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오십의 기술 - 나이 들수록 재미, 가족, 관계, 행복, 품격, 지식이 높아지는
이호선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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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참 좋은데 편집이 실망스럽네요. 오타가 왜 이리 자주 눈에 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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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간
후스크밋나운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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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게 톡톡 튀는 유쾌한 종이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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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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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고, 앞표지를 열고, 두 시간 20여 분간 꼼짝없이 앉아서 후루룩 읽어내려갔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라고는 '등장하는 여자아이의 이름이 은교'라는 것밖에 없었기에, 다짜고짜 처음에 등장하는 이적요의 고백에 정신이 화닥닥 깼다.

두 시간 20여 분 후에도 계속 의자에 앉아 있었다. 뭘 말하려고 했던 작품일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몰랐던 게 아니라, 감정 혹은 마음으로는 느껴지는데 머리 혹은 내가 아는 단어들로는 단박에 표현할 수 없음에 당황했던 것일 게다. 남녀의 삼각관계라 하기는 불충분하고, 늙어버린 유명 시인의 롤리타 컴플렉스가 주된 내용이라 하기도 어려웠다. 내가 '은교'를 읽는 내내 느꼈던 것이 무엇인지를, 근접하게나마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을 찾기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어나면 그 느낌마저도 흔들리거나 사라질지 모른다 싶어서.

다행이었다. '애증'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던 것이.

이적요는 은교에게 '애'를 느낀다. 동시에 열일곱 소녀에게 '애'를 느끼는, 이제는 늙어버린 자신에게 '증'을 느끼고, 문하생으로서는 영 가망이 안 보이는데 은교에게는 자신보다 더 가망 있는(?) 남자인 것 같은 서지우에게도 '증'을 느낀다. 서지우는 존경했던(이것을 사제관계에서의 '애'라 할 수 있겠다) 스승의 욕망을 발견하며 '증'을 느끼고, 자신을 향한 스승의 증오감이 실체를 나타냈을 때, 생을 끝맺을 선택을 한다. 만일 서지우의 죽음에 그 자신의 선택이 포함되어 있음을 이적요가 알았다면, 그것은 아마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형태로 나타나는 '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열일곱 은교는 등장인물들 중 최강자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드러내지 않지만 욕망을 죄처럼 숨기지도 않으며, 어쩐지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는 것 같은 존재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여신은 상당히 자극적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과 말투로 발 아래의 남자들을 대하며 지켜본다.

'은교'를 연애소설이라 말하기 주저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달콤한 밀애나 인물 상호간의 아름다운 감정 교환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책을 덮은 뒤 생각해보면 그건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애틋한 감정은 애초부터 거세된 상태에서 오갔던 행동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남녀의 연애 감정을 다룬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소녀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벌이는 애증의 감정을 다룬 소설'이라고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정리가 된 후에야, 나는 세 시간 가까이 마시지 못했던 물 한 컵을 들이키기 위해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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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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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성과 자식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신경숙 작가가 이번에는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엄마'라는 주제가 '청춘'보다는 아무래도 더 본능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주제라 그런지 [어.나.벨]에서는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솟구쳤던 눈물샘이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그런데... 눈물샘은 잠잠했는데, 마음의 동요는 너무나 컸다. [엄마를 부탁해]가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면, [어.나.벨]은 내 마음과 기억, 머리를 모두 뒤흔들어 놓았다. 그토록 누군가를 찾아 헤맸던 내 청춘의 시간들,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 살아 있는 느낌이라는 것을 얻어 보려고 갖은 짓을 다했던 시간들..... 단이나 윤, 미루나 명서처럼 그때 내 주변에 있었을 사람들,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책을 읽는 동안 갑자기 하나하나 생생히 되살아났다. 내게도 나를 업고 강을 건너던 크리스토프가 있었고,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라는 말을 낙숫물이 아닌, 화살 하나하나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쏘아댔던 날이 있었다. 그래도 그것들은 그전까지, 어디까지나 내겐 '과거의 사실' 그 자체였다. 그 기억에 가슴이 뒤흔들릴 일도 이젠 없고, 그때의 느낌이 마음을 자극할 일도 이제 내 삶엔 없을 거라고 막연히 여겨 왔다. 난 이제 청춘이 아니니까. 그것도 한참 아니니까.

그런데 부활한 거다. 그때의 그 느낌들이. 화석처럼 바싹 말라 있던 내 예전의 시간들이 왜 갑자기 생생한 활동사진으로 바뀌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어.나.벨]의 독서 시간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눈으로 읽고 있는 글자들의 의미, 그리고 그것들과 오버랩되는 내 과거의 어느 한때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뒤엉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어.나.벨] 이 책을 두 번 정도 더 읽어야만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겁나기는 한다. 한 번 읽었을 때는 그저 혼란스러운 것이었지만, 두 번째 읽으면 어쩐지 마음이 아파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만일 그때쯤, 누군가가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말해온다면 진짜 엄청나게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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