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
바바 미오리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도 시골생활은 처음입니다』
바바 미오리 지음 • 홍주영 옮김


주말마다 어디든 놀러가고픈 마음은 큰데 어딜가야할지 고르고 계획을 짜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평소 자연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삶을 꿈꿔서였을까, 어쩌면 며칠 전 놓쳐버린 귀농의 기회가 아쉬워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평일엔 도시에서, 주말엔 시골에서 생활을 한다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캠핑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두 지역 살이를 한다니.'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은 비슷한 삶을 살고있지 않을까.'



신혼여행으로 도쿄에서 가고시마까지 종단을 했고 그 여행의 최종 목적이 가고시마와 미야자키 지역에서 자라는 아열대식물 풀고사리를 구경하는 것이었다는 이 부부가 우리 부부보다 좀 더 남다르게 자연에 애착이 있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자연 가까이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같은 부모로서 느끼는 것이었고 그것이 이 부부가 시골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첫걸음이기도 했다.

 

 

집에서 뒹굴뒹굴 떼굴떼굴하다보면 이런 숲 한가운데 위치할 수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지지 않은가.
바람이 불면 나뭇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고, 비가 오면 사방에서 토독토독 빗소리를 들으며 진한 풀냄새와 젖은 흙냄새를 맡을 수 있고, 밤이면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볼 수 있다는 것.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런 대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이고 행운이 아닐까!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지역 살이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두 지역 살이의 삶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채워져있었고 마지막 칼럼으로는 두 지역 살이에 대한 정보도 들어있었다.

이 책은 일본이 배경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두 지역 살이를 시작할 떄 유의할 점과 두 지역 살이를 하며 느끼는 점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책가방을 내던지고 날이 저물 때까지 친구와 노는 공터, 누구의 것도 아닌 여백 같은 장소는 「도라에몽」의 세계에나 있을 뿐이다. 현재의 도시 환경에서 그런 모호한 세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빈곤해진 것이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 주택에서 살았을 때 집 주변 공터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던 기억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고, 공터에서 흙을 파헤치고, 이름모를 식물들을 따다가 돌로 찧고, 씨앗인지도 모른 채 던져놓은 화단에서 새생명이 자라는 것을 보며 자랐다. 고작 3-4년 정도의 추억일 뿐인데도 어릴 적 온몸으로 느꼈던 이 경험들은 내가 크면 클수록 떠오르는 행복 중 하나가 되었다. 내 아이에게도 뭔가 비슷한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점점 공터는 줄어들고,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놀 수 있는 환경도 점점 줄어들어 갔다. 게다가 아이들은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그 관심사가 자연이 아닌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집 앞 놀이터를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고 놀이터에 모여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가 시간에 맞춰 학원가로 사라져버린다. 내 아이 역시 그렇게 자랄 것이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다.

아이의 삶은 학원가를 떠나 자연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길 원하는만큼 귀농을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귀농을 생각하며 떠오른 걱정거리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아이의 학업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어떻게 보면 차선책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주중에는 도시에서 생활하며 학업에 대한 걱정을 덜고, 주말에는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두 지역 살이를 하는 것.
어찌보면 그래서 캠핑이 광품이 불었을지도 모르겠다.

​생소하기만 한 "두 지역 살이" 대해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더해갔고, 점점 빠져들기 시작할 때 쯤 저자는 거꾸로 두 지역 살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제 2의 고향이라 여기는 미나미보소를 오가며 갖는 생각에 차츰 공감하면서 가볍게만 생각했던 두 지역 살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젊은 이들이 떠나버린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는데, 저자 역시 처음에는 그런 부분까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미나미보소에 마음을 쓰면서 점점 고심하다가 결국 이웃들과 함께 NPO를 설립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법인등록까지 마쳤다는 이야기를 보며 귀농이라는 것, 두 지역 살이가 그저 가볍게 주말마다 자연을 느끼러 시골로 놀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귀농을 한다면 그녀처럼 열정적으로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며 그녀가 얼마나 시골집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되어 바뀐 것 중 하나가 먹거리를 따지는 것이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은 조금 더 신경써서 고르는 편이다. 아이가 커서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먹거리를 신경쓰기 시작했다.

직접 재배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내가 기른 것이니 믿고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작물을 재배하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몸소 체득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당신이 즐거워 보이고 나도 즐거워 보인다면, 우리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즐거워져서 아이들도 즐겁고 행복한 법이야. 그러니 엄마인 당신이 흔들림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게 중요해."


아이가 즐겁고 행복하면 나 역시 즐겁고 행복하다. 모든 부모가 다 그렇지 않을까.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울 환경에 대해 고심하던 중 이 책을 만났다.
현재 나와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가볍게만 생각했던 귀농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떤 아이로 컸으면 좋겠는지 등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입니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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