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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 신학자 파울 틸리히는 회고록에서 응석받이에 걱정 하나 없던 젊은 시절에는 부모와 교사들이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해주어도 늘 냉랭한 마음으로 예술을 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군대에 끌려갔다가 휴가를 받아 나왔을 때(그가 속한 대대원 가운데 4분의 3이 이 전쟁에서 죽었다), 폭풍우가 부는 날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베를린의 카이저 프리드리히 미술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틸리히는 위층 작은 전시실에서 우연히 산드로 보티첼리의 <노래하는 여덟 천사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와 아들>을 보게 되었다. 그는 동정녀 마리아의 지혜롭고, 연약하고, 동정 어린 눈길과 만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흐느꼈다. 그 자신도 깜짝 놀랐다. 틸리히는 스스로 "계시적 환희"의 순간이라고 묘사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림의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분위기와 그가 참호에서 배운 잔혹한 교훈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눈물이 솟았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고통과 대화할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결국 슬픔을 아는 것이 건축을 감상하는 특별한 선행조건이 되는 것이다. 다른 조건들은 옆으로 밀어놓더라도, 우선 약간은 슬퍼야 건물들이 제대로 우리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본문24-27쪽에서, 이 책은 집-건축-을 명상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보여 주더군요. 제게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