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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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에서 히틀러까지』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TV로 보았던 베를린 장벽을 허물던 독일인들의 모습, 히틀러, 나치, 유대인 학살, 독일로 파견된 한국인 간호사와 광부들 그리고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사죄하며 2차 대전 발발 70주년에 무릎을 꿁고 사죄한 메르켈 총리이다. 무릎을 꿇은건 메르켈 총리(2005.11~현재)만이 아닌데, 1971년에도 빌리브란트 전 총리(1969.10~1974.05 서독일 총리, 1971 노벨평화상)가  폴란드 전쟁희생자 비석 앞에서 무릎을 꿁기도 했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입장일뿐 가해자의 입장이 아니다" 라며 독일이 전범 국가로써 주변국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었고,  슈뢰더 전 총리(1998.10~2005.11)는 "우리 세대가 죄를 직접 짓지 않았더라도 우리와 우리 자식 세대는 모두 역사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이 있다. 일본도 그런 책임의식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의 오명을 씻기 위해 끊임없이 역사를 되돌아보고 평화를 위해 주변국과 세계 다른 나라들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누구나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하면 그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지만, 독일은 덮거나 피해버리지 않고 그들의 잘못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졌고 세대를 거치면서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예전에 독일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말하길, "한국 역사가 정말 궁금하면 독일로 와서 도서관에 가봐라. 숨겨진 너희 나라 역사와 일본 역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언제나 승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했을테고 그러다보니 어떤 측면은 크게 우상시되거나 확대되고 다른 측면은 축소되거나 지워져버린 것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린 그런 역사를 배워왔을테지. 그 친구가 말하고자 했던 말은 주관적인 역사가 아닌 제 3자가 바라본 객관적인 한국에 대한 역사를 말했던 것은 아닐까. 세계사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많으며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 친구였는데, 그렇다면 독일은 본인들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게다가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독일 역사서를 읽고자 한 것은 어찌보면 매번 역사문제로 마찰을 빚어대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와 자세가 독일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 

 

 

 

1907년에 태어나 1999년에 세상을 떠난 라이문트 프레첼(필명 제바스티안 하프너). 그는 독일인으로 생애 동안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으니,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전쟁과 전쟁국가 도이치 제국의 역사를 잘 그려내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 소개글에서 1938년 유대인 약혼녀를 데리고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글을 보며, 『안네의 일기』 와  『쉰들러 리스트』가 떠올라 그 마음이 어땠을지 다 헤아릴 수는 없었겠지만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져 왔다.

 

 

책은 독일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배제하고 도이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시작된다. 도이치 제국의 성립부터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몰락하기 까지를 담고 있는데, 게르만족의 이동이나 로마제국의 멸망, 프랑크왕국이 세워지는 부분은 나와있지 않고 신성로마제국 멸망 이후부터 언급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1987년에 발간된 책으로 서독과 동독이 하나의 독일로 통일을 이루기 3년 전에 세상에 나온 책이다. 저자는 한 인간의 수명과 비교하며 도이치 제국이 74년 혹은 최대 80~81년의 수명을 가졌다고 하는데, 국가 존립으로 치면 상당히 짧은 기간이고, 국가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몰락할 때까지 크고 작은 전쟁들의 연속이었으니 도이치 제국을 이야기 할 때 전쟁을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도이치 제국은 1848년부터 1871년까지 20년 이상에 걸친 생성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신성로마제국이 멸망하며 쪼개진 나라들이 연합을 형성하려 했다가 떨어져나가고 다시 떨어져나가며 어떠한 상황이었는지를 설명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1849년 초에 파울 교회 국민의회가 프로이센 왕을 세습도이치 황제로 선출했는데, 프로이센 왕이 그것을 거절했다는 대목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파울 교회 국민의회에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고 황제권을 넘겨준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을텐데 거절당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게다가 어쩌자고 자신들이 황제권까지 넘겨주게 되었을까.




비스마르크가 프랑크푸르트에 머무는 동안 깨달았던 것을 바탕으로 프로이센은 오스트리아와 경쟁자가 되었고 오스트리아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며 비스마르크의 신념에도 변화가 생겼다. 결국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을 통해 프로이센의 거대화와 도이칠란트의 통일을 꾀하였다. 결국 프로이센의 거대화가 씨앗이 되어 이후 도이치 제국의 거대화를 싹 틔운 것은 아닐까.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의 전쟁을 시작으로 시작된  제 1차 세계대전에 대해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전쟁 책임'이란 1914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당시 전쟁은 적법한 정책 수단의 하나였다. 강대국은 모두가 언제라도 전쟁이 가능함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모든 나라의 참모부는 그 어떤 적대국 연합 세력에 맞서서도 이론적으로는 늘 전쟁을 수행 중이었다. 그리고 유리한 전쟁 가능성이 나타나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전혀 부도덕한 일도 아니었고, 범죄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 시대 사회에서는 힘을 가진 자가 약탈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권력을 쌓는 것이 당연했고 그것이 과거 우리가 살았던 방식이었다는 말이다.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서로를 짓밟고 이권 다툼을 하고 권력을 쌓고 있을 뿐, 전쟁은 과거나 현재나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지금처럼 무기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을 제작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획과 다르게 전쟁은 계속되는 소비전으로 양상이 바뀌었고  잘못된 계획으로 주변국들의 전쟁 참여가 있었으며, 그 사이 전쟁으로 인해 도이칠란트 내부에서 정치적 변화도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후의 독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어떤 과정을 거쳐 히틀러의 시대가 열렸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하여 권력을 쥐어잡은 히틀러인지, 권력을 단 두 단계에 나누어 완벽히 장악하고 대통령이 떠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마음껏 지휘할 수 있는 돌격대가 아닌 국방군과 손을 잡아 미래의 총리이자 대통령을 꿈꾸는 히틀러. 자신을 따랐던 돌격대의 지도부도 가차없이 총살해버렸다. 그리고 저자는 그 후 도이치 사람들의 환영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 부분이 바로 죄를 물어야하는 부분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한다. 쿠테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히틀러. 우리 나라에도 쿠테타를 통해 권력을 잡았던 대통령이 있었고, 그 후 대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학살이 이뤄졌고, 여론에서 학살이 이뤄났다는 것을 감추었다는 부분이 왠지 연결되어졌다.


"유대인과의 혼인이나 사랑의 관계가 처벌로 금지되었다."

히틀러 하면 유대인 학살이 떠오르는데 책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저자는 약혼자가 유대인이어서 영국으로 이민을 간 경우이니, 그 당시 얼마나 유대인에 대한 탄압과 유대인과 교류하는 독일인에 대해서도 허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를 알 수 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 독일인 저자 제바스타인 하프너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며 도이치 사람들의 죄를 묻고 자신들이 나아갈 길도 제시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독일인이지만, 그를 통해 (그리고 독일 총리들을 통해) 독일인으로 역사를 대하는 자세를 볼 수 있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에서 도이치 사람들의 죄는, 이렇게 받아들인 것, 점점 더 끔직해지는 일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다면, 민주주의 정치생명이 모조리 사라진 뒤로, 그들에게는 자신의 반감을 정치적으로 드러내고 관철시킬 그 어떤 방책도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도이치 제국의 역사에서 유대인 박해와 유대인 근절의 시도를 침묵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어난 일이고, 이 나라 역사에는 영원한 오욕이다."

독일은 유럽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사죄할 것이다. 지금까지 주변국들이 그들을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일관된 진정성있는 자세로 계속 용서를 구한다면 언젠가는 진심어린 용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함께 밝은 평화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독일처럼 일본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피해국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야 할 것이다.


잔인하고 참담했던 히틀러의 시대와 그가  시작한 또 다른 거대 전쟁을 지나 도이치 제국이 패전하면서 제국은 4개의 승전국이 통치하는 체제로 가고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서독과 동독의 2개의 도이치 제국으로 나뉜다. 작가는 이 두개의 도이치 제국이 재통일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했지만, 책이 출간되고 3년 후에 서독과 동독은 자의로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재통일을 이룬다. 저자는 추가적으로 "1990년대 후기"를 짧게나마 함께 덧붙였다.

 

 

 

저자는 생성에서 멸망까지 도이치 제국 전반에 걸친 역사를 빠른 전개로 풀어나갔다. 독일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그들이 어떻게 해서 전쟁의 씨앗을 계속 품고 살아왔는지와 전쟁에 대한 독일인들의 죄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도이치 제국이 전쟁으로 시작해서 전쟁으로 끝이 났다고 하지만, 지금 현재 독일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이룬 후 평화와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재통일된 도이치 제국을 보면 이들이 전쟁을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독일 역사, 유럽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역사에 잼병인 사람들을 위해 부록으로 당시 지도들을 함께 넣어주었다면 이해하기 더 쉬웠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한다.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알았으니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저자의 다른 책들 중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과 『어느 독일인 이야기』도 읽어봐야겠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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