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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운동사 -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역사
한윤형 지음 / 텍스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저자가 전장에서 직접 싸우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써내려간 기록물이고, 다른 하나는 패배한 전투를 반성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전략집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한윤형은 '정리의 달인'이다. 그러므로 첫번째 임무는 완벽하게 달성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후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언급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 즉 언론운동의 목표는 무엇일까? 언론들이 사회 문제들을 공론화하여 건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론화란 무엇인가? 사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제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왜? 사회의 공적인 문제들이 개인에게 일어난다고 하여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게하기 위함이다. 만약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정작 책임을 져야하는 권력들은 개인들 뒤로 숨어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이나 정당과 같은 조직이 있는 것이고, 이들이 자기역할을 해줘야 공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언론운동의 목표이다.
안티조선운동 역시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이었다. 하지만 안티조선운동이 진행되면서, 이 운동은 오히려 이러한 대의를 상실한 채 조선일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안티, 안티를 위한 안티로 변화한다. 이는 조선일보가 오랫동안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짓이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편향성을 지양하기 위한 운동이 전략적으로 상정했던 '주적'의 모습을 닮아버린 꼴이다. 그리하여 건전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적과 그 적이 서로를 매장하겠다고 나뒹구는 뻘밭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한윤형은 안티조선운동을 실패라고 규정하며, 공론의 장을 만드는 길을 내기 위한 새로운 싸움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지만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는 불완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저자를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한윤형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모두"가 함께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싸움의 과정에서 좀 더 정교한 전략과 싸움의 기술들을 익혀갈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싸움 자체가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