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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ㅣ Art & Classic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유보라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평점 :


어린 시절 당연하게 읽었지만 어쩐지 기억나지 않는 동화 『어린 왕자』. 예전에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는 참 어렵고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십대의 마지막 언저리였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어보니,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어린 왕자』에는 익히 알던 어린 왕자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삽화가 담겨있는데, 그래서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버린 원작을 두고 부담이 있었을 텐데도 그림 작가님이 이야기를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게 잘 담아내셔서 보는 내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밀 수 있었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그리고 갑자기 그 앞에 나타나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아이,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자기 몸보다 조금 큰 별에 살고 있었다. 그의 별에는 그의 무릎 높이 정도의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하나가 있고, 특별한 꽃 한 송이가 피어있다. 어린 왕자는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하나, 그리고 특별한 꽃 한 송이를 두고 자기 별을 떠나, 여러 행성을 떠돈다.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쩐지 '어른'의 특징을 하나씩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을 자신의 백성으로 취하고 부리려는 왕, 허영심과 허세로 가득 찼지만 애정이 결핍된 사람, 주정뱅이, 모든 별을 소유하려 드는 사업가, 지리학자이지만 바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지리학자 등…. 다른 별에서 만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어른들은 정말 중요한 건 묻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들은 하지 않는다. "그 친구 목소리는 어떠니?" "어떤 놀이를 제일 좋아해?" "나비를 수집하니?" 대신 이런 것만 묻는다. "친구가 몇 살이니?" "형제는 몇 명이야?" "몸무게는 어느 정도 되니?"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시니?" 이런 걸 알아야만 그 친구를 안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아름다운 빨간 벽돌집을 봤어요. 창가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었는데……"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런 집을 상상해 내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10만 프랑 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정말 대단한 집이겠구나!" 하고 감탄한다.
시인 듯 동화인 듯, 시 같은 동화 『어린 왕자』. 마치 가장 순수한 상태의 영혼이 적어낸 글처럼, 깨끗하고 따뜻하고 맑다. 어린 왕자가 만나는 각 행성의 어른들과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등장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연결되어 있고, 동화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진정한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계속 생각하도록 이끈다.
마음과 관련이 있는 동화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에 어울릴 것 같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HK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