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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세트 - 전3권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산 게 언제였나..
아마도 2002년 봄.. 벌써 5년 전이다.. ^^;;;
그때라 하면 내가 한참 먹고 살기 고달프던 시절.. 몸고생, 마음고생 심하던 때였는데
내 무슨 낙을 보자고 이 책을 샀더란 말이냐...
내가 움베르토 에코를 처음 접한 건 보다 훨씬 전 영화 <장미의 이름>을 통해서 였다..
비밀과 의혹이 가득한 중세 수도원, 그곳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살인들..
숀 코네리와 소년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나오는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이 영화를 본 후 원작자 에코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이 후 그의 명성을 확인한 뒤엔 더욱 더 그의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특히 그 유명한 푸코의 추를!
문제는 그의 명성 못지 않은 악명!
책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무협지에서 스티븐 호킹, 허먼 멜빌에서 하루키까지.. 동서고금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박학다식 잡식다양한 독서광인 친구K 조차도 힘들다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선뜻 책에 손이 가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하고 벼르고 있던 차에, 차에
하필이면.. 그 때 2002년 봄 그 힘든 시기에 이 책을 샀던 거다..
그렇게 사놓기만 하고는 당연히
이 까다로운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이 날은 흘러갔고 책 위엔 점점 먼지만 쌓여갔다.. 하지만 건들기가 두려운 힘든 숙제처럼 그 책들은 늘 맘 한켠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몇 차례 읽기를 시도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늘 박물관 내부를 설명하는 까다로운 도입부 첫장 케테르를 넘어가지를 못하고.. ㅠㅠ
꼭 어려워서라기 보다..
다가올 복잡난해한 이야기들에 대한 예감에
그 골치 아픔에 빠져들기 싫은 두려움에 뒤로 슬슬 발을 빼듯 그렇게
다음에 읽자, 다음에 읽자며 책장을 덮곤 했었었다..
안그래도 생각할 것 많고 머리 아파 죽겠구먼... 하면서
하지만 이제 드뎌 내 마음에도 안정과 여유가 찾아온 것인가!
그 미뤄왔던 숙제를 어제야 다 풀었다!!
야, 책 다 읽었다!!!
최근에 다시 내 눈에 띄기 시작한 이 책들을
한 2주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도입부도 무사히 넘어가고
이 도입부를 넘기고 보니 그 뒤로부턴 술술~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책장이 잘 넘어가는 거다..
하하하~ ^^V
책 하나 읽은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냐만은
내게 이 책들은 마치 오래 묵은 숙제와 같은 것이어서.. 책을 끝낸 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은 듯한 가벼움에 날아갈 것 같은.. ㅎㅎㅎ
책떨이라도 해야 하나??
(너무 오버인가..^^;;)
건데 다 읽고 나서 보니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었단 거다..
도입부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그 수많은 장미 기사단 추종단체와 사람들을 일일이 다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 기억한다는 자체가 불가능..)
그 상관관계와 맥락의 전체 줄기만을 잡고 있으면 되는 것이지..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뭐라고 말할까..
한마디로 줄여 여기 아이들처럼 말하자면.. It's so crazy and cool~!!
책이 씌여진 80년대 후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흥미가 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주인공 중 하나인 벨보의 워드프로세서 기기, 아불라피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
헉, 워드프로세서 기기라니......!
지금은 눈 깜짝할 새 전세계를 왔다갔다 하는 초초초고속 인터넷 시대란 말이다!!!
^^;;;;;;;
06/13/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