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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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녕하세요. 남루틴입니다.

오늘은 아주 따뜻한 기운을 풍기는 장편소설 한 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로 아사쿠라 가스미 작가님의 『읽고 읽고 말하다』라는 책입니다.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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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생활과 개인적인 성장 루틴을 병행하면서 약간의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던 참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도 독서를 빠짐없이 이어가는 삶이

가끔은 '내가 너무 결과와 성과에만 매달려 달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았습니다.


"평균 나이 85세, 초고령 독서모임." "책을 읽고 인생을 이야기하다."


평균 나이 85세라니.

30대 초반인 저로서는 감히 가늠하기도 힘든 세월을 살아낸 어르신들이 모여서 책을 읽는 이야기라니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하나의 독서모임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지

늘 성과 지향적인 독서만 해오던 나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해줄 숨구멍이 필요했던 타이밍이기도 했고요.


책을 읽기 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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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어쩌면 흔한 잔잔한 힐링 소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이 모여 아름다운 문장을 읊고

지난날을 추억하며 눈물짓는 다소 전형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 말이죠.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인생의 긴 호흡'에 대해 자주 고민하고 있거든요.

70대, 80대, 심지어 90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누는 대화 속에는

분명 내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의 깊은 지혜와 진짜 '성장'의 의미가 담겨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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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출판된 아사쿠라 가스미 작가의 장편소설 『읽고 읽고 말하다』는

제172회 나오키상 후보작으로도 이름을 올린 검증된 작품입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작고 조용한 마을

그곳에 위치한 카페 '시트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곳에는 무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책을 함께 읽어온 아주 특별한 초고령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의 이름은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

평균 연령 85세에 달하는 여섯 명의 노인들이 모여

단순히 책을 소리 내어 읽고(낭독하고)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나누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낭독의 소리와 삶의 흔적 (스포일러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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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카페 시트론에 노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며 시작됩니다.

밖에는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시멘트 바닥 매트 위에서 눈을 털며 들어오는 노인들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입니다.




이 독서모임의 방식은 조금 독특합니다.

어떤 거창한 비평이나 난해한 해석을 내놓는 자리가 아닙니다.

정해진 책을 돌아가며 '낭독'하고

낭독이 끝나면 그 소리의 울림 뒤로 각자의 삶에서 퍼올린 기억과 고백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습니다.

그들이 읽는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차분한 교양서가 아니라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기괴하고 서늘한 개척 시대의 스릴러 소설입니다.

참혹한 사건과 살인

광기가 넘치는 소설 속 문장을 80대 노인들이 낭독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긴장감과 이색적인 매력을 풍깁니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책 속 내용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노인들의 '목소리'와 '삶'입니다.

패전 직후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평생을 품어온 비밀

자식과의 갈등, 그리고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과 고독까지.




그들은 책을 읽고 인생을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반추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속에 상처와 열정

그리고 고독이 켜켜이 쌓여 있었음을 소설은 아주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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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주년 기념 모임을 준비하며

노인들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순간이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말은 쉽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매달 모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났을 것이고

누군가는 건강이 나빠졌을 테며

누군가는 삶의 풍파로 모임에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삶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책'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소리 내어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년의 고독은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모임이 평일 낮 카페 시트론의 바닥을 가리키며

"명랑한 한 무리가 기분 좋게 놀고 있죠"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인생이 통탈해지거나 마냥 인자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노인들도 여전히 질투하고, 서운해하고, 고집을 부리며, 기분 상해합니다.

작가는 노년의 삶을 마냥 아름답게 미화하지 않고, 그 안의 미세한 균열과 소소한 소동까지 아주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이 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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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틀어 제 가슴을 가장 깊게 울렸던 구절은 바로 이것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내 안의 숨겨진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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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지식을 얻거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독서의 진짜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에 적힌 문장은 단지 계기일 뿐

우리가 진정으로 읽고 있는 것은 그 문장에 투영된 '나 자신의 삶'이자 '내 옆 사람의 마음'이었던 겁니다.

노인들이 소리 내어 문장을 읽을 때, 그 소리는 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이자 내면의 고백이었습니다.

남루틴의 생각: 지식 너머의 독서, 그리고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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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라 가스미의 『읽고 읽고 말하다』를 읽으며 제 독서와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 나는 지금까지 책을 읽으며 너무 '성과'만을 찾았던 것은닐까?'

' 책을 통해 내 삶을 진정으로 들여다보고, 타인의 삶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에 등장하는 초고령 독서모임 어르신들은 책을 완벽하게 분석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저 낭독하고,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붙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허물없는 과정 속에서 20년이라는 단단한 연대가 만들어졌고, 삶의 외로움이 치유되었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단지 지식을 더 쌓고 통장 잔고를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타인의 경험과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된 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삶과 연결: 나의 독서 루틴과 인간관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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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의 일상과 독서 루틴에 아주 기분 좋은 균열을 내어주었습니다.


첫째로, 독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책을 읽을 때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내 삶에 적용할 액션 플랜을 뽑아내는 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나오면 잠시 책을 덮고

그 문장이 내 과거의 어떤 경험과 연결되는지 가만히 되짚어보는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업 현장에서 거절당하고 쓸쓸히 돌아서던 길의 감정, 부모님의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칼을 보았을 때의 아릿함 같은 것들 말이죠.


둘째로,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졌습니다.

때로는 까다롭고, 때로는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 노인들이 저마다의 감춰진 상처와 사연을 품고 있었듯

내가 만나는 고객들과 동료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자신만의 무거운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상대할 때 '실적'이나 '비즈니스'라는 잣대만 대기보다

그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에 조금 더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말 한마디를 건넬 때도 조금 더 따뜻한 온도를 담으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셋째로, 부모님에 대한 마음입니다.

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오신 부모님의 세월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사회적 역할에서 하나둘씩 물러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일인지를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서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는지

좋아하는 책이나 소소한 일상은 있으신지 나지막이 여쭤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쉬운 점과 추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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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는 있습니다.


아쉬운 점

스펙타클한 사건이나 화려한 반전

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거나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설 속 노인들이 낭독하는 책의 내용과 현실 이야기 사이의 교차가 처음에는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빠른 호흡의 스릴러나 실용서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초반 몰입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분들

치열한 경쟁과 성과주의 일상 속에서 잠시 마음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직장인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거나,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분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인간의 고독과 연대에 대해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아사쿠라 가스미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필치와 잔잔한 울림을 좋아하는 분

총평 및 한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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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라 가스미의 『읽고 읽고 말하다』는 저에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지식'보다 값진 것은 '공감'이라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진리를 일깨워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평균 나이 85세의 어르신들이 20년 동안 나누어 온 것은 단지 책 속에 적힌 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이었고, 외로운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온기였습니다.


성장을 향해 매일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멈추어서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삶의 소리를 들려주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풍요로운 라이프로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도 좋아하는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나지막이 한 단락을 소리 내어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줄평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을 다정하게 건드리는 책.


별점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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