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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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우주 제국의 대황제 폴 아트레이데스(무앗딥)이 장님이 되어 사막으로 떠난 뒤 9년 후, 그의 쌍둥이 아들과 딸 레토 2세와 가니마 아트레이데스는 폴의 여동생 알리아 아트레이데스의 섭정 통치 아래서 생활하고 있었다. 알리아와 쌍둥이 모두 과거 선조들의 기억을 공유받은 '저주받은 존재'들인데, 특히 알리아는 그녀의 조상 중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원수였던 블라디미르 하코넨의 지배를 받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 레토 2세는 듄의 위대한 모래벌레들의 유충인 '모래송어'와 융합해 초인이 되고, 알리아 아트레이데스를 처치한다.


사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저 정도로 매우 심플하게 처리될 수 있는 내용인데, 그 양이 전자책으로 990쪽이나 되는 관계로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 애초에 3권까지 도달한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듄 1』까지는 영화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야 한다며 꾸역꾸역 읽다가 『듄 2: 듄의 메시아』 들어서서 그래도 1권보다는 짧은 분량에 안심하며 어떻게 읽긴 했지만, 다시 돌아온 3권의 분량은 1권보다는 적었지만 2권보다는 많고 또 그 사변적 서술 방식이 한층 더 강화된 듯했다. 나만 재미없는 거라고?


2대 주인공인 레토 2세의 결말이 충격적인데, 그는 '샤이 훌루드'라고 부르는 듄의 상징적인 동물 모래벌레의 유충과 융합한다. 그리고 말 그대로 초인이자 괴물이 된다. 이 결말에 대해서는 또 다시 1권의 마지막이 생각난다. 듄 연대기의 초반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는 1권에서 초인이 된다. 그러다 2권에서 장님이 되어 스스로 추방시키는 운명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레토도 3권에서 초인(이라기보단 괴물딱지 같지만)이 된 후, 4권에서 그의 아버지처럼 몰락하는 운명을 맞이하려나? 역사는 반복되고 영광은 언제나 몰락과 함께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것일까?


메인 빌런이 된 알리아가 이런 식으로 흑화될 수 있다는 것도 예상 못한 부분이다. 1권에서 샤담 황제에게 스스로 사로잡혀 전술적으로 현명하게 행동하던 애기 알리아는, 조상의 기억을 공유하는 특성 때문에 과거 블라디 하코넨의 망령에 의해 지배당한다. 뭐야, 이거 SF야? 뭐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SF 문법스럽게 해석하기는 불가능하다. 스타 워즈의 포스의 영 같은 초자연적이고 굳이 환원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요소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알리아가 그렇게 지배당했다면 그녀와 똑같은 특성(조상의 기억을 공유)을 지닌 레토 2세와 가니마도 조상의 기억에 의해 지배당할 위험이 크다는 얘긴데, 4권에서 이런 역사가 또 다시 반복되게 될까?


1권에서 등장했던 가신 3인방 (투피르 하와트, 거니 할렉, 던컨 아이다호)의 운명이 갈리는 지점도 흥미롭다. 투피르는 1권 결말에서 죽어서 다시는 안 나오고, 거니 할렉은 은근히 잘 지내다가 레이디 제시카와 사귀는 사이가 된 것 같고. 던컨 아이다호는 2권에서 스토리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었는데 흑화하지 않은 알리아와 또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고 3권에서는 편을 잘못 선 것을 이유로 또다시 죽임을 당한다. 뭐, 또 부활할 지도. 역사는 반복되니까.


미안하지만 취향이 극명히 갈리는 관계로 도저히 심도 깊은 세계관의 의미 파악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다. 글 자체가 수박 겉핥기 수준이 되어 버렸네. 뭐 4권을 계속 읽어 보기는 할테지만.


그리고 여담. 작중에 등장하는 '인간 컴퓨터'라는 설정인 '멘타트'는 실제로는 컴퓨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안 드는 건 나뿐만인가. 막 복잡한 계산을 순식간에 수행하는 게 아니고 환경과 조건을 분석해서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컨설턴트의 느낌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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