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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 - 소셜미디어 시대의 고전과 여성혐오
도나 저커버그 지음, 이민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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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다가 화날 것 같지만... ㅠㅠ 그래도 궁금했던 내용이라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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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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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어서 너무 어려운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이 들어 새 번역으로 보니 훨씬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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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짱 2021-04-3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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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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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기념일》은 농문화에서 자란 사진가 마나미, 청문화에서 자라다가 열여섯 살에 농문화를 접한, 역시 사진가인 하루미치, 농인 부모에서 태어난 청인 이쓰키. 이 세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새롭게 감각을 재구성해 나가는 이야기다. 남편인 하루미치의 시선에서 쓰였다. 여러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으며 읽었는데, 대부분 이 가족이 얼마나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이, 쓰, 키 라는 세 글자로 동화를 지어서 수어로 말하는 마나미의 모습, 수어와 몸짓을 통해 매일 매일 날씨의 변화를 이쓰키에게 표현하는 하루미치의 모습, 이쓰키가 생후 몇 개월만에 생존본능인지 소리가 아닌 눈빛과 시선으로 배고픔을 알리는 이쓰키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동했고 무척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단지 상대방에 집중한다는 것,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애쓴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라니. 새삼 그 느낌이 귀해졌기 때문일까?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생각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말’과 ‘언어’의 구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는,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표현이 ‘언어’라면 필체, 체온, 걸음걸이, 표정, 시간이 전달하는 정보를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미치 가족은 이러한 ‘말’로 소통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청인들은 ‘언어’에 훨씬 익숙하고 그 밖의 정보들은 습관적으로 무시한다. 마나미와 하루미치는 ‘언어’만을 중요시하는 청인들의 소통 방식이 때로는 농인들을 고독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 가족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말’이 ‘언어’와 비교해 훨씬 장벽 없는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말과 글이 선언하듯, 다그치듯 전하는 의미들에 때로는 피곤함을 느낀다. 수없이 오가는 언어가 공허하다. 스스로가 쓰고 말하는 언어에도, 습관적으로 쓰는 표현들에는 감정이 깃들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았다. 그에 반해 저자의 문장들은 ‘말’의 감각으로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잘 모르는 세상의 풍경에 압도되기보다는 그의 따스하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에 반응하게 됐다. 그가 사람들이 간과하는 ‘말’을 세심하게 읽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 ‘서로 다른 기념일’은 그의 태도를 시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는 어느 날 시각장애인의 길 안내를 자처하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고, 지나가던 청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 “시각장애인 그리고 청인과 관계 맺는 새로운 방법”을 깨닫고, 언어 사이에 암묵적인 위계가 있다고 받아들였던 기존의 믿음이 해체되는 경험을 한다. 그는 이 날을 ‘서로 다른 기념일’, 즉 “달콤쌉쌀한 ‘서로 다름’을 강렬하게 느낀 날”로 기억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쓰키와 쇼핑몰에 간 하루미치는, 쇼핑몰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선 신이 나서 이 음악이 들리는지 계속해서 묻는 이쓰키에게 “아빠, 음악, 안 들려. 엄마도, 음악, 안 들려”라고 말한다. 의도치 않게 그날 아이에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이 날도 하루미치에게는 ‘서로 다른 기념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아이에게 부모가 자신과 다르다는 걸 알린 슬픈 날일 수 있지만, ‘달라서 즐겁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을 열어준 날인 것이다. 

 

저자의 문장이 주는 감각, 질감, 온기는 결국 저자와는 다른 마나미, 이쓰키를 만났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저자를 따라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며 '말'하는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더 해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만난 날도 나의 '서로 다른 기념일'일 수 있겠다.



(좋은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극히 일부만 옮겨 본다.)




‘이’‘쓰’‘키’라는 세 글자는 물고기이자, 물총새이자, 노래이자, 별이자, 부모 자식이자, 포식이자, 얕은 시내이자, 사랑이자, 물방울이자, 식사이자, 입맞춤이자, 일상사이자, 날갯짓이었다.
2차원의 문자에서 해방된 3차원의 문자 하나하나는 동사로서 살아 있었다. 잘 수도, 뛸 수도, 헤엄칠 수도 있었다. 활동을 멈추지 않는 문자는 이 세계에 넘쳐나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말’이 되었다. - P82

예컨대 연일 맑다고 해도 피부를 어루만지는 햇빛의 강도와 바람의 세기, 눈을 즐겁게 해주는 하늘의 파란색과 구름의 모양들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처럼 매일매일 변하는 자연현상에 따라서 수어와 몸짓을 이용한 표현도 미묘하게 ‘바뀌고’ 말았다. - P91

"바다에 놀러 가고 싶어."라는 말에 해수룍 바지 등을 준비해서 바다로 향하듯이, "반짝이는 별하늘을 보고 싶어."라는 말에 불빛이 적은 시골을 일부러 찾아가듯이, "눈빛을 밟고 싶어."라는 말에 옷을 몇 겹씩 입고 굳이 대설 속으로 들어가듯이, 의식적으로 ‘생활을 보러 가는 것’이다. - P102

곁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눈이 마주치는 한순간을 맹수처럼 기다리면서 자신에게 향한 눈길이 옆으로 새지 않도록 자기주장을 한다. 이쓰키가 눈을, 아니, 눈맞춤을 중시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좀 감동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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