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so French! - 잇스타일에 흔들리지 않는 프렌치 시크 완벽 가이드 You're so French!
이자벨 토마, 프레데리크 베세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한 권의 잡지를 보는 것 같다. 큼직한 사진 화보와 페이지마다 다양하게 적용된 편집 디자인, 그리고 구석까지 배치된 다양한 크기와 서로 다른 글자체의 글자들. 한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보다,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틈틈히 읽기에 어울리는 책이다.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지는 책인데, 이렇게 힘있고 빳빳한 내지를 쓴 책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여러모로 낯선 책이다. 14개의 화두를 던지는데, 각 이야기는 짧은 편이며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인터뷰가 하나씩 자리한다.

 

제목은 프렌치 시크지만, 패션계에서 본 패션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옷장에 반드시 놔둬야 할 아이템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퀄리티가 좋은 옷'이며, 다른 하나는 '유명한, 혹은 덜 유명한 디자이너 제품들'이다. 퀄리티가 좋은 옷은 누구나 옷을 살 때 염두에 두는 부분이지만, 의외로 안목이 필요하다.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바람직한 디자인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디자이너 제품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각 브랜드에서 다른 곳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 있기 마련이며,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안목도 필요하다.

 

책에서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 폴 고티에 드레스나 앤 드뮐미스터의 쇼트 재킷, 비비안 웨스트우드 재킷, 알렉시스 마빌의 블라우스, 콤 데 가르송 풀오버와 웨스턴부츠, 피에르 아르디의 화려한 샌들, 알라이아의 벨트, 에피스의 스카프 등은 버릴 생각도 하지 말 것. 아주 가끔씩만 착용하더라도 기분이 살짝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아이템들은 유행을 타는 법이 거의 없으며, 다른 베이직한 아이템이나 옷장에 새로 들인 옷들과도 잘 어울린다." 설명 끝. 맹세컨데 이중에 들어본 브랜드는 비비안 웨스트 우드밖에 없다.

 

프렌치 시크라고 해서 너무 간단히 봤나보다. 뻗친 머리, 손질받지 않은 손톱, 때로는 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자신감 있는 옷장에서 나오는 것이었나 보다. 책에선 보세 제품이나, 여행중에 우연히 만난 아이템보다는 디자이너의 제품 하나를 제대로 들라고 말한다. 신발과 가방은 꼭 돈을 들이라 충고하고, 직접 브랜드를 추천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책에서 얼마나 많은 브랜드의 이름이 나오는지 세어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옷장에 대해 말할 때, 항상 나오는 것이 양과 질인데, 보통은 최소한의 옷의 갯수를 채우고 나면 그 다음엔 업그레이드 할 차례라고 한다. 이 책에선 주로 두번째 단계인 '퀄리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렴한, 이를테면 35유로(=5만원)짜리 재킷을 사는 것보다는 몇 년은 입을 수 있는 고가의 아이템에 투자하라고. 그 외에도 수많은 충고가 함께 한다. 어떤 것은 정말 도움이 되는 충고지만, 몇몇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메시지를 우리의 친구인 남자들에게도 꼭 전달하자!'

 

패션은 사회와 별개일 수 없고, 우리사회는 프랑스보다 더 억압적이다. 옷에는 알게 모르게 서열이 있고, 장소가 있다. 회사에 다녀보면 알겠지만, 좋아하는 가방과 신발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편견같지만, 여자가 많은 직장일수록 더욱 깐깐하다. 왜? 더 잘 아니까. 상사가 코치를 드는데, 밑에서 루이비통을 들 수 있나? 그런 의미에서 옷을 고르는 일은 때로 스트레스다. 주말에 입을 옷이 아니라, 평일에 입을 옷이 더 많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당연히 개인의 개성보다 직장에 적절한 옷을 고르기 위해 욕구를 내리눌러야 하니 말이다. 그런 상황과 개인의 개성을 섞을 수 있는 그런 충고가 필요한데,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도 자유로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잠시나마 프랑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아름다운 화보와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