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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고 재밌겠다라는 생각과
책에 대한 평이 좋아 구입을 했다.
요즘 한동안 가벼운 책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선택하는 책도 주로 소설이다.
'진주귀거리소녀', '파이이야기', 그리고 이 책을 끝내고 펴 든
'내 이름은 빨강'까지...
책을 신청한 후 같이 신청한 신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를 알라딘에서
확보하지 못해 일주일이 지나서야 책이 도착했다.
'진주...'를 읽고 '파이...'를 꺼내들고는 무슨 책이지?
3월 14일에 읽어야 하는 책인가(3월 14일은 3.14 파이의 날--;;) 의아했다.
그다지 읽고 싶은 욕심이나 관심이 크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경영하는 부모 밑에서 동물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면서
생각의 폭이 넓고 깊이있는 소년기를 보내던 파이 파텔은
인도 정치에 실망한 부모와 함께 캐나다와 미국 등에 넘길
동물들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로 이주한다.
태평양 가운데서 그들은 실은 화물선은 원인 모를 사고로 침몰하고
구명보트에 남겨진 것은 리처드 파크라는 호랑이와
하이에나, 오랑우탄,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그리고 약한 인도 소년 한명.
동물의 먹이사슬에 의해 얼룩말과 오랑우탄은 하이에나에게 먹히고
마지막 남은 것은 하이에나를 잡아먹은 호랑이와 파이.
태평양에 표류하는 227일 동안
파이는 자연에서 강자인 호랑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먹이를 던져주고
(아주 약한)물질문명인 호루라기를 이용해 호랑이의 주인으로
자신을 인식시키고 구명보트 안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다.
하지만 리차트 파크는 파이가 이겨야만 하는 그로부터 살아남아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언제 구조될 지 알 수 없는 미래,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끝간데 없이 펼쳐진 바다 속에서 치떨리는 외로움 속에서
함께 견뎌내는 동료이다.
망망대해에서 호랑이에게 한치의 긴장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가 죽어 혼자 남을까봐 애닳아 하는 게 인간.
비슈누, 기네샤, 시바의 힌두신을 믿고 알라를 믿고 예수를 믿는
파이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신이나 종교 자체를 사랑했기에
신에게 매달리지 않고 신의 존재를 느끼면서도 자기 스스로
자연을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파이와 리차드 파커와의 관계,
거친 파도 속에서 싸우고, 살기 위한 처절하고 슬픈 먹는 행위,
절망과 공포 속에서도 신을 느끼고 신에 대한 갖는 경이감.
이 모든 것들이 절망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우울함과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했다.
부커상을 받았다 하고 작품에 평이 좋았지만
3월 14일 읽어야 하는 책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대한 게 없는 책인데
가슴 가득 아픔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가진 책이다.
부커상(the Booker Prize)
매년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씌어진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주는 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