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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명령들
이설기 지음 / 오월의봄 / 2024년 6월
평점 :
쓸의 책! 출판사에 투고하던 초고를 읽기도 했고, 이제 아이가 열 살이 되기도 해서 지금의 나에게 유효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곧 바뀌었다. 초고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문제의식이 더 전면에 드러났다고 해야할까? 육아문화에 대한 비판 뒤에 쓸 자신은 좀 숨어있는 느낌이었다면 (쓸! 그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책 읽으니까 알겠었어!) 책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겪고 겪었던, 겪고 있는 앞으로도 겪을 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쓸은 나의 또다른 모습이고,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지인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작가는 29주에 조산을 했다. 작가가 자궁수축으로 입원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품에 안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 보내고, 자라는 내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며 지내온 시간들은 작가를 한껏 움츠리게 했다. 작가가 듣는 모든 정보와 조언과 지시와 지식의 모든 것이 '엄마'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모순되는 메세지로. 작가는 그것을 해석하고 싶었고, 이 책은 그 과정을 지나온 작가의 흔적이다. 흔적이라는 말보다는 하나의 보고서에 가깝다. 왜냐면 이 책인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 앞에 당도한 사회적 메세지들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을 넘어서 그 메세지가 담는 함의를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히 이른둥이 엄마라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들이 아님을 발견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엄마' 라는 역할에게 씌운 무거운 굴레는 담담하게 그러나 꼼꼼하게 기록한다. 아이의 장애 유무, 성별, 나이에 관계 없이 모든 문제가 너무나 손쉽게 블랙홀처럼 '엄마'라는 키워드로 집결된다. 그리고 만능키처럼 제시된다. '그러니까 엄마가~~~~~'
그러니 누구도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거다. 그리고 그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그 결과가 아마도 비출산일테고.
이 책이 좋은건 엄마의 죄책감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는데서 끝내거나 혹은 우리 잘하고 있으니 죄책감에서 벗어나자고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란을 혼란인 채로 두지 않고 정리하되, 설익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푸코처럼!!!!) 우리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구조를 명령 사이를 뚫고 나와서 다른 논의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