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의 역사 -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나체 이해 방식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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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치심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나체에 대한 수치심을 다룬다. 저자가 출생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고대에서 근대에 이루기까지 역사에 따른 수치심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데 그 양이 방대해서 솔직히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내가 근래 읽은 인문학 서적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수치심은 곧 부끄러운 마음이라는 뜻이고 굳이 나체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면 그 옛날과 지금이 뭐가 그리 다르겠냐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체에 대한 수치심은 일단 문명의 산물이다. 선악과를 먹기 이전의 아담과 하와는 수치심을 알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체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있어서 관용의 정도는 달랐지만 분명 수치심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 종교 즉, 기독교가 그 수치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치심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은 흥미롭지만 때로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럽다. 중세의 귀족 안주인들은 욕탕에 앉아 손님을 맞이했다던가 루이 13세는 욕조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던가 여러 명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던가 하는 일례들을 보면 시의 수치심은 현대인의 관점으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대와 같은 수치심을 갖지 못했다고 해서 옛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시대라고 하더라도 신분이나 주어진 상황에 따라 수치심을 느끼는데 차이가 있었고 사회적 규범역시 달랐다. 주어진 조건이 같다 해도 개인마다 느끼는 수치심 역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에서 수치심은 사회적인 동시에 개인적인 감정이다. 나체에 관한 수치심은 또한 연적으로 육체와 관련된 성, 배설에 대한 수치심과 연관된다.
저자가 결론내린 수치심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사회적 삶 속에서 의미를 갖는 공개성을 가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역동적인 프로세스이며 수치심과 비수치심 사이에는 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지속되는 한 나체에 대한 인간의 수치심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초의 인간이 선악과를 먹기 이전의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나체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이 태동해서 변화하는 과정을 알고자 하는 분이라며나 정독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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