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도둑 일공일삼 3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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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는 너무 놀랍다. 어쩔 수 없이 성인 작가가 쓰는 동화이기에, 어른의 세계와 놀랍도록 일치한 세계를 아이에게도 들려주었단 사실을 깨닫기 때문인데.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아이일 때, 인생과 세계, 그 대부분의 흐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무지 잠 못 이룰 때면 왕은 보물 창고를 찾아와

금붙이든 뭐든 세고 싶은 보석을 죄다 꺼내 헤아려 보았습니다.


잠 못 이룰 때, 가진 보석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며 긴장을 풀고 단잠을 자는 왕. (?!!) 이야기는 저 부자 왕이 (스스로 말하길) '아들처럼 사랑하는' 거위 가윈이 도둑으로 몰리면서 시작된다. 이미 8,643개의 루비를 가진 베질 왕은, 사라진 루비 스물아홉 개 때문에 야단법석이 난다. 그 후, 다른 은 장신구들과 다이아몬드까지 함께 사라지면서, 보물 창고의 열쇠를 갖고 있는 가윈은 의심할 여지없이 도둑이 되어버린다.


감옥에서 가윈은 황금색으로 장식된 빨간 제복을 벗고 칙칙한 죄수복을 입었습니다. 거칠기 짝이 없는 간수가 가윈을 축축한 감방에 던져 넣었습니다.


졸지에 도둑이 되어버린 불쌍한 가윈은 죄수복을 입고 기운 없이 앉아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게 보물 창고 앞을 지키던 수문장 거위는 거칠기 짝이 없는 간수로부터 쾌쾌한 감방으로 던져져 버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재판이 채 열리기도 전에, 가윈이 간수에게 거친 대우를 받는 장면은 그냥 넘어갈 대목이 아니었다. 순전히 자기 판단만으로 타자를 심판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는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동화 이상의 세상을 발견한다.






가윈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추악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왜 이토록 계속 아름다운 걸까요?


가여운 가윈은 온갖 시련 속에서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숲과 호수를 바라본다.


사람이 아닌 동물로 묘사되어, 읽는 내내 등장 동물들 각자의 습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사랑스러웠다. 가령, 곰 베질 왕은 늘 꿀 냄새를 풍긴다거나, 동굴에 숨어살게 된 꾀죄죄한 거위 가윈이 여전히 습관적으로 기품 있게 깃털을 고른다거나 하는 모습들. 모처럼 복잡한 생각 없이 단숨에 읽어갈 수 있었던 귀여운 이야기였다. 책의 마지막, 인상깊었던 문장.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니까요.



비룡소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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