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
조지 월턴 지음, 류재춘 옮김 / 이다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사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걱정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질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감정은 공평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행복과 기쁨을 소중히 대하는 만큼 슬픔과 걱정도 나의 소중한 감정들 가운데 하나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갖추고 태어났다는 것은 그 감정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타고난 기질을 없애라고 강요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듯하다. 따라서 난 걱정을 없애라고 강요하는 책은 오히려 꺼리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이 책을 마음에 들어 한 이유는 바로 이 구절 때문이다.

 

 

걱정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마라. 남의 걱정을 없애주려고 안달하지도 마라. 그것은 걱정을 병으로 보는 탓이다. 걱정은 병도 혐오스러운 것도 아니다. 다만, 걱정이 많은 게 문제다. 걱정은 누구나 하지만 모두가 걱정 때문에 삶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걱정 자체를 들먹이기 보다는 걱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루느냐가 최선이다. -들어가는 글中

 

 

걱정이라는 것은 사람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법, 걱정도 지나치면 자신의 발목을 붙들 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본문에서 말하듯,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걱정이라는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또다시 걱정을 하게 되는 게 바로 사람이다.

 

 

상상은 무서운 병이다. 그 위력은 핵무기를 초월한다. 의사가 불안한 것 말고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고 해도 건강을 심하게 염려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이 이상하고 통증이 있다고 호소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때로는 격분해 의사를 돌팔이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아무리 호소하고 화를 내도 없는 병이 생길 일은 없다. 오히려 그가 그토록 끌어안고 있는 것이 없는 병도 만들고 키운다. 상상 말이다. -p96

 

 

상상을 즐기는 나로서는 아주 공감했던 구절이다. 나는 이 구절의 예처럼 건강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문제에 사로잡히면 온갖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기운이 다 빠지도록 그 문제를 상상하고 또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상상은 하면 할수록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이 사실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은 최악의 상황이 차라리 얼른 일어나서 이 지긋지긋한 상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이 볼 수 있는 현미경이 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개미의 발톱도 현미경으로 보면 정말 크게 보인다. 현미경이 실제로 개미의 발톱을 크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개미의 발톱을 크게 확대해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걱정을 달고 사는 이들은 다른 모든 것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현미경으로 자신이 느끼는 것을 키울 수 있는 한 최대로 키운다. 그리고 너무나도 작은 그것 때문에 너무나 큰 자신의 삶은 포기한다. 이런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그런 현미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잠시라도 떠나 있는 것뿐이다. -p99

 

 

이 문장을 읽은 순간, 내 걱정들이 순식간에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에도 감정을 확대시키는 현미경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기쁨도 여느 사람보다 크게 느끼는 대신 근심도 배로 느끼는 듯한다. 기쁨은 기뻐하며 슬픔은 슬퍼하며 근심은 근심하며(?) 모든 감정을 공평하게 열심히 즐기자는 생각을 가진 내가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느낀 이유는 이 현미경이 내 감정을 과도하게 확대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기에 요즘 감정과 관련된 책에 부쩍 눈길이 갔다. 그리고 걱정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책 제목이 내 마음을 붙들었다. 마치 넌 어때? 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걱정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걱정이 주는 좋은 영향도 많기 때문이다. 단 조건이 있다.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 그 만큼만 걱정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내가 끌어안고 있는 걱정들이 내 인생을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꺼이 이끌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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