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소년 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1930년대 중반을 넘어섰다.
옥살이를 끝낸 길상은 관수, 강쇠 등과 진주 등지에서
민중들에게 항일감정 고취와 민족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두만이등을 비롯한 친일파에게서 임시정부 이름을 빌어
군자금을 갈취한다.
더이상 해방을 꿈꾸지 않는 민중은 팍팍해져만 가는
생활에 어깨가 더 쳐지는 가운데
4부는 맥이 빠져 기진한 채로 전개된다.
환국과 윤국이 커 가고 관수의 아들 영광이 일본에서 방황하다
색소폰을 부는 딴따라가 되어 아비 가슴에 멍을 안겨준 것과
홍이 간도로 돌아가(?) 공장을 차려 살아가는 것,
야무가 만신창이 되어 돌아오고
숙이는 한복의 아들 영호와 결혼하여 윤국과의 소문 때문에
영호로부터 의심과 질투에 시달리는 신혼생활을 하고
관수의 딸 영신은 강쇠의 아들 휘와 결혼하는 정도가 변화일까.
참, 서울역에서 조찬하를 만나 귀가하는 임명희에게 이혼선언을 한
조용하가 되려 찬하로부터 형이 이혼한다면 형수와 결혼하겠다는
엄포를 듣고 선언을 철회한 반면 임명희는 짐을 싸들고
여옥을 찾아가다 한번 자살을 시도하고 통영 어느 시골 소학교에서
자수선생을 하면서 절망해 가는 것,
찬하, 인실, 오가다가 명희를 찾아갔지만
찬하는 명희의 절망과 표독함에 도망치고
남은 인실과 오가다는 그날 밤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게 되는 것,
그 생명을 동경의 찬하에게 맡기고 간도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 것.
아마 이런 것들이 변화없는 4부의 내용에서
조금은 수면위로 떠오르는 변화일 수 있겠다.
아주 작은 글씨의 적지 않은 분량의 책-또한 굴곡도 그다지 없는-에서
많은 내용을 그냥 넘겨버렸다.
인실과 오가다의 한일 문화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고 공상 속에 살아도
끼니 걱정 없는 오가다와 찬하의 공허한 토론들...
반복되고 반복되는 대화들.
한 사람이 전에 했던 비슷한 얘기를 쉬지도 않고
서너장을 쏟아부으면 읽기도 전에 질려버린다.
박경리씨가 너무 길게 욕심을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호흡이 긴 대하소설을 쓰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도 되는
어쩌면 없거나 아주 개략적으로 기술되면 더 좋을 얘기들인데도
작가 입장에서만 쓰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일었다.
이제 해방까지 10년의 세월이 남았다.
남은 네권의 책에서 해방까지
간도에서의 투쟁과 한반도에서의 민중이 삶,
지식인의 허공을 맴도는 논쟁이 계속되겠지.
중간중간 외도를 하듯 다른 책을 기웃거리면서도
독자의 입장에서 읽든지 작가의 입장에서 이해하든지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다른 대하소설보다 중간 이후 휘어잡는 힘이 덜하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