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갑자기 15살 이상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이들은 눈앞에서 학교 선생님과 선배들이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거리로 나온 아이들의 눈에 보인 것은 거리에 멈춰선 차량들과 늘어선 빈집과 가게들뿐.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이곳을 이렇게 부른다. Fallout Alley Youth Zone 아이들의 방사능 낙진 구역,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FAZE, 페이즈.

 

이 소설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들은 아기들일 것이다. 보호자가 모두 사라져 보육원에 덜렁 남은 아기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어설프나마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기저귀를 갈고, 먹을 걸 먹을 순 있었으니 말이다. 집에 있는 갓난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빈 집에 남겨져 울다가 굶어 죽어갔다. 아이들이 빈집을 조사하며 맞닥뜨린 가장 잔인한 일이 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15살을 앞에 둔 아이들. 15살 생일을 맞아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친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는 날을 알고 사는 것도 막막한 일인데 그것이 겨우 15살 아이들에게 닥친 일이며, 어떤 아이들에겐 며칠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먹먹하다. 그래도 재앙 앞에 인간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했던가. 슬퍼할 시간도, 분노할 시간도 없이 아이들은 이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디스토피아가 되느냐, 유토피아가 되느냐는 이야기의 배경이 아닌 등장인물의 선택이라고 본다. 주인공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면 이야기는 모험활극이 될 테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생존에 더 높은 무게를 두고 그야말로 앞날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헤쳐 나간다. 아이들은 서로 돕기보다 음모를 꾸미고, 서로의 위에 서기 위해 힘든 현실을 더욱 힘겹게 만들어간다. 마치 소설 파리대왕처럼 개인적인 판단을 미루고, 서로 감시하며, 상식이 존중받기 힘든 세상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평범한 마을에 벌어진 재앙인 줄 알았는데, 사건이 일어나고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은 그렇지 않다. 15년 전 떨어진 운석, 그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원자력발전소, 아이들에게 나타난 신비한 능력, 이상하게 변해가는 동물들. 현재까지 밝혀진 것들만 해도 엄청난데,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기대되는 소설이다. SF 디스토피아의 경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속도감에 있는데, 오랜만에 몰입하게 되는 책을 만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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