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의 철학 : 알튀세르, 푸코, 버틀러와 함께 어항에서 빠져나오기 - 2025 세종도서
배세진 지음 / 편않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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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고 리뷰를 쓰려다가 안 좋은 말들이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다.

푸코와 버틀러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푸코의 통치성과 자기 배려에 대한 논의, 버틀러의 보편에 대한 사유 등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배세진이라는 학자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항의 끝이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그래서 포스트구조주의는 회의주의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내가 받았던 교육은 세상에 정답이 있다는 것, 그러니 열심히 모범생으로 살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만약 네가 힘들다면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마음을 다스리지 않아서, 자기계발이 모자라서 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번아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구조주의라는 철학의 기본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고, 구조 속의 예속적 주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럼에도 저항의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약속된 정답의 세상같은 건 없이 계속 흐르고 움직이고 변하고 그럴 뿐이라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러라고 쓴 책은 아니겠지만...)

학문과 학자들의 세계와 관점에서 이 책은 어쩌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고 틀린 해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양대중을 지향하는 평범한 독자에게 이책은 높고 높은 프랑스 철학의 벽에 난 하나의 문과 같다. 이 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에도....낯선 사고 방식을 따라가는 건 어려웠음) 문을 열고 나니 그 문을 들어가 철학자들의 원전을 좀더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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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제이 옮김, 야마구치 하루미 일러스트 / 청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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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 님을 알게 된 건 "비혼입이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라는 책을 통해서 였다. 우리엄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이다. 엄마가 (그시절 부모들이 그러는 것처럼)서민가정주부의 삶의 질곡 속에서 고통을 호소할 때그녀는 드물게 혼자사는 공부하는 사람의 삶을 선택했다. 한참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 국회도서관에서 선생님이 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제본하기도 했고(절판), "돌봄의 사회학"이 출간되자 일단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책들에 밀려 아직 읽지 못하고 있을 때, 에세이 출간 소식을 알게되었다. 에세이라니. 내가 궁금했던건 그녀의 삶이기도 했으니 이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싶었다.

선생님은 우연한 기회에 50대에 일본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에 집을 지은 후 20여년동안 도시(도쿄)와 시골 양쪽의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는 주요 터전을 시골로 옮겼다. 48년 생이니 올해 나이 만 77세.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비혼 여성으로 나이듦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선생님이 겪은 시골 생활의 어려움은 사실, 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시골 생활을 저어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가드닝이든 텃밭이든 자연에게서 (아름다운 정원이든 맛있는 먹거리든)유용한 것들을 얻으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상하수도 시설이 사실 애써서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 쓰레기 처리조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 벌레에서부터 개구리, 뱀, 사슴, 멧돼지, 너구리까지 원래 그들의 공간이었던 곳을 침범해 사는 자로서 그들의 존재를 항상 인지하고 살아야한다는 지점까지 즐겁기만 할 수 없는 현실을 솔직하게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생활을 떠나 이주자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들은 다른 삶의 활력을 준다는 점도 보여준다. 물론 도시에 집을 둔 채, 시골의 또 다른 집을 유지한다던가, 도시생활을 정리해도 시골에 맞춤형인 집을 지어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상위계급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들을 안다. 서로의 이전 직업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사생활을 캐묻지 않고, 그저 함께 해서 즐거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도시의 삶을 탈출하여 다른 시각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년 퇴직 후 혹은 약간의 이른 조기 은퇴 후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만나서 내가 나인채로 관계를 맺고, 서로 돕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자 커뮤니티를 가진 시골 생활은 비혼인에게 도시의 삶보다 아늑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슬픈 것은...선생님이 20년동안 살아가는 동안...사람들이 나이를 들어갔다는 것. 선생님에게 기꺼이 정원을 빌려주어 도시락을 까먹는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었던 이웃, 반딧불이 장소를 안내해주던 동네의 명인이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리라는 얘기를 담담하게 할 때엔 나이듦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과 생각을 미리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도 이웃들과 관계를 맺으며 또 그들의 삶의 선택과 시간들을 관찰하고 고민한다. 언제가 내가 해야하는 그 고민을 하는 선생님의 행간을 느낄 수 있었다.

정희진 선생님이 어떤 강의에서 이제 나이가 들고 나서 더이상 페미니즘이 인생의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노화와 나이듦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는 얘기였다. 문탁에서 만난 이희경 선생님도 나이듦이란 주제로 계속 공부를 하시고 삶을 모색하신다. 너무나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런 고민들이 더 공개적으로 공론의 장에서 함께 이야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돌봄의 사회학에서 이 고민을 길게 쓰지 않으셨을까 싶다.

야생동물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곳은 원래 그들의 땅이었다. 나중에 살러 온 인간들에게 피해를 보는 건 오히려 동물들이 아닐까?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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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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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을 만난 어린이에겐 단단한 꿈이 생긴다.
좋은 어른은 아이에게 설교하는 지적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면서 몸으로 보여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어주고 존중해준다.
완성형을 내밀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에게 그런 어른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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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이설기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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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의 책! 출판사에 투고하던 초고를 읽기도 했고, 이제 아이가 열 살이 되기도 해서 지금의 나에게 유효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곧 바뀌었다. 초고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문제의식이 더 전면에 드러났다고 해야할까? 육아문화에 대한 비판 뒤에 쓸 자신은 좀 숨어있는 느낌이었다면 (쓸! 그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책 읽으니까 알겠었어!) 책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겪고 겪었던, 겪고 있는 앞으로도 겪을 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쓸은 나의 또다른 모습이고,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작가는 29주에 조산을 했다. 작가가 자궁수축으로 입원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품에 안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 보내고, 자라는 내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며 지내온 시간들은 작가를 한껏 움츠리게 했다. 작가가 듣는 모든 정보와 조언과 지시와 지식의 모든 것이 '엄마'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모순되는 메세지로. 작가는 그것을 해석하고 싶었고, 이 책은 그 과정을 지나온 작가의 흔적이다. 흔적이라는 말보다는 하나의 보고서에 가깝다. 왜냐면 이 책인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 앞에 당도한 사회적 메세지들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을 넘어서 그 메세지가 담는 함의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히 이른둥이 엄마라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들이 아님을 발견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엄마' 라는 역할에게 씌운 무거운 굴레는 담담하게 그러나 꼼꼼하게 기록한다. 아이의 장애 유무, 성별, 나이에 관계 없이 모든 문제가 너무나 손쉽게 블랙홀처럼 '엄마'라는 키워드로 집결된다. 그리고 만능키처럼 제시된다. '그러니까 엄마가~~~~~'

그러니 누구도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거다. 그리고 그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그 결과가 아마도 비출산일테고.

이 책이 좋은건 엄마의 죄책감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는데서 끝내거나 혹은 우리 잘하고 있으니 죄책감에서 벗어나자고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란을 혼란인 채로 두지 않고 정리하되, 설익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푸코처럼!!!!)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구조를 명령 사이를 뚫고 나와서 다른 논의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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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쓸모없고 행복한 열정 - 소설과 에세이 그 어디쯤
신나리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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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30대후반 40대초반의 모든 여성들에게 추천합니다.
우리의 추억상자를 열고 그 때의 나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러나 추억팔이 아니고요ㅡ 앞으로의 나를 상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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