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안제도 지음 / 리버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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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 안제도

역사 환타지 작가 안제도가 「사계절의 대륙」에 이어 신작 「계절을건너는 모험가」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계절의 대륙」은 유럽의 중세 말기와 근대 초기가 중첩된 듯 보이는 가상의 역사공간에서 왕족과 기사, 민중 등의 각 계급이 충절과 배신,사랑과 죽음의 서사를 펼치는 파란만장한 역사 환타지였다.
「계절을 건너는 모험가」는 전작 장편과 달리 세개의 단편으로 이어져 있다. '사계절의 대륙'이라는 역사 시공간에서 포트니오 왕국, 그로스 공화국, 신성 왕국이 삼국 쟁패를 벌이는 과정은 여전히 전작과 같다. 그러나 세개의 단편 환타지는 서로 다른 세계관과 개성을 보여주며 다채롭게 읽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첫째 단편 '여왕을 위한 달콤한 모험'은 부왕을 잃고 홀로된 여왕을 충성되게 수호하는 기사 스트라우스와 그를 순수하게 연모하는 여왕의 낭만적 사랑이 펼쳐진다. 거침없는 단호한 문체와 주저함이 없는 서사 전개는 깔끔한 기사도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둘째 단편 '샌디온이 꿈꾸는 모래낚시'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전복적인 세계관을 묘사하고 있다. 사계절의 대륙 세나라에서 아인종(인간이하)으로 취급받는 '샌디온'과 '오크'들이 광산노예의 굴레를 뚫고 자유와 존엄을 찾기위한 항쟁을 벌인다. 광산에서 자행되는, 인간과 이에 아부하는 아인종 일부의 통치구조는
현대 전체주의의 억압 메카니즘을 은유적으로 궤뚫고 있다. 주인공 모래 인간 몬고가 아버지가 사라진 모래사막으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시원을 찾아가는 인류의 보편적 무의식을 건드린다

셋째 단편 ' 대주교의 화려한 일탈 '은 위트와 기지가 넘치는 발상에서 시작된디. 대륙의 최강국 '신성국'에서 국교인 신성교의 대주교 카르시안은 종교인이며 계몽적 지식인이다. 가장 근엄하고 규범적이어야할 그가 과학과 교리의 이율 배반성을 고민하고 변복을 하고 저자거리를 나돈다. 어느날 세속권럭자 신성왕이 방문해 북부 산맥의 정벌을 선언하고 그에게 앞잡이 역할을 명하자, 그는
왕의 권력 의지에 저항하고 북부 산맥의 오크족들과 함께 한다.
제국적 권력이 변경의 선주민들을 제압하는 강자 우위의 역사는
이 역사 환타지에서 어김없이 풍자를 통해 그 야만성을 드러낸다

작가 안제도의 환타지 단편집 '계절을 건너는 여행가'는 청소년기의 동경과 모험심을 역사와 인간의 의미를 묻는 성숙한 지평으로 이끄는 안내서이다. 가볍게 이 책을 집은 어른들도 곧 이 환타지가 주는 서사의 무게가 녹녹치 않음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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