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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엄마 #우사미린 #미디어창비
사랑하는 만큼 잃을 것이 두렵고,
사랑하는 만큼 증오할 수밖에 없는,
엄마를 향한 슬픈 참회 섞인 사랑 『엄마』
☆엄마를 낳아주고 싶어, 낳아서 처음부터 키워주고 싶어요.
그러면 분명히 구해줄 수 있습니다. _p.99~100
우사미 린의 『최애, 타오르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참여하고 최애를 향한 아카리의 목소리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작가의 데뷔작 『엄마』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니 서둘러 참여 신청을 했다.
열아홉 재수생인 우짱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마음이 망가져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엄마 때문에 괴롭다. 가족에게 폭력적이던 아빠의 외도로 헤어지고 우짱의 엄마는 서서히 미쳐간다.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증오로 바뀌니까
가엽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_p.74
아빠가 바람피웠을 때 일을 내면에 수없이 반복해 덧그려진 상처는 엄마를 자꾸만 파괴한다. 상처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은 섬뜩한 비명이 되고 엄마의 마음은 점차 병들어간다. 엄마는 술에 취하면 자신에게 화풀이하고 가족을 상처 입히고 난동을 부린다.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부풀어 우짱의 일상생활을 침식한다.
☆우짱의 신은, 신이었던 엄마는 우짱을 낳아 신이 아니게 됐어요.
애초에 신이 아니었던 겁니다.
_p.85~86
우짱은 엄마를 이상하게 만든 것은 제일 먼저 태어난 딸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자신만의 절실한 기원을 품은 우짱은 자궁 적출 수술을 앞둔 엄마를 두고 구마노로 순례 여행을 떠난다.
세상과 연결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막상 통화권 이탈 지역에 머물게 되니 달려드는 불안과 공포에 우짱은 혼란스럽다. 스무 명 내외의 계정만 팔로우한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SNS 타임라인 글에 상처받는 것처럼.
☆발버둥 치는 엄마를 정신없이 끌어안고
엄마의 몸에서 엄마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했어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요. _p.96
계속 비명을 지르는 엄마를 우짱은 있는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 우짱이 엄마의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함께 아파해줄 수는 있다. 가엾어서 미칠 것 같은 엄마를 끌어안은 우짱의 몸과 마음으로 엄마의 고통이 온전히 옮겨온다. 엄마를 자신으로 받아들여 엄마의 고통을 그대로 수용하는 우짱의 모습은 한 명의 고행자처럼 그려진다.
☆엄마를 가장 증오하는 사람도 우짱이지만, 자기를 낳은 엄마라는 생물을 쫓아다니는 아기보다도, 유코 이모를 잃어 불행에 잠긴 아키코보다도 훨씬 더 우짱은 엄마를 사랑했습니다. 엄마가 계속 아름답기를 바랐습니다. _p.97
"우짱은 엄마를 쓸쓸함으로? 죽이고 말 거야."라는 생각만큼 엄마가 계속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를 사랑한다. 할머니의 사랑을 갈망하는 엄마, 엄마를 향한 우짱의 사랑이 서로 엇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치매가 온 할머니는 딸을 잊어버리고, 미쳐버린 엄마는 우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함께 쓸쓸함을 느껴줄 신이 없다면,
우짱 스스로가 우짱과 엄마의 신이 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어요. _p.101
엄마가 병실에서 한 말처럼 "부모 자식은 좀 신기하"다. 우짱이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짱을 흥분 상태로 끌고 간다. 점점 어긋나는 가정 안에서 우짱은 자신이 신이 되길 바란다. 순례길 수행을 통해 한때 우짱의 세상에서 신이었던 엄마를 되찾는 일이 가능할까.
열아홉 살의 우사미 린이 쓴 『엄마』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졌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표현하는 진실은 절대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모습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며 이리저리 튀어 오르는 생각의 조각 모음이라고. 아무리 날카롭고 예리한 조각이라도 품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외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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