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란 무엇인가
맷 월시 지음, 남미희.신대섭 옮김 / 문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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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의 '성'이라 함은 태어나며 주어진 생물학적 '성'이 아닌, 스스로가 '성'을 고를 수도 있는 시대라는 생각과 이념이 나도 모르게, 또한 우연하게도, 또 조금은 의아하게 수긍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펭수의 성별 논란, 게임 오버워치나 사이퍼즈 등에 등장하는 영웅의 성별이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다시 제작된 영화 신데렐라의 요정 대모는 트랜스젠더로.

'취향 존중'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더더욱 두루뭉술하게 그 이념의 언저리에 내가 있었던 것 같다.

게임이나 영화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각종 매체에서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도 더 많은 성의 case를 마주하는 요즘, 어쩐지 좀 더 정확히 알고 이해하고 싶었다.

정체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나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그리고 갖은 상식 용어들에 대해서도.

What is a Woman.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크게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인기 있는 연설가 '맷 월시'의 이 질문은

당연하고 간단한데도 왜 멈칫하게 될까?

마치 사랑은 무엇인가?처럼 결은 다르지만 같은 방대함으로 다가오는 질문.

과연 여자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현시대의 시선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은 맷 월시가 이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일반인 여성을 비롯한 성과 젠더를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포함한 인터뷰를 이어가는데 수많은 만남과 대화 속에서 성과 젠더에 대한 여러 실험과 역사까지 살펴보며 질문의 답을 밝혀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맷 월시는 이 전문적이면서도 상식적인 인터뷰를 통해 성의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각종 견해와 실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답하고 생각하는지, 젠더 이론 자체의 근원적 질문까지 마주하는데 나는 이 대화들로 하여금 최근 소셜네트워크에서 이슈되고 있던 젠더 이론, 이 젠더 이론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알 수 없었던 성 관련 용어들, 그리고 성을 바꾸는 과정의 하나인 '성별 확정 수술'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까지도 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가진 부모는 아직 아니지만 만약 나의 아이들에게 성교육이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때가 온다면, 과연 스스로도 잘 모르는 내가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라는 자문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성별 확정 수술 등을 다룬 다소 부검과도 같은 표현을 읽을 때는 불편함 보다 반드시 알아야 할 성교육처럼 필요 지식의 일부로 느껴져 오히려 유익했다.

'성'이라는 질문과 화두에 자주 언급된다던 마그누스 히르슈펠트 의사와 킨제이, 주디스 버틀러 등은 사실 생소했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간 궁금했던 알쏭달쏭했던 것의 퍼즐이 맞춰지며 이해가 되어 기억되는 뉴스도 생각나곤 했고 그들이 내건 운동들이 어떤 것을 시사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컸다.

또한 젠더와 성교육 부분에서는 어린아이들에게 과도한 난이도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도 있어 다소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책에서의 언급만으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은 검색해서 따로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지금의 우리에게 시의적절한 도서라는 생각만큼은 옮긴이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성 정체성 안에서 혼란을 겪고 있거나 새로운 '나'를 선택한 사람들에 있어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책 속에서,

컴프리의 '자신이 누군지 아는 사람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일이죠.'라는 대목과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는 두 영혼의 성별이 존재한다.'라는 부분.

그리고 권리에 관한 말로 나는 다소 다르게 이해했지만, '가장 해방되어야 할 여자는 모든 남자 안에 있는 여자이며 가장 해방되어야 할 남자는 모든 여자 안에 있는 남자다'처럼,

사람의 일생은 평생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심리적인 성을 떼어내어 이해하고 싶은 것과 그 의의에는 많은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책이 나에게 안겨준 안도감처럼 부디 진실을 안고 가면서 개인의 사상에서만큼은 그 또한 자유롭기를.

예민하고도 중요한 요즘의 이슈, 그러나 어쩌면 모두 알고 있는 진실에 관한. 그것이 어쩌면 성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나와 같은 구도에서 궁금함을 안고 있는 분들이 있으리라.

이 어쩐지 아픈 여정을 인터뷰와 탐구로 엮어낸 저자와 한국으로 소개해 유익함을 전해준 옮긴 두 분에게 따스한 감사를 전하며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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