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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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


지난 7월에 읽었던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저자는 또 신간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역시나 나는 웃기도 하고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하며 그의 솔직 담백한 글들을 읽어나갔다.

 

 

 

 

이외수 작가와 정태련 화백의 만남은 이번이 벌써 여덟 번째이다. 이 책 전반부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인생의 끝까지 함께 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두 사람의 관계 속에도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작품을 함께 할지 기대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4장에 대한 내용은 앞서 포스팅한 내용을 참고하길 바란다.


 

5~7장의 내용 중에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나왔지만, 앎에 대한 것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 참 많이 나왔다.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로서는 내 자신이 너무 얕아 부끄러웠고, 그의 말씀이 왠지 따끔한 채찍질 같이 느껴졌다.



"(상략) 굶주림만큼 인간을 처절하고도 저급한 동물로 전락시키는 형벌이 있을까. 그러나 육신의 굶주림보다 훨씬 더 인간을 처절하고도 저급한 동물로 전락시키는 것은 영혼의 굶주림이다. 참으로 무섭고 어이없는 실상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자각도 위기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p.164

"(상략) 책은 우주로 연결된 통로다." - p.186

"지갑이 텅 비어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뇌가 텅 비어 있는 것이며 뇌가 텅 비어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영혼이 텅 비어 있는 것이다." - p.192


저자의 글을 읽고 영혼을 가꾸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영혼을 채우는 것일까. 마음을 다스리고 수련하는 것일까. 많은 책을 읽고 지적 재산을 쌓는 것일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깨달은 것은 외면을 가꾸는 것만큼 내면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고 항상 균형을 잃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SNS를 하다 보면 외모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본받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 열심히 운동해서 원하는 건강한 몸을 만든 사람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몸매를 드러내 보이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두드러지게 찍어놓은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오면 도대체 이런 사진을 왜 찍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린 말로는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아닌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고 하지만, 사실상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더 인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예쁜데 마음씨도 고우면 금상첨화겠지. "예쁜데 공부도 잘 해"라는 것과 "못생겼으니 공부라도 잘 해야지"라는 말만 봐도 사람들의 본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혼이 맑지 않으면, 마음이 곱지 않으면, 얼굴로 몸으로 그런 것들이 다 스며나오기 마련이고, 예쁜 얼굴 뒤에 숨겨진 뒷모습은 언젠가는 발각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 아이돌 가수의 역사문제로 크게 이슈가 된 적도 있지 않은가. 나를 가꾸고 사랑하는 것은 외모만이 아닐 테니, 언제나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부는, 사람을 알게 만들고, 느끼게 만들고, 깨닫게 만든다. 앎을 우리는 지식이라 하고 지식은 머릿속에 소장된다. 머릿속에 소장되어 있던 지식이 가슴으로 내려와 사랑과 융합하면 지성으로 발효된다. 앎의 단계를 지나 느낌의 단계를 체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지성이 더 많은 사랑과 융합하면 지혜로 숙성된다. 여기서부터는 깨달음이 지척지간에 닿아 있다. 만물 중에 그대가 편재되어 있다." - p.202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희망하지만, 그동안 지혜롭지 못한 나를 탓할 때가 참 많았다. 지금보니 사랑도 부족하고 지식도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다. 많이 보고 많이 배워야지.

 

 

 

 

시간의 옆구리, 작은 골방 하나를 나는 알고 있다.
가끔 나는 그 골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한다. 그리고 모든 현실은 사라져 버린다.


 

누구에게나 이런 방이 하나 필요하다. 조용히 자신을 혹은 하루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끊임없이 명상을 하고 깊은 사색에 잠기다 보면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고 내 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깊이 있는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영혼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은 아닐까.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책을 덮은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 책은 마치 2권의 서로 다른 책(에세이와 도록)이 한 권으로 정말 잘 어울리게 합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글만 보아도 좋고 그림만 감상해도 좋은 책. 짧지만 간결한 글 속에는 뼈가 있고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한 편의 시 같은 글도 있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림도 있으니 책을 보며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매번 글이 빽빽한 책들을 읽다가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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