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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드바리의 예술적 향수 - 세계적인 조향사 니꼴라드바리만의 향수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여정
니꼴라 드바리 지음, 강연희.유상희 옮김 / 샹다롬에디션 / 2023년 7월
평점 :

책이 원작이었던 영화 '향수'를 아주 짙게 기억한다.
화장도 잘 하지 않으면서도 향수 가게는 늘 기웃거리는 나였고
향기에 매료되어 구매는 해도 막상 뿌리지는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똑같은 향수를 뿌려도 개인의 체취에 따라 그 향기가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 신비롭기까지 했다.
이런 향수에, 향기에의 관심은 필자 스스로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관심의 갈래다.
'니꼴라드바리'는 세계적인 조향사의 이름으로 개인 향수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책 '니꼴라드바리의 예술적 향수'는 조향사나 향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알아가고 싶은 마음 하나로 선택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고 사진과 레시피 원재료들의 설명집도 품고 있는, 일종의 어떤 잡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름다운 꽃과 허브, 그리고 다채로운 아로마, 자연에의 기억. 파편.
어떤 한 가지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든 상상 속의 풍경을 내음으로, 그러니까 코로 읽어야 한다면 그것이 바로 '향수'가 아닐까
모든 장이 모두 흥미롭고 향기로운 도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향수를 뜻하는 퍼퓸이라는 단어는 '연기를 통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긴긴 역사를 품고
이야기는 로마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연수와 유향 그리고 몰약 등 평소 자주 듣지 못하던 진귀한 원료들이 아로마의 재료였으며
농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부터 인도, 이집트,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얻을 수 있으며 동일한 품목도 나라마다 수확 방식 따라 그 향기마저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꽃과 허브는 마치 와인처럼 terroir 떼루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았다.
심지어 장미와 재스민은 수확의 방식 또한 중요했는데 이를테면, 다량 수확, 한 송이씩 수확 등으로 나뉠 만큼 그 채취 과정마저 섬세하다.
그렇게 향수는
고대에 신성시하던 물건을 다수의 시민들 또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향수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아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절에는
'고약한 냄새'가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해 아름다운 향수를 온몸에 뿌리는 것을 전염되지 않는 방법으로 믿었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흥미로우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코로나를 겪은 지금의 우리 역시 공공연히 행해지는 민간요법들을 사용하기도 하기에.
향수도 그렇게 인류 역사에 함께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각별했다고 여겨지는 욕조와 식탁, 그리고 침대에서 사용되면서 향수는 쾌락의 동반자가 되기도 했다 한다.
이처럼 향수의 오랜 근원과 유래된 이야기부터 에센스나 최초의 오드콜로뉴와 같은 위생용품, 요즘의 인센스 스틱과도 같은 향료, 포마드, 포푸리 등 향기와 관련된 꽤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책속에서 전통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접목을 시도하였던 천재적인 조향사 코티의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독학만으로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가 30년 만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코티.
레망, 시프레, 에메랄드, 파리와 그의 마지막 향수 푸주레 오 크레퓌스퀄까지.
사실 저자는 흥망의 30년이 짧다고 하였지만 필자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향기로 각인되기에 충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로티가 루브르 백화점에서 깨뜨린 첫 향수 이야기는 흡사 영화 '향수'의 엔딩을 떠올리며 내 기억속에 겹치며 상상되기도 했다.
코티는 세상을 떠나기 전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유일하게 꿈꿨던 한 가지가 인동초 향'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인동초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만 분포하고 겨울에도 꽃에 따라 잎이 지지 않아 인동이라고 불리는 흰 꽃이었는데 이마저도 내심 궁금해졌다.
또한 음식처럼 향수도 좋은 재료가 중요하다.
책에 끌린 것 또한 이런 것들이 이유여서 이 부분도 재미있게 보았다.
에센스를 이루는 60여 가지 기본 향신료 파트는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물론 향기로움의 제조 과정도 궁금했지만 처음 보는 향에 대한 정보와 이름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필자는 커피와 와인을 좋아해서 처음 커피와 와인을 공부할 때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향이 너무 궁금하여 이것들의 감각을 잠깐이라도 느껴보고파 온갖 비싼 키트를 아르바이트비를 탈탈 털어 사기도 했고 대형마트 수입 코너에 가서 사용하지도 않을 향신료를 잔뜩 사기도 했었는데
목서나 몰약, 제라늄, 랍다넘 같은 새로운 것들은 이름 자체로도 미지의 향기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와이너리에서 새로운 와인을 위해 어떤 포도 품종을 배합할지 어디에 보관하여 숙성할지 고민하듯,
와인 소믈리에가 다양한 세상의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을 고민하듯,
조향사는 좀 더 많은 갈래 안에서 향기들의 블랜드를 고민하게 될까?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직업일 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조향사들마다의 기억이 그 재료가 되기도 할까? 상상도 되었다.
다양한 모든 경우의 수를 차마 글이나 머리로 나열해 볼 수도 없을, 아주 많은, 무궁무진함이 내재되어 있을 것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였다.
현대인에게도 지친 몸의 피로를 씻어내는 일은 여전히 힐링의 한 형태다.
가정에서는 샤워와 반신욕이,
여행지에서는 온천과 아로마로.
마침 책을 읽던 즈음 한 백화점에서 나눠주었던 작은 종이에 담긴 베르가못 향기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아주 익숙하지만 어딘지는 모르는 어떤 산속에서 작게 피어난 야생화를 지나칠 때 느꼈던 장면인지,
요즘은 향기를 맡으면 정해진 1가지 재료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장면'을 느낀다.
다양한 향의 섞임이 아마도 그렇게 느끼도록 제조되는 것도 같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향기들 속에 살고 있다.
책을 통해 모르고 있었던 혹은 내안에 잊고 있었던 궁금증들이 한껏 피어올랐고
처음 들어보는 향수 보석, 아로마, 향수 오일 등의 새로운 것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원재료의 소개와 제조 방법에 이어 나만의 향수 비누에도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수많은 레시피까지 과감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웬만한 레시피는 많고
또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나만의 레시피를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그야말로 방대한 자료의 홍수 속에 살고는 있지만.
스스로의 인생에서 40여 년을 조향, 향수를 연구하고 희귀 향수를 탄생시키고 대중화에 현재까지도 기여하는 한 사람의 책을 마주하는 이 감정은
꽤 벅차다.
누군가의 평생을 단 몇 시간, 며칠에 느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한 감격할 일인지
매번 책을 읽으며 감사하고 감사한다.
늦게 도착한 가을, 서평은 끝나지만 책의 음미는 계속될 것 같다.
평소 다양한 향기를 맡는 일이 행복하시고
다채로운 향기를 뿜어내는 홍차나 커피의 시간을 좋아하며
그 향수를 만들어내는 향기들은 어디에서 왔을지 궁금했고,
한번씩 향수를 선물하더라도 어떤 느낌의 향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고 싶었던 그대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