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作, [검의 대가]


부산에서 학원 다닐 적에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했는데
그 제목 때문에 일단 빼 들고, 잠시 망설이다 샀습니다.


제목인 검의 대가El Maestro de Esgrima 그대로
주인공은 검술 교사Maestro 입니다.
"돈" 하이메 아스트랄로아 -
검의 시대가 가고, 총의 시대가 오던 그런 시대에
마지막 검술 교사가 될지도 모르는 그런 인물....

그야말로 귀족적이고 기사적인 인물인 이 나이든 검술교사가
어떤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우연히 그 요체에 접근하게 되고,
그 음모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가가 펜싱을 아주 잘하는 듯-_-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최소한 잘 '아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펜싱 용어를 모르면 전투씬의 흥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만
전투씬이 매우 뛰어납니다.

중간에 논검(-_-;;;)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조금 옮겨보자면 (대사 사이의 묘사는 일단 생략....)

"돈 하이메, 만일 당신이 공격을 하는 순간 상대가
 두블 아타크 앙 티에르스로 나온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어요?"
               (중략)
"좋아요. 만일 상대가 앙 티에르스로 공격하는 페인트 모션을 취한다면,
 나는 팡트 드 미즈로 받아칠 겁니다. 아시겠어요? 아주 기본이지요."

"그런데, 당신의 팡트 드 미즈에 상대가 몸을 피하면서 바로 앙 카르트로 공격한다면요?"

"그 경우에는 앙 카르트로 대처한 후, 다시 곧바로 앙 카르트로 공격을 해야겠지요.
 그것만이 유일한 대응방법이니까요."

"돈 하이메, 지금 저를 실명시키려고 하시는 거에요? 아니면, 저를 시험하시는거에요?
 그게 유일한 대응방법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잖아요.
 더구나 그게 최선의 대응책도 아니고요."

"부인이라면 뭔가 다른 대안이 있겠습니까?"
                 (중략)
"당신 말씀대로 앙 카르트로 파라드 하되,
 상대방의 플뢰레 끝을 가로막으면서 동시에 팡트 앙 카르트로
 상대의 팔을 공격하는거에요. 어때요, 괜찮죠?"



....대략 이런 식입니다.
전투씬도 여기서 별반 다르지 않아서

[ 그는 그녀가 팔을 향해 드 미즈로 공격해오자 겨우겨우 공격을 막아냈다. ]

...와 같은 식입니다.





소설 자체의 구성도 '삼총사'와 같은 서양식 무협활극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스릴러적 요소가 더해져 있고,
특히 전투씬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펜싱의 전투씬이 나오는 소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쯤 읽어보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등장하는 명대사

"우리의 목표는 깨끗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결투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측에서 당할 위험의 가능성은 최소화하면서 말이지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두 번의 공격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 공격에서는
 오히려 우리 측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최후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
 즉 자신은 살아남는 것과 피치 못할 상황에서 상대방을 죽여 없애는 것에 방해가 된다면,
 굳이 멋지고 너무 우아한 포즈를 취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검술은, 그 무엇에 앞서, 실질적인 훈련입니다."

"권총은 무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뻔뻔한 도구일 뿐이지요.
 만일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그리고 인간이라면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합니다. 저만치 떨어져서, 마치 골목길에서 툭 튀어나온 불량배가 하듯이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칼에는 다른 어떤 무기에도 없는 칼만의 윤리가 존재합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신비>라고 해야 할까요.....
 검술은 기사들의 신비철학입니다. 오늘과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 마지막 검술 교사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이면, 아직은 남아 있는
 숭고하고 명예로운 사나이들간의 1대 1 결투도 함께 무덤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겁니다. ..... ....그리고 이 땅에는 오로지 총싸움과
 골목길에 숨어있다가 함부로 휘둘러대는 주머니칼의 칼부림만이 남게 되겠지요."

"이렇게 한 손에 검을 들고 있으면 저 역시 다른 누구보다도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P.S>
소설 마지막 씬의 표현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아침 햇빛이 창문으로 지금 막 새어들어오는 낡은 방 안의 정경,
바닥에는 어젯밤 격렬한 결투를 벌였던 상대방의 시체,
창 밖으로는 혁명을 부르짖는 시민들의 소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어젯밤의 전투에서 얻은 깨달음을,
'완벽한 공격법'을 되새김질 해보는 늙은 검술가의 모습...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