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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양장) - 개정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일컬어진다. 왜 카버는 단편소설을 많이 쓴 배경은 슬프다. 그는 '너무 장황해서 얘기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파리리뷰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늘어놓았다.
"살아남고, 공과금을 내고, 식구들을 먹이고, 동시에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고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해 동안 쓰레기 같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려고 애쓰면서 제가 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써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한권에 2-3년이 걸리는 소설을 쓸 방법이 없었어요. 다음 해나 3년 후가 아니라 당장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이나 시를 썼지요. 삶이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지요. 언제나 엄청나게 많은 좌절감에 직면해야 했어요. 예글 들면,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시간도 장소도 없다는 것 등이지요. 밖에 나가 차에 앉아서 무릎 위에 공책을 놓고 글을 쓰려고 애썼죠...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고, 언제나 한 발만 내딛으면 파산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런 그를 이해하고 나니, 그의 단편소설이 숙연하게 느껴진다. 그의 단편소설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신형철의 얘기를 들어보자.
"단편소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묻고 삶에서 하나의 파열선을 발견해내는 작업이라고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삶을 가로지르는 아주 미세한 파열선 하나'를 포착하기만 해도 단편소설을 성립할 수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정자가 어째서 훌륭한 단편소설이 될 수 있었는가. 우리 삶을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갉아먹는 파열선이 그 소설들에 있기 때문이고 그를 통해 우리가 이미 늦은 뒤에야 깨달았을 어떤 파열들을 미리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편소설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관찰력에서 탄생한다고 말해야 옳다."
신형철은 장편소설은 "사건, 진실, 응답"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단편소설은 사건과 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사실 위의 두 인용만으로도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칸막이 객실"이라는 소설에서는 이혼으로 오랫동안 헤어진 딸을 만나러 가는 도중 열차에서 시계를 잃어버리는 파열적 사건으로 자신이 왜 오래전에 헤어져 만날 욕망도 없는 딸을 보러가는지에 대한 왜란 질문을 심각하게 제기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이라는 소설에서는 알콜 중독 재활센터에서 알게 된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통해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전화를 걸려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이 소설에서 좋았던 작품을 뽑으라면, "대성당", "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카버도 "대성당"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최고로 아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 세작품엔 공통점이 있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해소가 된다는 점이다. 곤충은 서로를 교감하기 위해 더듬이를 사용한다. 인간은 서로를 교감하기 위해 대화를 사용해야하는 동물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