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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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하세요. 남루틴입니다.

이번에 집어 든 책이 바로 황보나 작가의 장편소설 『알갱이들』이었습니다.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도 눈에 띄었지만

무엇보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경계에서 겪는 죽음의 사유와 애도의 과정을 다루었다는 설명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 기대와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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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바쁜 직장인의 일상에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혹시 너무 신파조이거나 진부한 슬픔만을 늘어놓지는 않을까 하는 솔직한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지를 넘기고 첫 장을 읽어나가면서 그런 우려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문장이 굉장히 단정하면서도 서늘하고

동시에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더군요.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하지 않고

마치 잘 다듬어진 유리 알갱이들이 조용히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처럼 서사 전체가 담담하게 흘러갔습니다.

책 소개 및 전체적인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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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들』은 갑작스럽게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인물들이 그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정미’라는 인물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있습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친구의 죽음이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사건 앞에서 선뜻 눈물을 흘리거나 대성통곡을 하지도 못합니다.

오히려 일상은 너무나 평범하고 무심하게 계속됩니다.

학교에 가고, 머리를 하고, 음식을 먹고, 가족들과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이어지죠.

하지만 그 무심한 일상의 표면 아래에는 실금처럼 금이 간 상처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한 슬픔의 알갱이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단순히 한 사람의 사라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던 주변 사람들의 내면에 메워지지 않는 커다란 빈자리를 남깁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10대 후반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인물들의 무덤덤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시선을 통해 묘사합니다.

박지리문학상 수상작답게 파격적이면서도 매우 절제된 문장으로 애도라는 감정이 가진 복잡다단한 결을 세밀하게 포착해 냅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과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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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유독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책장을 넘기며 하이라이트를 치고 한참 동안 멈춰 서서 되짚어 본 문장들입니다.



"이 놀고 자라는 과정에서 죽는 게임을 하기 마련이니까, 정미도 그랬겠지.

나도 그런 것처럼, 고모부도 그랬겠지.

그렇다고 다음 판에 다시 목숨이 생기는 규칙처럼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혹은 없는 무언가가 다시 메워질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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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게임을 할 때는 캐릭터가 죽어도 '리셋' 버튼을 누르거나 다음 판으로 넘어가면 다시 목숨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죽음은 그렇지 않죠.

한번 메워지지 않게 된 공백은 영원히 빈자리로 남습니다.

사회에 나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때로는 가까운 이들의 이별을 겪었던 제 경험이 겹쳐지면서 이 문장이 더욱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하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장면은 친구 정미가 죽고 난 직후

아무렇지도 않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온 주인공을 향해 주변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대목이었습니다.



"정미가 죽었는데 정미랑 가장 친했으면서 머리를 하고 나타나다니."

"모르겠다. 나는 아무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만큼 정미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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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죽음이나 불행 앞에서는 마땅히 이러이러한 행동과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표준'을 강요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커다란 충격과 슬픔에 빠진 당사자는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기이할 정도로 평범한 행동을 하거나

오히려 딴청을 피우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미용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맡긴 채 정미를 생각했던 그 마음.

"아무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는 그 고백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애도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삶의 피로와 부재가 겹쳐질 때 찾아오는 무기력함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을 모으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미처 몰랐지만 나는 시시때때로 죽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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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때로는 번아웃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과 내면의 솔직한 결을 숨기지 않고 덤덤하게 드러내어 줍니다.

남루틴의 생각 : 죽음의 사유, 그리고 남아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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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편에 있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아 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내 주변의 사람들도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황보나 작가의 장편소설 『알갱이들』은 저에게 멈춰 서서 내 주변의 관계들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성장과 성공을 이야기할 때 늘 '더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자산, 더 높은 커리어. 하지만 삶에는 반드시 '빠져나가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건강이든, 세월이든,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든 말이죠.

친구의 부재 이후

남아있는 인물들이 겪는 혼란과 서서히 찾아오는 애도의 과정은 결국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로도 우리는 어떻게 삶을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잃어버린 파편, 즉 그 마음의 알갱이들을 가슴에 품은 채로 우리는 또다시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내 삶과의 연결 : 일상의 루틴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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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첫째로, 부모님과 가족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누군가의 부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온기는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매일 써 내려가는 저의 라이프로그와 루틴의 의미입니다.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과나 스펙 쌓기용 기록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냈다는 증거로서의 기록.

내 안의 소중한 감정 알갱이들을 모아가는 과정으로서 독서와 글쓰기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더 유연해지고 깊어졌음을 느낍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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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전개가 굉장히 차분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거나 가라앉는 느낌을 줄 수 있죠.

감정의 폭발보다는 내면의 미세한 균열을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빠르게 읽히기보다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씹어 골라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또한 문맥이나 감정선이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고 인물들의 무심한 행동이나 짧은 대사 속에 숨겨져 있어

독자가 스스로 그 행간을 메워가며 읽어야 한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입니다.

추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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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대상을 잃고 마음속 깊이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성과 중심의 일상에 지쳐 내면의 감정을 돌아보고 싶은 직장인

단순한 감동이나 신파가 아닌, 깊이 있는 죽음의 사유와 문학성을 경험하고 싶은 분

한국 현대 소설의 새로운 결을 느끼고 싶은 분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의 깊이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

총평 및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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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들』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내 삶 주변에 흩어져 있는 기억과 관계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쟁취하고 채우려만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소멸과 부재, 그리고 슬픔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우리를 진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게 아닐까요.

30대 직장인으로서, 성장을 기록하는 한 사람의 라이프로거로서 참 오랜만에 가슴 서늘한 울림을 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별점

★★★★☆ (4.5 / 5.0)


한줄평

흩어진 슬픔의 알갱이들을 가슴에 품은 채, 다시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단정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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