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지음, 김재혁 옮김, 타치아나 하우프트만 그림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미덕은 원전에 충실하고, 큰 활자, 아름다운 삽화로 지루하지 않게 서양 고전동화와 민담들을 대할 수 있게 해준 점이다.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책 값을 100분의 1로 나눠 각 이야기를 한 권씩 낱권으로 샀을 때와 비교해도 그러할진대(아이에게 아이스크림 한 개 사주기보다 동화 한 편 읽어주는 것이 영양가 면에서는 수천배 차이) 두고두고 여러번 읽을 수 있고 가보로 물려주어도 될 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투자 대비 이익은 막대하기 그지없다.

원서를 보지 못했고, 아직 일부밖에 읽지 못해 부족한 서평이 되겠지만 예쁜 자식 매 한대 더 때린다고 아쉬운 점 몇가지만 지적하겠다.

1. 408쪽 <유령과의 식사>의 본문 중에서 '윤무'라는 말이 나온다. 사전에 찾아보니 원무()와 같은 말이다. 물론 바로 그 다음에 '서로 손에 손을 잡고서' '빙빙 돌며'라는 말이 나온다. 지나친 직역인지 원문에 충실한 것인지 내 실력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괄호를 붙여 한자 표기를 해주던가(402쪽에 <어부와 그의 아내>에서 '성장盛粧' 이라고 한자병기를 해준 것처럼 말이다.), 각주 등으로 알려준다면 어린이들에게 읽어줄 때 설명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

2. 마찬가지로 <유령과의 식사> 404 쪽이다. 유령이 읊조리는 라틴어 구절은 주기도문인데, 문맥상 라틴어를 모르면 주기도문이 아닌지 약간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본문에서 '천천히 라틴어로 다음 같이 읊조리기 시작했다.' 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천천히 라틴어로 주기도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라고 번역했다면 독자가 이 라틴어가 무슨 뜻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민담인데 유령은 라틴어로 주기도문을 왼다. 왜 그럴까? 역자가 주석을 달아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3. 쪽수만 있고 각 쪽에 각 이야기 제목이 없다. 중간에 아무 이야기나 펼쳤을 때 제목을 알려면 그 이야기의 첫 쪽까지 계속 넘겨야 한다. 상당히 아쉽고 불편하다. 성경이나 사전에 '엄지가 들어갈 수 있는 움푹 패인 표시'를 하는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온다면 '쪽 옆에 이야기 제목을 넣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상품만족도에 ★★★★★ 를 주고 싶었지만 '[쪽수 옆에 이야기 제목]만 있었어도' 하는 아쉬움에 ★★★★☆ 만 준다...^^...)

4. 번역이란 작업은 너무 어렵고 고되다. 시종일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련된 말은 찾아 쓰기도 무척 어렵다. 동화는 다른 것보다 더 어렵다.  386쪽 <룸펠슈틸츠헨>의 끝부분에 나오는 '몸뚱어리'는 '몸뚱이'의 속어이다. 기왕이면 표준말인 '몸뚱이'로 바꿔주면 좋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고, 뜯어봐서 틀린 곳 없는 책 없다. 내가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넓은 유리위에 놓인 단 하나의 먼지, 그 먼지의 한 분자만도 못하다. 

이 책을 7살, 5살난 우리 두 딸에게 읽어줄 생각에 가슴이 뛴다.

5식구가 한끼 고기 외식을 거하게 할 돈으로 이렇게 이야기의 성찬을 벌일 수 있다니.

출판사와 역자, 지은이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PS : 이 책은 아이들과 수시로 읽을 책인데, 부피가 커서 힘들다. 북스탠드를 끼워주는 이벤트를 한다면 대박 나지 않을까?(이 책에 대한 애정이 빚어낸 쓸데없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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