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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와 전쟁 ㅣ 레닌 전집 60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양효식 옮김 / 아고라 / 2017년 7월
평점 :
레닌 전집 '사회주의와 전쟁'을 읽는데,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와 민족자결권」부분에 인상깊은 문구가 많아서 굳이(?) 인용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시사할 점이 많아보인다.
"프롤레타리아트는 민주주의를 통하지 않고는, 즉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실현하지 않고서는, 가장 단호한 용어들로 정식화된 민주주의적 요구들을 자기 투쟁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연결시키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 투쟁을 공화제, 민병, 인민이 관리하는 선거, 여성의 동등한 권리, 민족자결권 등과 같은 모든 민주주의적 요구들에 관한 혁명적 강령 전술과 결합시켜야 한다."
"억압 민족의 사회민주주의자는 피억압 민족의 분리의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족들의 동등한 권리와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연대를 인정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공문구와 위선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15년에 쓰여진 이 글은 사회주의자가 '민족자결권'에 취해야할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민족자결권'을 반동적인, 한물간 "환상"으로 취급하는 국제주의자는 사회배외주의 편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즉 '민족문제'만을 따로 떼어내어 반동이냐? 국제주의냐? 양자택일 할 수 없다.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조국방위' 논리와 피억압민족의 '민족자결권'은 똑같이 민족을 말해도,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100년 전에도 소위 몇몇 좌파들은 '민족'을 철지난 "환상"으로 취급하고 국제주의를 옹호했다는 점이다. 언뜻보면 급진적으로 보이는, 보수담론에 비타협적으로 보이는 이런한 태도는 결과적으론 제국주의의 동반자가 되게 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꽤나 겹쳐보이는 부분이다. '민족'은 철지난 담론으로 덧칠하면서 사실상 국수주의나 다름없는 반북주의를 부추기는 담론지형이 그렇다. '탈민족'과 '반북주의(국수주의)'의 연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극우와 자유주의는 통한다. 백년 전 사회배외주의자와 국제주의자(?)가 통했던 것 처럼 말이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다소 시야를 어지럽히지만 사태는 단순하다. 억압민족과 피억압민족이 있는 현실을 인정하느냐? 안하느냐? 다시말해, 오늘날에도 제국주의가 엄연히 존재함을 받아들이는가? 아닌가? 여기에서 우리사회의 모든 정치적 입장이 나눠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