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소통하기 - 완벽한 부모는 없다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배영란 옮김 / 나무생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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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훈육하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친구같이 다정한 엄마, 헌신적인 엄마가 트렌드지만, 이 책에선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단호함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아이로 대하기 위해, 아이에게 지나친 짐을 지워서 안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문장 자체도 다음 예시처럼 명료하고 유쾌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한시간 정도면 충분히 엄마의 역할에 대해 깨닫거나, 혹은 되새김질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가 "엄마, 조금만 더 놀아요. 오늘 엄마 얼굴도 많이 못 봤잖아요!"라며 어리광을 부릴 때 이 어머니는 아이를 단호히 침대로 보내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애정보다 잠이 더 부족하다는 게 대부분의 소아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24 p.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이름을 봤는데도 읽으면서 국내 저자가 적은 책인줄 알았다. 번역이 굉장히 매끄러워 어색함이 없었고, 특정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언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육아번역서를 보면 외국사례가 주로 나오는데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옳은 말인줄 알면서도 참고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우리 육아 현장을 보는 것 같다. 어머니에게 전가된 육아의 짐, 야근을 자처하는 아빠의 이야기 들은 우리가 흔히 알던 유럽식 육아가 아니라 우리 옆에서도 일어나는 생생한 육아의 현장이다.

 

이 사회는 그 같은 학술적 성과를 이용하여 어머니들에게 또다시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다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아이에게 생기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아이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 방식 때문으로만 치부하는 것이다. 모든것을 어머니의 책임으로만 도리면 문제 해결도 꽤 쉬워질 것 같지만, 제도적으로 육아 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어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기란 그리 쉽지 않다.

 

보육 시설의 수도 턱없이 모자라고 출산 휴가도 너무 짧을뿐더러,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모의 직장 근무 시간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모의 개인적인 삶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집에서 전업주부로 아이를 보는 어머니들을 멸시하는 시선까지 있다. - 33 p.

우리가 힘들어하는 부분과 정확히 똑같지 않은가. 책에 있는 각종 예시도 보편적인 상황에 대해 다루고 있어 공감하기 좋다. 아이들이 어느 나라 말을 하고 어디에 살든, 가지고 싶은게 있다면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는 것은 동일하지 않은가?

 

이 책에선 아이의 심정이 어떤 지에 대해 솔직명료하게 털어 놓으며,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필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산악가이드의 예시는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칠 정도였다. 산에 올라갔는데 가이드가 "내일은 새벽부터 산에 올라야 하니 일찍 자세요."라고 말하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이다. 가이드의 머릿속에는 전체 스케쥴이 담겨 있고,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니까.

 

그러나 가이드가 이렇게 말한다면 모든 과정을 물어본다면 당신은 처음엔 대접받는 느낌이 들다가도 점점 불안해질 것이다. "다음번 휴식은 어디서 취할 것이냐, 내일은 어디로 갈 것이냐, 밥은 어떻게 먹을 것이냐?" 과연 이 가이드와 함께 정상에 올라갈 순 있을지, 아니 살아서 산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보다 힘 쎄고, 똑똑하며,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부모라고 한다. 안 되는 것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설정해 주는 부모 말이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마치 어두운 숲속을 손으로 더듬어 앞으로 나가는 것 같다. 아이를 제대로 키웠는지는 아이가 커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아직도 모르는 일이다. 출구가 어디인지조차 모르고 무작정 나아가야 한다면, 마음 속에 흔들리지 않는 등불이 하나 있어야 할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 좋은 구절이 나올때마다 줄을 쳤더니 책이 아주 컬러풀해졌다. 좋은 문구는 리뷰에서 다 소개하고 싶었는데, 너무 분량이 많아 아주 일부만 소개한다. 지금도, 한달 후에도, 내년에도 계속 옆에 두고 읽으며 마음이 흔들릴때마다 마음 속의 등불을 곧게 켜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책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아주 가슴 깊숙이 와닿는 그런 책으로 주변에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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