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 -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유쾌하게 사는 법
황위링 지음, 이지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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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위한 나와의 글쓰기

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유쾌하게 사는 법)- 황 위링 지음/이지연 옮김

황투시안, 황즈잉 등 중국의 심리학자들의 좋은 책들을 접하고

꽤 좋은 인상이 남아 있어 중국 심리상담소에서 10년간 일해왔다는 경력의 황위링의 도서를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책 '상처받은 아이는 슬픈 어른이 된다'(저자 황즈잉)에서 얻었던 감동을 다시 만나기는 아마도 어렵겠지만

심리적 고민의 여러 경험을 다각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책에서 내건 제목처럼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나의 모습이 턱하니 마음에 걸려 고민 없이 도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저자는 베테랑 상담사로 '공격 성향'과 '남의 비위를 맞추는 유형'의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활동한다고 한다.

책 '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에 '내면을 위한 글쓰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내면의 소리 반응 인지하고 이해하기,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수용하기, 고통이 일어나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이별이 올 수 있다는 사실과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 실전 같은 실전 학습 등 책에 담긴 일련의 과정의 사례담 바로 직후에 실려 있는 '내면의 쉼표를 찾는 여정'이라는 글쓰기 때문이다.

총 21번의 글쓰기 쉼표는 실제로 치유의 한 과정으로 고요한 장소를 택해 15분에서 30분 정도 나와의 시간을 가진다. 글로 내 안의 이야기를 써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인지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지도록 유도한다.

물론 글을 써보고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 과정은 선택이겠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독자이면서 환자로서 책을 대할 수 있었다.

쉼표에 걸 터 앉아 나를 돌아 볼 기회를 기꺼이 제공했고

하다 보니 이것은 필요했던 것 같다.

책의 일부로,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친절을 베풀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고 헌신도 감내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관계가 소원해지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이 생긴다.

이 고독의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아 매우 깊은 사랑과 이해 관심이 필요하며 감정적인 교류가 원활하고 안정감을 주는 상대를 찾으면 치유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이것은 완연한 나의 모습이었다.

사람을 통해 어쩐지 스스로 상처를 받고

또 다른 타인에게서 위안을 얻고 치유해온 나날.

그럼에도 또 떠나가는 사람과 다가오는 인연. 반복되는 슬픔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모든 것이 허무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때가 되어 사라진 것이며 현상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필요로 한다.

최근 필자는 인간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렸다.

미니멀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등 정리 정돈의 소중함과 그 간결한 멋에 끌려

내가 가진 추억의 짐들을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리적 짐들 마음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 사들이던 병적인 소유욕(한 가지 물건 등을 종류별로 모아대는 일)을 내려놓기로 한 것인데

이제 내 방과 서랍은 점점 비워져 갔고 물건을 볼 때마다 떠오르던 물건과 얽힌 사람들의 내음이 하나둘씩 지워져갔다.

게다가 비어있는 정갈한 공간은 복잡했던 나의 뇌를 어느 정도는 쉬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저자 역시 말한다. 관계 또한 하나의 그릇임을. 아마도 이 그릇은 공간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낡고 허름한 그릇일지라도 어쨌든 그릇이며 그 공간이 비워지면 또 다른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비워진 자체로도 하나의 채움이다.

많은 생각들이 난무하는 요즘, 주변 정리 정돈과 공간에 대한 고찰로 매일이 비워내기의 나날인 필자로서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방문한 병원처럼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


내담자들의 사례를 읽는 것은 빨랐어도 글을 쓰며 마주하는 것은 사실 15분 30분보다는 더 소요되었는데

덕분에 몇 주 내내 품고 다니며 기존의 책들처럼 깨끗하게 보전(?)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나를 토해낼 수 있었다.

정신과나 심리 상담은 낯설어 도전치 못하지만 스스로 부합하는 면이 있어 공감하고, 내면들 비추어 보고 점검을 하고 싶다거나 나아가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해 볼 마음이 있는 쓸쓸한 그 누구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만 공감하는 요소가 있을수록 자칫 쓸쓸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책에서도 언급하듯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자.

저자는 말한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잘못도 죄도 아니다. 이제 나의 시선을 밖이 아닌 안으로 돌릴 시간이다.


이 짧은 가을 아직은 바람이 좋다.

내면의 나의 힘과 희망을 조금은 품어도 좋다.

저자의 상담의 횟수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정작 치유의 정답은 내담자, 독자, 내면을 바로 보고자 하는 바로 우리 안에 있음을 여실히 알려주는 책.

펜을 꼭 하나 챙기고 책을 접하시기를.

인간은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와 연결이 끊어졌을 때 가장 깊은 고독에 빠진다.

연결의 매듭을 가장 먼저 만드는 역할은 부모이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연결을 갈망하게 된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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