까지 살아라. 동시에 영원히 살아라."


  참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오늘 밤까지 살라는 것은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지요.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살라는 말에는 바로 죽음을 기억하기 때문에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유한한 삶과 영원은 하나가 됩니다. 이때의 영원히 산다는 것은 끝없이 지속되는 시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때의 영원은 양의 개념이 아니라 충만한 시간, 완전히 채워진 시간, 그리고 풍요로운 시간으로 해석됩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중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에서 인용




  2부에서는 "삶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라는 주제를 걸고 상처, 고통을 넘어 행복해질 수 있는 여러 방안에 대해 제시한다. 앞부분에서 다소 객관적으로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다시 침착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뒷부분인 2부에서는 결국 행복은 우리 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그렇다. 다만 1부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내용이 일부 있었다.

  <고통을 넘어 희망으로>라는 대목에서는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것을 원하기 때문에 고통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나 부적절한 예가 오히려 개인적으론 내용 몰입에 방해가 됐다.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의 여성은 쇼핑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주로 눈으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생각지도 않았던 봉투라도 건네면 큰맘 먹고 아웃렛에 가서 명품 백을 삽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동창회에 나갑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자기보다 훨씬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신상백을 들고 나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이렇게 욕구를 끌어올렸다가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우리는 고통에 빠집니다.


???????

  본인의 성역할에 대한 기치관 잘 들었습니다.

  저자인 박승천 교수님은 이런 예시를 듣고나면 기분이 어떤가요?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아무리 저자가 남성이고 연령대가 있고 가치관이 지금 세대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성차별적인 발언이고 실례이지 싶다. 여성이 쇼핑을 좋아하고, 직접 돈을 벌지 않으며,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 중에서 여유가 생기면, 명품백을 사고, 그리고 그것을 자랑차원에서 동창회에 들고갔다가 망신을 당한다는 사례는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 너무 마초스러운 예시 아닌가? 저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본인 주변에서 겪었던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행복을 전하는 강연을 담은 책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하다못해 불쾌하기까지 한 내용이다. 다른 내용은 흔히들 말하는 자기계발서랑 별다를 것 없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하는걸 주저하지 말고 사는 동안 많이 사랑하는 내용인데, 중간에 문장이 섞인 오타도 있고 이 파트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여러모로 신경을 덜 쓴 부분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후 다른 분야에서는 저자마다 자기 분야를 살려서 행복에 대해서 전파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명상 쪽으로 집중해보라는 저자도 있었고,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자도 있었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글은 최인철 교수의 <행복은 몸에 있다>였다.

  우리는 소비사회에서 살면서 소비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저자에 따르면 소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소비할 것이냐, 무언가를 경험하고 체험하기 위해 돈을 쓸 것이냐가 바로 그것이다. 소유하기 위한 소비의 결과로는 재화가 남고, 경험하기 위해 소비한 결과로는 경험이 남는다. 예시로 전자는 옷이나 장신구를 들 수 있고, 후자는 공연이나 여행을 들 수 있다. 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후자가 훨씬 더 지속성이 뛰어나고 행복의 강도도 높다고 한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수입 규모도 다르지만 어차피 소비하면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있다면, 경험을 택하는 쪽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나는 실제로 재화를 사서 남기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문화생활로 경험을 쌓는 데 더 치중하는 편이라 이 편이 전반적으로 감사하게 와닿았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헛짓거리만은 아니구나.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당연한 수순이었구나. 이 부분에는 참 많이 감사를 표하고싶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진다면 내 주변사람도 행복해질 것이고 이상적으로 나아가면 우리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방향과 정당성을 제시해준 것 같아서 이 장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장마다 저자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문학이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그 질문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말고 주변에서 찾고자 노력하며 내 스스로에게 좀더 관심을 가지고, 남이 아닌 나의 삶을 살며 그리고 주변에 친절과 자비를 베풀라는 말이 이 책에서 전하고 있는 바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실천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부일부씩을 그때그때 적용해나가게 된다면 내 삶도 어느순간 뒤돌아봤을 때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실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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