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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에서 글쓰기의 혁신은 가능한가
김정근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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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라 불리는 세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수많은 문서와 책, 정보자원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정보는 너무 많고, 그것을 읽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다. 필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든 독자에게 전하려고 온몸으로 외치고, 독자들은 자신의 흥미에 따라 필자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학술논문은 아예 이런 시대적 조류를 무시하고, 이 책에서 표현한 바에 의하면 소위 과학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서론을 쓰고, 서론 안에는 문제제기, 연구목적, 연구범위 등등을 줄줄이 나열한 글들을 보고 있자면 이 것이 이공계의 실험보고서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과감히 그런 폐단을 꼬집고, 글쓰기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론적이고 딱딱한 이야기 대신 구체적이고 눈앞에 보이는 흥미 있는 글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그리고 쉽게 씀으로서 경질되어 버린 주제에 신선함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가 도입되어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서 나온 ‘디지털 도서관 꿈인가, 광기인가, 현실인가’는 과연 신선했다. 현실의 문제에서 바짝 붙어서 쓴 글쓰기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흥미를 확실히 이끌어 낸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 책은 흔히들 말하는 ‘업계용어’를 타파하고 누구나가 접근할 수 있는, 그러나 깊이 있는 새로운 문헌정보학의 지평을 여는 열쇠가 되리라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글쓰기의 문제에는 테마의 문제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론의 문제, 그리고 그 제시기술의 문제까지 용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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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어 55단어 소설
스티브 모스 엮음, 김윤배 옮김 / 정한피앤피(정한PNP)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선물 받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역이 되어 있다고 해도 영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단편의 수준을 넘어서 단 55단어로 이루어진 소설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기 위해선 분량이라는 것은 필수적이다. 시문학이라면 55단어로는 넘칠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이라는 분야에 55단어는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스릴’이었다.

단 55개의 단어로 독자는 상상도 못할 반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독자들은 한 번 사용되었던 소재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단 55단어이기 때문에 수식어와 미사여구로 내용을 감추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작가의 필체도 살아나지 못하고, 단순한 아이디어의 승부이다. 실제로 이 책의 내용 중 몇몇은 뻔한 내용이었지만, 대개는 뒤통수를 후려칠 법한 참신한 내용이었다.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쓸모없는 단어를 추려내고 있다. 핸드폰으로 보낼 수 있는 문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편지를 쓸 때에도 편지지에 맞춰 분량을 정한다. 리포트를 쓸 때에도 분량을 맞춰야 되며, 우리는 어떤 글을 쓰던 그 글의 분량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55단어소설은 아주 훌륭한 트레이닝 법이기도 하다.

다만, 영어와 한글은 띄어쓰기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영어의 55단어소설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예전에 100자 쓰기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지만, 단어를 기준으로 할 때의 폭넓은 단어선택의 가능성을 비교하자면 띄어쓰기 쪽이 더 끌린다. 제대로 55단어소설을 쓰기 위해선 기본 이상의 문법적 소양이 필요하겠지만. 사실, 한글의 띄어쓰기는 다른 나라의 띄어쓰기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의 매력을 모두 끌어내야 하는 한정된 글쓰기에서 모국어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어 55단어 소설이 나올 날을 기다리며.

[인상깊은구절]
“만약 매일 하나씩 써내려 가면 일 년 후에는 365개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 중에서 아무리 적어도 세 개 혹은 네 개는 분명히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365개의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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