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양장)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월드컵 게임 중 스페인과 칠레가 예선전을 치르는 게임을 우연찮게 오래 보게 되었다. 이 게임은 총균쇠를 읽은 나에게 근대사에서 가장 큰 충돌인 "아타우알파" 생포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이 사건은1532년 잉카 황제 아타우알타와 스페인의 정복자 프라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마주친, 즉 구대륙과 신대륙이 첨예하게 맞붙은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잉카의 8만 대군은 고작 수백명에 불과한 스페인 탐험대에 처참하게 패배하고, 잉카의 절대군주인 아타우알타는 생포되었다가 처형을 당하게 되었다. 유럽을 대표하는 수백의 스페인 탐험대는 어떻게 남미의 잉카대군을 손쉽게 대파할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 제렛 다이아몬드는 얄리라는 뉴기니 지역의 원주민에게서도 비슷한 형태의 질문을 받았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겁니까?" 이 질문은 뉴기니 원주민 각각은 우수한 지능을 소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직 석기시대에 머무르는 문명의 발전만 이룰 수 밖에 없을까로 이 책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필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 비슷한 질문은 이어질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테크회사에서 미국인들과 유럽인들, 그리고, 많은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인종들은 많이 보이지만, 흑인들, 남미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요인들이 선조가 유라시아 출신인 자손들이 더 명석한 두뇌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식적으로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배격하고 있지만, 우리 맘 깊은 곳에는 아마존,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의 원주민을 보면서 떠오르는 미개하다는 은근한 인종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종주의에 대해 다이아몬드는 과학과 인류학이 선사한 학문적 축적물을 이용해 반박하며, 지리적 생태적 환경이 잉태하게 한 인류 문명 발달의 불평등의 원인들을 조목조목 들고 있다. 

70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서 드는 근거들이 워낙 세밀하여서 전부를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인류 문명 발달의 궤적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네 가지 환경적 요소로 다음을 들 수 있다.

1.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 : 대륙마다 가축화, 작물화를 위한 야생 후보종의 수가 크게 달랐고, 홍적세 말기에 일어난 멸종의 차이도 크게 차이가 난다. 유라시아나 아프리카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에서 그 멸종이 심해서 생태학적 다양성이 크게 차이가 났다.
2. 대륙 내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가축과 작물이 개발되고 기술혁신이 생겼을 때, 동서로 넓게 펼쳐진 유라시아에 비해 남북으로 펼쳐진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대륙은 현저히 낮은 확산 속도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한 곡류가 작물화에 성공했을 때 동서로 펼쳐진 유라시아 대륙은 기후적 차이가 적기에 쉽게 전파가 용이하지만, 위도가 달라 기후적 차이를 가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작물화의 확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3. 대륙 사이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에 비해 더욱 고립되었고, 대륙간 확산의 난이도도 차이가 난다
4. 각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 :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 발명가의 수, 경쟁하는 사회의 수,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진화의 법칙에 의해서 보다 많은 혁신의 경쟁이 주어졌고, 그렇지 못했을 때에는 보다 혁신적인 부족 혹은 국가에게 멸종과 정복의 위기를 겪어야했던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남북간의 긴 위도로 서로 고립된 사회를 유지했던 남북아메리카나, 사하라 사막에 의해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고립되었던 사하라이남 아프리카는 그 발전속도가 상당히 더디었음을 아주 자세한 지리 생태학적 증거와 기술 발전의 추이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단기간의 인류의 역사는 역사적 체계들의 복잡성과 예측불가능성으로 인해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기 힘들지만, 오랜 기간 기후와 지리, 생태적 영향을 받는 인간사회의 성격을 고려하면 오랜 거시적 관점에서의 문명사의  과학적 역사연구의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열었다는 데에서 이 책의 그리고 다이아몬드 교수의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문학적 도구로 파헤친 좀 더 인간이 중심이 된 에릭 홉스봄이 쓴 역사시리즈와 참 대비가 되는 책이다. 

어떤 이는 이 책에 대해 "국경을 넘어선 사랑"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였다. 현재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잡고 있는 나라들은 선사시대에 환경적으로 유리한 지역에 거주했다는 우연에 의해서 그런 행운을 잡은 것 뿐임을 이 책은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문명사의 불평등 기원에 대한 책은 나라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이론일 뿐 아니라 개인간의 불평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해 준다. 그러기에 이 책은 현재 조금 좋은 자리에 놓여 있는 국가와 개인들은 그런 혜택이 자신의 능력과 인종적 우수성 때문이 아님을 인지하고, 우연히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한 다른 인류들과 함께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도록 설득하는 명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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