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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런 자문을 해 보았다. 왜 드라마보다는 소설이 더 재미있을까?
요즘은 가끔씩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도 중간에 그만 두게 될 때가 많다. 아무래도 극중 이야기가 전형성을 띠고 있어서 무슨 사건이 펼쳐질 지 대강 짐작이 가며 그 예상이 별로 틀리지 않게 되기에 그닥 재미를 못 느끼게 되는 면이 있어서일 것이다. 또 드라마는 사랑 이야기를 다룰 때에도 낭만적 형태의 사랑 형식을 보여줌으로 사랑에 대한 환상을 던져 주지만, 사람 자체에 대해 놓쳐버릴 때가 많기 때문에 그닥 흥미가 덜하게 되는 듯 하다.
이 소설은 절대 드라마나 영화화되기 힘든 이야기를 다룬다. 외모로 인해 사회에서 외톨이가 된 한 추녀와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사랑을 다루기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힘든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레미제라블에서 앤 헤서웨이가 한 역할을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한다고 상상해 보면 그 영화가 결코 대중적 감동을 이끌어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 소설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 그 뒤에 있는 인간을 여실히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내가 이제 연애감정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세명의 등장인물이 보였다. 다들 들고양이처럼 상처받고 외로워하다가 서로를 만나 대화하고, 이해하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얘기는 읽는 내내 엄숙하게도 만들었고 지긋이 미소를 띄우게도 만들었고 마음 아프게도 만들었다.
타인의 것을 부러워하고 자기 것을 부끄러워하다가 자기 옆에 있는 소중한 것을 지나쳐 버리는 우리의 모습은 이 세 등장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투영되어 있는 듯 하고, 그렇게 부러워하고 부끄럽도록 몰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서 괴로워하고 상처받아하는 젊은이들을 괜히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요즘 굵직굵직한 외국 소설들을 읽는 속에서 만난 책이라 그런지 완성도나 짜임새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쓴 국문소설은 내 DNA에 각인된 느낌들, 감각들을 곧추세우게 하고, 사적 경험들이 공명되어 사정없이 빠져들게 하는 맛이 또한 있다. 방황하는 특히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준비가 된 20대들이 많이 읽고 사랑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