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미술 - 현대의 신비주의자를 위한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하지은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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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나는 별자리 운세와 띠별 운세를 보았다.(점성술과 별자리) 종종 멀티 게임 블랙 서바이벌에서 '생명의 나무'를 채집하거나 '에메랄드 태블릿'을 만들기도 하고. 우리는 신비로운 마법의 능력을 가진 도구나 게임과 영화에 등장하는 사물과 캐릭터 아이템의 이름으로, 아주 오래전 사상의 흔적이 깃든 이름을 가져와 사용하곤 한다. 가끔 이 시대의 것이 아닌, 색다른 느낌을 주는 사물의 이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 느껴지는 찰나의 신비함은 수 세기 전부터 그 신비가 간직된 채 풀리지 않은 인류의 창조적 호기심 때문일까?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일상 속엔 오컬트와 관련된 것이 생각보다 많이 녹아 있다.

현재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늘 영감에 목마를 것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스토리를 만드는 기획자, 광고 디자이너, 또 각종 예술가들 등... 그 장르라도 아이디어와 호기심이 재료가 되는 창조적 일을 하는 사람은 역사 속 미술 작품에 영향을 미친 재미있는 이야기라니. 게다가 마술과 연금술이라니. 영감의 총체를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읽을거리보다는 볼거리가 많다. 이 볼거리는 단조롭지 않고 다채로워서, 그리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무형의 것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 보는 동시에 생각할 거리 또한 많다. 궁금해진다. 책에서 말하듯 현재를 살아가는 신비주의자를 위한 '시각'자료집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보고 나면 오히려 분야별로 더 많은 도서를 찾아 읽고픈 갈증이 몽글몽글 거리며 생겨나는 책.

우주, 신적 존재들, 실천자들. 오컬트 미술(The Art Of The OCCULT)는 크게 3부로 나뉜다.

1에는 형태와 기하학, 별과 점성술 그리고 황도십이궁과 연금술. 2에는 미술 속에서의 신, 불멸의 존재, 카발라, 헤르메스 사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3에는 마법의 약, 마녀와 마술, 심령주의, 미술에서의 점술, 또 의식과 마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시험의 출제 범위가 그런 것처럼 카테고리의 범주가 방대하면 각 시대의 중요한 큰 사상들만 시험에 출제되듯 책 역시 각 학술별로 유명했던 그림과 작품 위주로 설명이 되어있다. 머리말에서 먼저 볼 수 있듯 책에서는 이 불가사의한 예술적 탐구를 연대순으로 다루지 않고 헤르메스 주의, 연금술, 카발라, 프리메이슨, 신지학, 심령주의 등 오컬트 테마 등을 소개하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도 너무나 유명한 1490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 인체도부터 존 컬트 하트의 2017년 아비조우까지. 한 점 한 점 그야말로 다채롭다. 묘하다. 색채와 표현 또한. 어떤 작품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유연하다. 또 어떤 작품은 원래는 보통 사람이었다가 영적인 존재의 부름을 받거나 듣고 갑작스레 그림과 작품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각 학술과 마술에서 슈퍼내추럴한 현상을 겪거나 동류의 모임에 가담하여 영향을 받은 것이 동기가 된 이런 경우가 세기별로 늘 있어왔던 것처럼 다양한 연도에 발견된다.

사상과 연결된 것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결국은 영감을 준다.

영감은 또 다른 영감 속에서 신비함을 낳고 낳고. 또 낳기를 반복하며 잉태한다. 황도 십이궁과 별자리 점성술은 말할 것도 없다. 우주 창의력의 가장 보편적인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지리산 자락에서 본 밤 하늘의 별을 아직도 기억한다. 흙이 느껴지는 땅에 드러누워 바라본 밤 하늘의 은하수. 그때의 감각은 시각과 촉각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 너머의 어떤 것과도 연결된 느낌이었는데 도대체 저 반짝임의 저변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하는 미지를 향한 호기심과 의문. 끝을 알 수 없는 설렘이 있었고 이것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과학적 설명으로는 어쩐지 너무나 부족하기만 한 세상의 묘함. 지금도 대문만 열고 나가면 하늘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너의 신비는 알 수 없는 것. 신비로와 아름다운 것은 또 아닌지.


책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야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특이했던 점은 마녀를 소재로 한 작품 23개로 가장 많았던 것이다.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해로운 것이 있다면 여성일까. 마녀일까. 인상적이었던 그림이 몇 장 있었는데, 가티야 켈리의 '알케미 알케미아'(p81)와 베리 윈저 스미스의 '마녀'(p174)였다.

알케미 알케미아는 마녀는 아니지만 '가장 깊은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라는 글쓴이의 해석 때문인지 한참 응시했다. 그림 자체가 신비롭기도 했지만 빛으로 묘사된 흰 부분은 2D로 표현된 작품임에도 뭔가가 꿈틀거리는 느낌마저 있었다. 또한 1978년 베리 윈저 스미스의 '마녀'는 보자마자 시선을 빼앗겼다.

정면을 응시하는 마녀의 큰 두 동공과 날개를 움츠린 듯한 모포 아니 어쩌면 어깨가 그렇게 발전한 것일까? 새의 발처럼 보이는 발톱이 있는 발, 주변을 가득 메우는 야생 풀들.

어쩐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이 생각났다.(그도 마법사다) 하울이 힘을 사용한 대가로 저주에 빠져, 우울에 휘감겨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 나오지 않던 장면이 있는데 마치 그 씬과 지독하게도 닮아있었다. 베리 윈저 스미스의 작품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해도 흥미로우나 원작자의 상상 속 마법사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고 해도 흥미롭다. 중요한 것은 분명 마법과 마술 연금술 등은 인간의 예술과 미술의 모터처럼 신비함의 원동력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그 또한 책을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재밋거리로 남기고 싶다.

흥미롭고 신비한 미술 작품은 늘 그래왔듯 한 폭의 그림 속에서도 세월의 내음이 담긴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단 며칠 안에 이 책 속에 담긴 그림의 모든 정수를 느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저자의 말처럼 꼭 이 신념을 받아들이고 실천할 필요 또한 없다. 하지만 특별한 그림을 그린다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하기에 앞서 오래전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에 대한 인류의 끈질긴 고찰과 이해, 이 테마 자체를 평생을 걸쳐 연구한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흔적을 밟으며 현재에서도 골몰할 수 있다는 것. 한 폭 한 폭 머물러 사물과 우주를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재미있는 도서다.


무엇보다 시대를 막론한 오컬트 작품들을 한데 모아 한 번에 볼 수 있다니 그만으로도 충분히 소장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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